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케미호 피랍부터 석방까지…이란 억류 ‘길었던 9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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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4월 9일 15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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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4일 호르무즈 해협 오만 인근 해역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의해 나포된 ‘한국케미호’ 선박과 선장이 9일 억류가 해제됐다. 사진은 한국케미호.(외교부 제공)2021.4.9/뉴스1 © News1
지난 1월4일 호르무즈 해협 오만 인근 해역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의해 나포된 ‘한국케미호’ 선박과 선장이 9일 억류가 해제됐다. 사진은 한국케미호.(외교부 제공)2021.4.9/뉴스1 © News1

이란 혁명수비대가 9일 한국케미호의 억류를 해제하고 선장을 석방했다. 지난 1월4일 호르무즈 해협 오만 인근 해역에서 한국케미호가 피랍된 지 95일 만의 일이다.

지난 1월4일 이란 혁명수비대가 한국 화학 운반선인 한국케미호를 나포하며 든 이유는 ‘환경오염’이었다. 기름 유출로 인한 환경오염 때문에 배를 억류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란 측은 관련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이에 한국과 이란 정부 양측 모두 공식 인정하진 않았지만, 미국의 경제 제재로 인해 국내은행에 묶이게 된 이란의 동결자금 70억 달러(약 7조6000억원)가 주된 나포 원인으로 꼽혔다.

우리 선박 나포 소식에 외교부와 국방부·해양수산부는 곧바로 종합상황실을 설치하고 대응에 나섰다. 이튿날인 1월5일 정부는 오만의 무스카트항 남쪽 해역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청해부대(최영함)를 호르무즈 해협에 급파하기도 했다.

지난 1월4일 호르무즈 해협 오만 인근 해역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의해 나포된 ‘한국케미호’ 선박과 선장이 9일 억류가 해제됐다. 사진은 한국케미호 내에서 선원들이 시설 점검을 하고 있는 모습. (외교부 제공)2021.4.9/뉴스1 © News1
지난 1월4일 호르무즈 해협 오만 인근 해역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의해 나포된 ‘한국케미호’ 선박과 선장이 9일 억류가 해제됐다. 사진은 한국케미호 내에서 선원들이 시설 점검을 하고 있는 모습. (외교부 제공)2021.4.9/뉴스1 © News1

1월6일엔 주이란 한국대사관 현장지원팀이 억류된 선원 중 대표 1명을 접견했다. 영사 담당 직원 3명으로 구성된 현장지원팀은 면담을 통해 한국인 5명 포함 전체 선원 20명의 신변 안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정부는 이란과의 치열한 ‘외교전’을 펼쳐야만 했다. 정부는 1월7일 고경석 아프리카중동국장을 단장으로 한 실무대표단을 꾸려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파견했다.

1월10일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도 이란을 찾았다. 최 차관은 이란의 카말 하르라지 외교정책전략위원회 위원장과 세이에드 압바스 아락치 외무부 차관 등 주요 이란 당국자들과 만나 조속한 억류해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최 차관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1월14일 귀국했고 일각선 ‘빈손 귀국’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 속 1월20일 이란의 모하바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부 장관이 한국 내 이란 동결자산 문제에 대해 “한국이 미국의 명령에 따라 이란의 자산을 압류했다”며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며칠 후 이란의 모즈타파 졸누리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장도 비슷한 언급을 내놨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9일 한국케미호의 억류를 해제하고 선장을 석방했다. 지난 1월4일 호르무즈 해협 오만 인근 해역에서 이란 혁명수비대가 한국케미호를 나포한 지 95일 만의 일이다. © News1
이란 혁명수비대가 9일 한국케미호의 억류를 해제하고 선장을 석방했다. 지난 1월4일 호르무즈 해협 오만 인근 해역에서 이란 혁명수비대가 한국케미호를 나포한 지 95일 만의 일이다. © News1

1월27일 송영길 외교통일위원장과 화상회담을 가진 졸누리 위원장은 “미국의 대이란 불법 제재로 한국 정부가 이란의 자산을 동결했고, 동결 해제 약속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진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식의 입장을 펼쳤다.

다만 한국케미호 나포 이유에 대해 졸누리 위원장은 “걸프만 해역 오염 문제 때문”이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면서도 “이란 자산 동결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에 송 위원장은 “한국은 (이란과) 다양한 분야에서 관계를 강화할 의지가 확고하다”며 “국회는 이란 자산동결 문제 해결을 주장하고 있고 해결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

나포된 지 한 달이 지나서야 조금의 진전이 생겼다. 2월2일 최 1차관과 아락치 이란 외교부 차관이 통화를 갖고 선박과 선장을 제외한 억류된 선원 19명을 전원 석방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선박 유지에 필요한 필수인력 13명을 제외하면 사실상 6명 정도만 귀국할 수 없는 상황이라 ‘반쪽 석방’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2월10일 한국인 선원 1명이 나포 37일 만에 귀국한다. 해당 선원은 건강상의 이유로 조기 귀국하게 됐다. 3월8일엔 미얀마 국적 선원 5명이 본국으로 귀국했다.

당초 승선 선원 20명 중 우리 국적 선원 2명을 포함해 9명이 귀국했으며 대체 인원 2명이 파견됐다. 최근까진 우리 선원 5명, 미얀마 5명, 인도네시아 1명, 베트남 2명이 승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이날 마침내 한국케미호의 선장과 선박이 억류에서 풀려놨다. 그간 이란이 동결자금 문제를 거듭 강조한 만큼 이번 선박과 선장 전격 석방을 두고 외교가에선 국내 동결자금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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