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을 넘어서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는 선수들은 종목을 가리지 않고 저마다의 롱런 비결을 가지고 있다. 마흔여섯까지 미·일 통산 안타 4367개를 때려낸 일본 야구의 전설 스즈키 이치로(52·은퇴)는 장비를 매일 손질하는 작은 습관과 자기 관리를 꼽았다. 프로배구 데뷔 18년 차 세터 한선수(40·대한항공)가 꼽은 비결은 “핑계를 대지 않는 것”이다.
한선수는 마흔 번째 생일이던 1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5∼2026 V리그 3라운드 현대캐피탈과의 남자부 안방경기에서 팀의 3-0(29-27, 27-25, 25-23) 셧아웃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경기 후 “축하받을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큼 뛰고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선수는 계속해 “후배들과 똑같이 주 4회 웨이트 트레이닝을 채우려고 한다”며 “하나둘 빠지기 시작하면 그게 곧 핑계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의 과오를 인정하고 내일을 준비해 왔기 때문에 마흔 살 생일에도 경기에 나설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핑계와 타협하지 않는 한결같은 ‘성실함’이 오늘날 성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번 시즌부터 새로 대한항공 지휘봉을 잡은 헤난 달 조토 감독(65·브라질) 역시 “한선수는 경기에 들어갈 때와 끝날 때 차이가 없다. 그만큼 체력적인 준비가 잘 되어 있다”라고 치켜세웠다. 이 같은 노력은 코트 위에서도 드러난다. 한선수는 이날 1세트에서 네트를 넘어갈 뻔한 리시브를 손끝으로 세트(토스)해 오버네트 범실을 막아내는 장면을 연출했다.
2007~2008시즌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2순위로 대한항공에 입단한 한선수는 한번도 유니폼을 바꿔 입지 않은 ‘원클럽맨’이다. 2017~2018시즌을 시작으로 구단이 챔피언결정전에서 다섯 차례 승리하는 우승하는 동안 줄곧 주전 세터 자리를 지켰다. 2022~2023시즌을 마치고는 남자부 세터 최초로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뽑혔고 2024~2025시즌에는 V리그 출범 20주년 베스트7 세터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한선수는 이번 시즌에도 상대 블로커가 없거나 1명인 공격수에게 공을 띄우는 ‘러닝 세트’ 비율에서 이날 현재 36.3%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대한항공 공격수는 그만큼 득점하기 쉬운 환경에서 스파이크를 날릴 수 있다. 한선수의 활약에 힘입어 대한항공은 고공비행을 이어나가고 있다. 대한항공은 현재 승점 34(12승 2패)로 2위 현대캐피탈(승점 26)에 8차이로 앞선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