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사각지대 가정에 희망 주는 대구 ‘키다리 점빵’

명민준 기자 입력 2021-04-08 03:00수정 2021-04-08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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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상담만으로 생필품 제공
이달초까지 3625가구 지원 받아
정부 수급자 선정 돕고 단체 연결
입소문 나며 기업체 후원 이어져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 가정에 희망을 선물하는 대구 남구 달구벌 키다리 나눔점빵에서 자원봉사자가 방문객들에게 생필품 꾸러미를 소개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대구 서구의 A 씨(57·여)는 20만 원짜리 월세방에 혼자 산다. 일용직으로 겨우 하루하루를 버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A 씨의 삶은 더 어려워졌다. 지난해 8월 실직하면서 각종 공과금을 내지 못했고 기본 생계유지조차 어려웠다. 월세도 6개월 이상 밀려 쫓겨날 처지였다.

절망에 빠져 있던 올해 2월 어느 날 A 씨는 ‘달구벌 키다리 나눔 점빵’(키다리 점빵) 개소 소식을 들었다. 대구시가 코로나19 때문에 갑자기 사정이 어려워진 시민들에게 3만 원가량의 각종 생필품을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A 씨는 “필요한 물품을 챙기면서 동(洞) 행정복지센터에 제 사정을 알렸더니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신청을 도와줬고 나중에 일자리까지 구해줬다. 키다리 점빵이 다시 인생을 시작할 수 있도록 나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대구시의 키다리 점빵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 가정에 희망을 선물하고 있다. 시는 2월 9일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성금 3억5000만 원으로 8개 구군 11곳에 키다리 점빵을 열었다. 기초생활보장수급 등 신청 절차가 번거로운 기존 복지 지원책과 달리 간단한 상담만으로 생필품을 제공하고 있다. A 씨처럼 벼랑 끝에 놓인 이들을 위한 긴급 지원의 성공 모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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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에 따르면 이달 2일까지 모두 3625가구가 키다리 점빵을 찾아 생필품 꾸러미를 지원받았다. 운영 목적 가운데 하나인 복지 사각지대 해소 역할에도 충실했다. 시는 키다리 점빵을 찾은 이용자의 사정을 자세하게 파악해 정부의 복지 지원책 수급자로 선정되도록 돕고 일부는 민간단체 지원으로 연결했다. 키다리 점빵을 이용한 전체 가구 가운데 40%인 1451가구가 장기 지원 대상이 됐다. 특히 498가구는 기초생활보장수급, 107가구는 법정차상위계층 자격을 얻었다.

성과 소식을 접한 기업체들의 후원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기업은 올여름 무더위를 대비할 수 있도록 친환경 냉동트럭 5대(6억2500만 원 규모)를 키다리 점빵에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대구시는 키다리 점빵을 통한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신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달 말부터 지역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생필품 기부함을 설치해 ‘달구벌 키다리 기부 점빵’을 운영한다. 시민 누구나 이곳에 생필품을 기부하면 키다리 점빵을 통해 저소득층에게 지원하는 방식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키다리 점빵은 코로나19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행정 사례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대구시민들의 코로나19 피해를 최소화하고 침체한 경제가 다시 살아나도록 뒷받침하는 다양한 정책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복지 사각지대#대구#키다리 점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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