게임 구독 서비스는 왜 ‘넷플릭스’가 되지 못했나?[게임 인더스트리]

  • 동아일보

‘게임 구독형 서비스’는 한때 게임 시장을 들썩이게 만든 새로운 형태의 게임 사업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월정액만 내면 수백 개의 게임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구조로 진행되는 ‘게임 구독형 서비스’는 월정액 스트리밍 서비스로 엄청난 성공을 거둔 ‘넷플릭스’와 비견되며, MS의 ‘Xbox 게임 패스’, 소니의 ‘PS 플러스’ 등을 필두로 다양한 기업에서 앞다투어 시도하여 빠르게 가입자를 늘렸습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할리우드의 명문 제작사 ‘워너 브러더스‘ 인수에 나설 정도로 성장했지만, 이에 비해 ’게임 구독형 서비스‘는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았던 이전과 달리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데요. 같은 형태의 서비스가 왜 이렇게 극명하게 희비가 엇갈린 것일까요?

게임구독서비스(AI 생성 이미지)
게임구독서비스(AI 생성 이미지)


소비 시간이 달랐던 게임과 영상 스트리밍

‘게임 구독형 서비스’는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등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게임 서비스에 이식한 형태로 서비스됐습니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제공하고, 독점 콘텐츠를 제작해 시청자들이 월정액을 유지하는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처럼, 다양한 게임을 제공하고, 자체 스튜디오에서 만든 대작들을 독점으로 선보이는 것이 핵심이었죠.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게임 유저들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형태였습니다. 바로 콘텐츠 소비 시간이 압도적으로 달랐다는 것이죠.

일례로 영상은 한 편당 30분에서 2시간 내외로 소비가 끝납니다. 12편~15편 정도로 구성된 한 시즌 드라마를 계속 스트리밍하고 있어도 그냥 보기만 해도 되기에 큰 부담이 없죠.

반면 게임은 다릅니다. 게임은 유저가 직접 플레이해야 하며, 게임마다 차이가 있지만, 분량 또한 20~40시간에 이르는 게임도 많고, 온라인게임은 플레이 타임이 무한대에 가깝습니다. 

스팀 리플레이와 유명 웹진인 PC 게이머의 분석에 따르면, 2024~2025년 기준 스팀 이용자가 1년 동안 실제로 플레이한 게임 수의 평균 중앙값은 4개에 불과했습니다. 상당수의 이용자가 1년 동안 단 4개의 게임만을 플레이한다는 것이죠. 

더욱이 스팀 이용자의 전체 플레이 시간 중 그해 출시된 신작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단 14%에 불과했습니다. 게임 구독 서비스에서 수백 개의 게임이 있어도 유저들은 여전히 ‘기존 플레이하는 게임에 장시간 머무는’ 소비 패턴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XBOX 게임패스. 출처 MS
XBOX 게임패스. 출처 MS

시장 조사 업체인 ‘암페어 애널리틱시스’(Ampere Analysis)가 집계한 월간 이용 데이터도 비슷한 그림을 보여줍니다. ‘Xbox 게임 패스’ 이용자는 한 달 평균 5.7개 게임을 실행했지만, 타이틀당 평균 플레이 시간은 7.7시간에 그쳤습니다. 

여기에 소니의 경우 콘솔 버전은 3.7개 타이틀, 타이틀당 12.7시간, PC 버전은 4.5개 타이틀, 11.9시간으로 나타났습니다. 결론적으로 ‘게임 구독형 서비스’는 유저들이 월정액 대비 충분한 보상을 받고 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셈입니다.

