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새 대북정책에 ‘말 폭탄’ 쏟아낸 北, 대화 기회 닫는 자충수

동아일보 입력 2021-05-03 00:00수정 2021-05-0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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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뉴시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조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 정책에 대해 “일괄타결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고, 전략적 인내에도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정책은 북한과 외교를 모색하는 실용적이고 조정된 접근”이라고 말했다. 하루 뒤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북한에 ‘단호한 억지’를 밝힌 것에 대해 “미국은 매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은 또 대북전단 및 인권문제와 관련해 김여정과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비난 성명도 쏟아냈다.

미국의 새 대북 정책은 바이든 정부가 북핵 문제를 미루지 않고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데 나서겠다고 공식화한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바이든 정부는 “궁극적인 비핵화 목표 아래 특정 조치에 대한 (제재) 완화를 제안할 준비가 돼 있다”고도 밝혔는데 북-미 대화 분위기를 만드는 구심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바이든 정부가 버락 오바마 정부의 방관에 치우친 대북 정책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입장 변화다. 커진 북핵 능력이 이제는 미 본토까지 위협한다는 판단에서 나왔을 것이다. 미 행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우리의 결론은 미국에 대한 위협을 제거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는 싱가포르 합의 등 앞선 북-미 합의를 인정하겠다는 입장도 보였다. 북한에 대북 정책의 연속성을 보장할 테니 대화로 나오라는 것이다.

북한도 바이든식 대북 접근법을 분석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하루 뒤 권정근은 “(미국의) 외교란 적대행위를 가리기 위한 허울 좋은 간판”이라고 비판했다. 김여정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상응 행동 검토”를, 외무성은 미국의 대북 인권 지적에 “우리와 전면대결을 준비하는 신호”라며 반발했다. 미국과의 협상에서 몸값을 높이려는 의도적인 비난일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가 ‘신중하고 조정된 외교적 접근’을 밝혔지만 계속 도발 수위를 높인다면 기조가 언제든 바뀔 수 있음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

바이든표 대북 정책의 기틀은 마련됐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우리 정부도 북한이 도발에 나서지 않도록 미국과 어느 때보다 치밀하게 공조해서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 더불어 21일 양국 정상회담에서 보다 구체적인 대북 제안이 나올 수 있게 후속 정책 논의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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