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학생들과 ‘줌’으로 만나 상대국 언어로 대화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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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운영 ‘온라인 협력수업’
호주-뉴질랜드 학교와 문화 교류… 연가초-광남고 등 학교 6곳 참여
주제 정해 자유롭게 대화하고, 한국 가요 뮤직비디오 만들기도
참여 학생들 “국제 교류에 만족”… 일본-중국-프랑스 등 국가 확대

서울 광남고 학생들과 뉴질랜드 ‘넷 엔제트(NET NZ)’ 통신학교 학생들이 민간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을 통해 서로의 집을 소개하고 있다. 서울 광남고 제공
서울 광남고 학생들과 뉴질랜드 ‘넷 엔제트(NET NZ)’ 통신학교 학생들이 민간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을 통해 서로의 집을 소개하고 있다. 서울 광남고 제공
“오늘 세계지리 시간에 뉴질랜드가 나왔어! 조앤, 네 생각이 나서 반갑더라.”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청소년 국제 교류의 문이 굳게 닫혔다. 하지만 서울 광남고 이해원 양(18)은 뉴질랜드 ‘넷 엔제트(NET NZ)’ 통신학교에 재학 중인 조앤(17)과 ‘펜팔 친구’가 됐다. 협력수업이 끝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이 양은 조앤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이 양은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10월 실시한 ‘상대국 언어로 말하는 온라인 협력수업’에 참여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호주와 뉴질랜드 대사관을 통해 한국어반이 있는 호주와 뉴질랜드 학교 5곳을 모집했다. 한국에선 4개 초등학교와 2개 고교가 참여했다. 수업 방식은 간단하다. 민간 화상회의 플랫폼인 ‘줌(Zoom)’을 이용해 한국 학생들은 영어로, 호주·뉴질랜드 학생들은 한국어로 대화하는 것. 수업 주제는 자기소개, 서로의 문화 소개 등 양국 교사가 자율적으로 정했다.

○함께 그림 그리는 온라인 교류

서울 광진구 광남고 컴퓨터실에서 한 학생이 방과 후 ‘상대국 언어로 말하는 협력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은 프랑스, 러시아 등으로까지 온라인 협력수업 참여 국가를 늘릴 계획이다. 서울 광남고 제공
서울 광진구 광남고 컴퓨터실에서 한 학생이 방과 후 ‘상대국 언어로 말하는 협력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은 프랑스, 러시아 등으로까지 온라인 협력수업 참여 국가를 늘릴 계획이다. 서울 광남고 제공
서울 연가초 6학년 6반 학생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수요일마다 1시간씩 총 6회에 걸쳐 호주 캠프시공립초 한국어반 학생들과 온라인으로 만났다. 담임인 박소연 교사가 6학년 사회교과에 나오는 ‘다른 나라 문화의 이해’ 수업을 온라인 협력수업으로 구성했기 때문이다. 박 교사는 “외국인 친구와 교류해보는 것이 다른 나라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두 학교 선생님들이 정해주는 주제에 따라 대화를 나눴다. 좋아하는 음식, 스포츠, 음악 등이다. 호주 학생들이 “우리는 채소로 만든 ‘베지마이트 잼’을 매일 먹는데 맛이 없다”고 이야기하면, 한국 학생들은 “우리는 떡볶이, 비빔밥, 불고기 같은 음식이 제일 유명하다”며 서로의 식문화를 공유하는 식이다. 마지막 수업 시간에는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라는 한국 노래 가사에 맞춰 다 함께 그림을 그려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완성하기도 했다.

서울 광남고에선 1,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협력수업이 진행됐다. 광남고는 온라인 국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학생들의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고 협력수업 시범학교에 지원했다. 반별 공지를 거쳐 희망학생 9명을 모집했다.

협력수업은 뉴질랜드 넷 엔제트 통신학교 한국어반 학생들과 진행됐다. 한국 학생과 뉴질랜드 학생들은 줌의 소그룹 기능을 통해 1 대 1 또는 1 대 2로 만나 서로의 취미를 공유하며 친해졌다. 마지막 수업은 학생들의 집에서 진행됐다. 학생들은 각자 집에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들고 집 안에 놓인 가족사진, 연예인 포스터를 소개하기도 했다.

○프랑스 러시아로 상대국 늘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온라인 협력수업에 참여한 학생 1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참여 학생 대부분 온라인 국제 교육에 만족하고 있었다. 만족도를 5점 만점으로 볼 때 초등학생은 4.26점, 고등학생은 4.89점이었다. 교사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이추진 서울 정덕초 교사는 “영어를 실생활에서 써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어서 참여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다”며 “아이들도 ‘나라를 대표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수업에 진지하게 참여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고등학생들 중 일부는 협력수업이 끝난 뒤에도 개인 SNS 등을 통해 해외 학생과 활발하게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이와 같은 국제 협력수업 학교를 늘릴 계획이다. 참여 학교와 함께 교류 국가도 확대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10월 올해 협력수업을 진행할 일본 12개교, 중국 8개교, 러시아 1개교, 프랑스 1개교를 모집했다. 이들 학교와의 합력수업은 4월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지난해 국제 협력수업을 진행한 호주와 뉴질랜드 참여 학교도 지난해 5곳에서 올해 14곳 정도로 늘어난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달 중 이들 학교와 협력수업을 진행할 한국 학교를 모집할 예정이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외국 학생#줌#온라인 협력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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