PS 플러스. 출처 소니
PS 플러스. 출처 소니


“끝까지 하지 않는다”라는 구조적 한계

‘게임 구독 서비스’가 넷플릭스처럼 작동하려면, 유저가 하나의 콘텐츠를 ‘완주’하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순환이 필요합니다. 마치 중간에 포기한 드라마는 기억에 남지 않지만, 끝까지 완주한 드라마는 기억에 남아 다음 시즌까지 시청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러나 게임에서 엔딩을 끝까지 보는 유저들은 여러분들의 생각보다도 상당히 적습니다. 미디어 리서치(MIDiA Research)가 트로피·업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캠페인 분량이 60시간을 넘는 AAA 게임의 완주율은 15~20%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실제로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는 약 15~17%, 2024년 각종 시상식을 휩쓸며, 최고의 게임으로 등극한 ‘발더스게이트 3’마저 플랫폼별로 15~22%에 불과했습니다. 온라인 접속 위주의 게임은 이 편차가 더욱 커서 ‘디아블로 4’는 25~50%로 유저별로 데이터가 크게 차이가 났죠.

직접 구매한 게임도 엔딩을 보는 이용자가 고작 20%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다수의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게임 구독형 서비스’의 매력은 갈수록 떨어지게 됩니다. “게임 하나 플레이하기도 어려운데 이럴 거면 그냥 스팀 세일할 때 내가 하고 싶은 게임 하나 사는 게 낫겠다.”라는 판단이 자연스럽게 서는 셈이죠.

“치솟는 개발비” 월정액으로는 계산이 서지 않는다

‘오징어 게임’,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 자체 인기 콘텐츠로 가입자를 끌어올렸던 넷플릭스의 사례처럼, ‘게임 구독형 서비스’도 매 분기 인기 작품이 등장할 때마다 가입자 수가 크게 늘어나는 패턴을 보이기는 합니다. 

다만 게임은 이 영상 미디어에 비해 인기 작품을 분기마다 선보이기가 어렵습니다. 바로 천문학적으로 상승한 개발비 때문이죠.

개발비만 2조 7천 억원으로 추정되는 GTA6. 출처 게임동아
개발비만 2조 7천 억원으로 추정되는 GTA6. 출처 게임동아
넷플릭스에서 대박을 낸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경우 1억 달러(약 1,454억 원)에 달하는 제작비가 투자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상당한 제작비이지만, 그만큼 가입자가 늘어나 ‘시청 시간 기반의 구독 회수 구조’를 유지할 수 있죠.

하지만 게임은 이 1억 달러는 훌쩍 넘는 작품이 수두룩할 정도로 단일 타이틀의 제작비가 급격히 커졌습니다.

영국 경쟁시장청(CMA)에 제출된 업계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콘솔, PC AAA 게임의 평균 개발비는 2018년 전후 5,000만 ~ 1억 5,000만 달러에서, 최근 승인된 프로젝트 기준 2억 달러 이상으로 상승했습니다. 여기에 마케팅 비용은 더욱 상승해 개발비보다 몇 배에 이르는 것이 업계 평균이 되고 있죠.

이렇게 개발비용이 급격하기 늘어나고 있는 게임 산업 구조에서 신작을 출시 직후 구독 서비스에 포함하는 것은 상당한 리스크가 발생합니다. 월정액으로 분배되는 수익만으로는 손익분기점을 빠르게 맞추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에 구독 서비스의 신작 라인업은 필연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고, 이것은 대형 신작을 통해 가입자를 유치하는 구독형 서비스에 치명적인 단점으로 다가옵니다. 실제로 Xbox 게임 패스의 경우 자신들이 인수한 베데스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id 소프트 등의 게임사를 제외하면 신작이 동시에 구독형 서비스에 포함되는 일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이처럼 ‘게임 구독형 서비스’는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와 달리 구조적인 차이점이 존재해 현재 다소 침체기에 접어든 상황입니다. 물론, ‘수백 개의 게임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다.’라는 장점은 여전히 매력적인 부분인 만큼 이 ‘구독형 서비스’에 특화된 차별화된 서비스가 등장한다면 분위기를 반전시킬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하죠.

과연 성장세가 둔화된 ‘게임 구독형 서비스’가 넷플릭스를 따라가는 모델에 머무르지 않고, 게임에 맞는 새로운 역할을 찾아낼 수 있을지 앞으로의 모습이 궁금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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