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콘서트처럼… 온택트로 팬과 실시간 소통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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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기업, 비대면 시대 '엔터테크 전략'
BTS, AR-XR 등 첨단기술 도입… 6개 대형 LED 화면 무대에 설치
공연예술계에 ‘언택트 룰’ 등장… 오페라-발레-뮤지컬-연극도
공연 온라인 플랫폼으로 방송… 영상 유료화 통한 수익 실험도

팬데믹 시대에 공연예술의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 방탄소년단의 온라인 콘서트 ‘BTS 맵 오브 더 솔 원(MAP 
OF THE SOUL ON:E)’. 10월 열린 이 콘서트에서 BTS는 화상회의 솔루션 등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전 세계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했다. 동아일보DB
팬데믹 시대에 공연예술의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 방탄소년단의 온라인 콘서트 ‘BTS 맵 오브 더 솔 원(MAP OF THE SOUL ON:E)’. 10월 열린 이 콘서트에서 BTS는 화상회의 솔루션 등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전 세계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했다. 동아일보DB
팬데믹이 종료되더라도 우리는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특히 대중과의 직접 만남에 사업의 승부수를 걸었던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대중 앞에 나서야 한다. 비대면 시대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기술이다. 이제 콘텐츠를 구현하고 관객과 만날 때는 신기술을 접목한 ‘엔터테크(Entertainment+Technology)’ 전략을 써야 한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2월 1일자(310호)에 실린 팬데믹 시대 엔터테인먼트 전략에 대해 요약, 정리했다.

○ 대체 아닌 확장 전략

팬데믹 이후 5세대(5G) 통신, 인공지능(AI), 로봇, 드론,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및 확장현실(XR) 등 디지털 기술이 우리 생활에 더 빨리 스며들고 있다. 현실 세계 위에 가상의 객체를 합성해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AR는 현실과의 단절을 택하는 VR의 단점까지 뛰어넘었다. 또 빠르고 끊김 없는 5G 통신 기술은 현실의 모든 것을 실시간으로 디지털 객체와 연결하는 AR를 구현하고 있다. AR, VR를 모두 아우르는 XR는 가상공간에서도 다양한 감각을 만끽할 수 있게 도와줌으로써 인류가 추구했던 새로운 세계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도록 해줬다.

이렇듯 물리적 거리감을 발생시키는 ‘언택트(untact)’ 환경을 뛰어넘어 온라인으로 사람들을 더 가깝게 하는 ‘온택트(ontact)’ 플랫폼을 구축하려면 기술이 필요하다. 온택트 플랫폼의 등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2020년 10월 10, 11일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방탄소년단(BTS)의 콘서트다. 이 콘서트에서 처음 시도한 것은 BTS가 팬클럽 ‘아미’의 목소리를 듣고 얼굴을 보며 공연할 수 있게 한 ‘아미 온 에어(ARMY on Air)’ 시스템이었다.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에 사전 응모와 추첨을 통해 선정된 팬들의 얼굴이 비쳤고, 함께 음악을 따라 부르는 ‘떼창’과 응원 소리가 무대에 고스란히 전달됐다. 기술과 감성이 조화를 이뤄 팬과 BTS 사이의 실시간 소통이 완성되고 함께 호흡하는 듯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처럼 BTS의 콘서트는 단지 공연 실황을 고화질 카메라로 내보내는 단계를 넘어 AR, XR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해 온라인 공연의 한계로 꼽혔던 관객과의 소통 부족을 극복했다. 나아가 동시에 재생되는 각기 다른 6개 화면 중에서 보고 싶은 것을 실시간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함으로써 팬들에게 자율적인 권한을 부여했다. 이로써 BTS의 온택트 공연은 경험의 ‘대체’에 그치지 않고 ‘확장’을 가져온 차별화의 대명사가 됐다.

○ ‘언택트 룰’을 기억하라

이처럼 대중을 방 안에 가둔 팬데믹의 현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에 또 다른 기회의 문을 열어줬다. 특히 시공간을 확장, 증폭시킨 기술이 시장의 선두주자가 되려는 모든 기업에 필수 요소가 됐다. 보통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지고 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선두주자(First-mover)는 그에 걸맞은 이점을 누리게 된다. 물론 이점을 상쇄할 만큼 시장의 불확실성은 크고, 처음 시장에 진출하는 데 따른 부담감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문화를 소비하는 대중과의 직접 만남을 통해 성장해 온 만큼 언택트 시대에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려면 과감한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공연예술계에서도 새로운 시장 카테고리를 창출한 사례가 나오면서 이전과는 다른 시장의 법칙, 즉 ‘언택트 룰(rule)’이 만들어지고 있다. 언택트 시대 대중문화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Over the Top) 플랫폼을 바탕으로 새로 단장한 데 이어 이제는 오페라, 발레, 뮤지컬, 연극 등의 공연예술 분야도 공연 영상을 온라인 플랫폼으로 내보내고 있다. 공연 영상의 유료화를 통한 수익화 실험도 한창이다.

새로운 ‘언택트 룰’의 핵심은 오프라인 경험을 온라인으로 이전하는 것을 넘어 기술을 바탕으로 온라인에서만 누릴 수 있는 차별화된 혜택을 더하는 데 있다. 그래야 유료 결제를 유도할 수 있다. 가령 뮤지컬 ‘모차르트’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영상 촬영을 위한 공연을 따로 진행했다. 모차르트의 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는 영상 유료화를 위해 고화질(풀HD) 카메라 9대, 지미집 2대를 사용하는 등 촬영 규모를 키우고 품질을 높였다. 촬영 기법을 동원해 시청자가 좋아하는 특정 배우의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를 더욱 자세히 볼 수 있도록 해주고 48시간 다시 보기 서비스도 제공했다. 마찬가지로, 국립국악원도 연주자들의 표정과 무용가의 세세한 동작을 360도 전 방향에서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는 VR 콘텐츠를 마련했다.

언택트 룰을 만들고 싶다면 ‘역포지셔닝(Reverse Positioning)’ 마케팅 전략을 쓰는 것이 필요하다. ‘역마케팅’으로도 알려진 이 전략은 소비자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가장 기본적이거나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기능을 과감히 삭제하고 독창적인 기능을 추가하는 것을 일컫는다. 일종의 ‘일탈’에 가깝다. 대부분의 포털 첫 페이지가 수많은 정보와 광고로 도배돼 있을 때 구글은 텅 빈 공간을 택했다. 또 경쟁 포털을 압도하는 빠른 검색 속도를 제공했다. 이처럼 비대면 시대의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콘텐츠 구매나 플랫폼 서비스 사용을 강요하기에 앞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일탈’을 통해 고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박영은 프린스술탄대 경영대학 교수 ypark@psu.edu.sa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bts#콘서트#온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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