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가족 “조두순, 반성 한다면 안산 안왔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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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만기 출소… 주민들 고역

12년 형기를 마치고 만기 출소한 아동성범죄자 조두순이 12일 오전 경기 안산준법지원센터에서 뒷짐을 진 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안산=뉴시스
12년 형기를 마치고 만기 출소한 아동성범죄자 조두순이 12일 오전 경기 안산준법지원센터에서 뒷짐을 진 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안산=뉴시스
“천인공노할 잘못을 했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12일 새벽 서울 남부교도소에서 출소를 준비하던 조두순(68)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정문 안에서 차량에 탄 채 대기하던 그가 자신의 출소에 격렬히 반발하는 시위대를 보고서 한 말이다.

초등학생 여아를 성폭행한 혐의로 2008년 구속 수감됐던 조두순이 12년 형을 마치고 12일 출소했다. 시위대의 반발로 예정 시간보다 늦은 오전 6시 45분쯤 떠난 차량은 안산준법지원센터(안산보호관찰소)에 들른 뒤 오전 9시경 거주지로 갔다. 교도소는 물론 보호관찰소와 거주지 주변엔 인파가 몰려 ‘조두순 사형’ 등을 외치며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 뒷짐 진 채 고개 숙인 조두순

남부교도소 정문 앞은 전날인 11일 밤부터 밤샘 대기를 한 인원이 수십 명이었다. 12일 오전 차량이 정문을 나서자 시위대는 도로에 드러눕고 달걀을 던지며 격렬히 반발했다. 일부는 차량으로 돌진해 문을 열려고 시도하다 경찰에 제지당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오전 6시 반경 출발 예정이던 차량은 시위대로 인해 15분가량 출발을 늦추고 대기했다. 이때 시위대를 본 조두순은 놀란 표정으로 “천인공노할 잘못을 했다.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다. (시민들 반응이) 이 정도일 줄 몰랐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12일 오전 경기 안산준법지원센터에서 나와 자택으로 향하는 조두순을 태운 차량 위에 올라간 한 시민이 발길질을 하고 있다. 안산=뉴시스
12일 오전 경기 안산준법지원센터에서 나와 자택으로 향하는 조두순을 태운 차량 위에 올라간 한 시민이 발길질을 하고 있다. 안산=뉴시스
시위대를 뚫고 떠난 차는 오전 7시 47분경 보호관찰소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며 처음 모습을 드러낸 조두순은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쓴 상태였다. 카키색 패딩 점퍼를 입은 그는 오른손엔 귤을 쥐고 있었다. 약 1시간 동안 전자감독 신고 절차를 마치고 나온 조두순은 뒷짐을 진 채 두 차례 정도 고개를 숙여 인사하기도 했다. “(피해자와 국민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답하지 않았다. 보호관찰소 관계자는 “피해자한테 사과하고 싶다고 했으나 2차 가해가 될 수 있어 불가능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보호관찰소 앞에선 더 큰 혼란이 벌어졌다. 교도소보다 많은 100여 명이 거세게 차량을 공격했다. 몇몇은 차량 위에 올라가거나 돌덩이 등으로 창문을 내려찍기도 했다. 조두순은 긴장된 표정으로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었으며 차마 바깥을 쳐다보지도 못했다고 한다.

○ 자택 주변 난장판…고역은 주민 몫

법무부에 따르면 12일 오전 9시경 귀가한 조두순은 13일 오후까지 자택에 그대로 머물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외출하려는 움직임은 없다. 당분간 먹을 게 마련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두순은 아직 휴대전화가 없어 그의 아내와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12일 조두순 자택 주변은 하루 종일 시끄러웠다. 유튜버와 인터넷방송 진행자 등도 찾아오며 한때 200명이 넘는 이들이 뒤섞였다. 일부는 건물 뒤편에 있는 가스밸브를 잠그고, 배관을 타고 침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밤에는 불이 꺼진 조두순의 거주지 창문에서 손전등 불빛이 바깥을 비춰 유튜버들이 “조두순 나와”라며 고성을 질렀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방송 진행자와 시민 등 4명을 주거침입 미수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고 말했다.

고역을 치른 건 주민들이다. 경찰은 소란에 따른 주민 민원이 이어지자 12일 밤부터 경비 방침을 바꿨다. 자택이 있는 주택가에 진입하는 골목 입구부터 차단하고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조두순의 출소 소식을 들은 피해자 아버지는 “(조두순이) 정말 반성한다면 안산으로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1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새로 이사한 집에서 모든 걸 잊고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와는 멀리 떨어졌지만 불안해할 이웃 주민들과 고생하는 경찰에게 미안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안산=신지환 jhshin93@donga.com / 박종민 기자
#조두순#만기#출소#피해자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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