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경기 침체 장기화로 청년 실업이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고학력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으로 대거 몰리고 있다. 16일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지난 달 중국에서 실시된 연례 공무원 시험에 역대 최대인 371만8000명이 지원했다고 전했다. 이 중 신규 공무원으로 선발되는 인원은 3만8100명으로 합격률은 약 1%에 그친다.
이전에도 공무원은 중국에서 인기 직업이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내수 부진과 부동산 시장 침체로 취업난이 악화되면서 더 많은 청년이 안정성 등을 이유로 공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국 공상연합회에 따르면 중국 상위 500대 민간기업들은 지난해에만 31만4600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올 10월 기준 학생을 제외한 중국의 도시지역 16∼24세 청년층 실업률은 17.3%에 달했다.
CNBC는 “중국경제가 개방된 뒤 고학력 청년들은 더 높은 급여와 취업 기회를 찾아 민간 기업으로 향했다”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당국의 규제 강화로 민간에서 대규모 해고가 발생하자 ‘철밥통’의 인기가 부활했다”고 진단했다. 중국 채용 플랫폼 자오핀에 따르면 공공부문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꼽은 학생 비율이 2020년 42%에서 2024년 63%로 급증했다. 청년들의 ‘워라밸’ 중시 경향도 공직 선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원자는 폭증했지만 재정난을 겪고 있는 지방정부들이 인력 확충을 꺼리면서 채용 규모는 줄고 있다. 일부 농촌지역 공무원 경쟁률은 6470대 1에 달했다. 뉴욕대 상하이 캠퍼스의 한센린 교수는 CNBC에 “일부 지역의 공무원 경쟁률은 세계에서 가장 입학하기 어려운 대학들과 맞먹는 수준”이라며 “공무원 시험이 중국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국가 행사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평했다.
올해 중국 대졸자는 1222만 명으로 사상 최대이며, 내년엔 1270만 명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대학생들이 창업이나 민간 분야에 진출하기보다 공공부문에 몰리는 현상이 장기적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줄 거라고 경고했다. 밍장 리 싱가포르 난양공대 교수는 “이런 추세는 국가의 인적 기반을 강화하는 동시에 민간경제의 역동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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