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하늘로 간 ‘축구의 신’ 마라도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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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펠레(브라질)를 ‘축구 황제’라 칭하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를 ‘축구의 신’으로 부릅니다. 메시(아르헨티나)와 호날두(포르투갈)에게 열광하는 요즘 청소년들에게 펠레와 마라도나는 게임 속에나 등장하는 전설일 수도 있습니다.

세기의 축구 천재 디에고 마라도나(사진)가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 자택에서 향년 60세로 세상을 떴습니다. 경막하혈종으로 뇌수술을 받고 퇴원해 회복하던 중 갑작스럽게 심장마비가 왔다고 합니다. 허무하게 생을 마감한 축구의 신은 그의 부모가 잠들어 있는 인근 공원묘지에 안장됐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마라도나 사망 후 첫 주말에 개최되는 모든 경기에 애도 묵념을 하도록 211개 회원국에 요청했습니다. 메시(FC 바르셀로나)는 지난달 2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오사수나와의 경기에 출장해 골을 넣자마자 마라도나를 추모하는 골 세리머니를 펼쳤습니다.

마라도나는 가난과 신체 조건을 극복하고 세계 최고의 선수로 등극했습니다. 놀라운 스피드와 균형감은 165cm의 작은 키를 상쇄하고도 남았습니다. 정교한 발재간으로 수비수 사이를 휘젓는 그의 몸놀림은 환상적이었습니다. 마치 성난 황소가 발목에 볼을 매달고 골대를 향해 돌진하는 듯했습니다. 그의 현란한 드리블은 오프사이드 트랙을 무력화했습니다.

전성기를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보낸 그는 SSC 나폴리에 입단한 1984년부터 팀을 떠난 1991년까지 257경기에서 115골 29도움을 기록했습니다. 약체였던 나폴리를 세리에A 정상에 올려놓으며 ‘나폴리의 영웅’으로 추앙받았습니다. 그러나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 대표로 출전해 주최국 이탈리아에 뼈아픈 패배를 안겼습니다. 팬들로부터 배신자로 몰리며 이탈리아를 떠났지만, 마라도나의 영면 앞에 나폴리 시민들은 진심으로 애도했습니다.

마라도나는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있습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당시 한국의 조별리그 첫 상대가 아르헨티나였습니다. 마라도나를 막아내기 벅찼던 허정무 선수는 날아차기 같은 거친 태클로 맞섰습니다. ‘태권 축구’라고 불린 이 장면은 해외에서도 화제가 됐습니다. 이날 마라도나는 11개의 파울을 당하면서도 3개의 도움을 기록해 우리나라에 패배를 안겼습니다. 예선 리그를 통과한 아르헨티나는 준결승에서 잉글랜드와 마주했습니다. 포클랜드섬 영유권을 둘러싼 전쟁(1982년)에서 패배한 아르헨티나의 복수전이었습니다. 이 경기에서 마라도나는 두 골을 넣어 통쾌한 승리를 이끕니다. 독일(당시 서독)과의 결승전에서도 결정적 패스로 승리하면서 아르헨티나에 우승을 안겨줬습니다.

빛났던 축구 인생과 달리 마라도나의 삶은 굴곡이 많았습니다. 약물 복용과 폭행 시비, 그리고 숨겨진 자녀들까지 절제하지 못한 사생활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스타의 고독을 감당하지 못하고 방황했습니다. 마침 그의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영국의 아시프 카파디아 감독의 ‘디에고’입니다.

한때 신과 같았던 별이 나약한 인간의 모습으로 홀연히 떠나버린 뒷모습이 애잔합니다. “분명히 언젠가 하늘에서 우리가 함께 공을 찰 것”이라는 펠레의 애도사가 여운을 남깁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마라도나#축구의 신#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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