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직 대통령 사면 논란, 親與 여론에 갇히면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5일 00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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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초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거론한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론이 친문세력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쳐 주춤하는 모양새다. 그제 민주당 긴급 최고위에서 이 같은 반발을 의식해 두 전 대통령의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정리한 뒤 어제 최고위에서는 사면과 관련한 언급이 사라졌다.

민주당 최고위가 두 전 대통령의 반성이 사면의 조건인 것처럼 내건 것은 가만있는 것만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두 전 대통령은 본인들이 사면을 요구한 적이 없다. 조건 충족이 안돼 1년 3개월밖에 남지 않은 대선까지 사면이 이뤄지지 않으면 가장 큰 부담을 갖게 될 것은 바로 민주당이다.

사면권은 대통령의 권한이므로 이 대표든 누구든 왈가불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을 위해서 도움이 안 된다. 이 대표가 청와대와 교감을 갖고 사면론을 제기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당 지도부조차 대통령 지지자들의 반발을 사전에 무마하지 못한다면 대통령이 사면 결정 시 져야 하는 부담은 고스란히 대통령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아직 확정판결이 내려지지 않았는데도 사면을 거론하는 것은 삼권분립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라는 반응은 트집 잡기에 불과하다. 재상고심으로 판결이 확정되긴 하지만 지난해 대법원 판결로 이미 유무죄가 가려지고 대략적인 형량이 나와 재상고심에서 사면과 관련한 유의미한 변동이 있을 상황이 아니다. 재상고심을 10여 일 앞두고 시작되는 사면 논의는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다.

이 대표가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국민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충정에서 사면을 거론했다고 말한 것은 단순히 코로나 위기의 극복만이 아니라 내년 대선을 정치보복을 피하기 위한 사활을 건 싸움이 아니라 상대방을 인정하면서 벌이는 민주적 경쟁의 장으로 만들기 위한 의미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당내 강경파들의 편협하고 비합리적인 주장에 갇혀서 전직 대통령 사면문제에 대해 떠밀려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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