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로폼 테이프 뜯고 이물질 제거… 수백명이 선별장서 쓰레기와 씨름

사지원 기자 입력 2020-12-01 03:00수정 2020-12-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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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관리도우미 활동 현장 가보니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성북구의 한 재활용품 선별장에서 스티로폼 상자의 이물질을 제거하고 있는 자원관리도우미(왼쪽 사진)와 제거 후 쌓인 폐기물의 모습.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사지원 기자
“상자 열 개 중 아홉 개에는 이렇게 테이프가 붙어 있어요.”

지난달 26일 서울 성북구의 한 재활용품 선별장에서 만난 김경륜 씨(55)가 스티로폼 상자에 붙어 있는 테이프를 떼며 말했다. 상자에 두 겹으로 칭칭 감긴 테이프는 몇 차례의 가위질을 하고난 뒤에야 떨어져 나갔다. 김 씨는 테이프가 제거된 스티로폼 상자를 열처리하는 기계 속으로 던져 넣었다.

김 씨는 9월부터 이 재활용품 선별장에서 자원관리도우미로 일하고 있다. 성북구 선별장에서는 평일 오전에 김 씨를 포함해 도우미 3명이 일을 한다. 자원관리도우미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폐기물 분리배출 방법을 홍보하는 공동주택 자원관리도우미와 재활용 폐기물 분리 업무를 돕는 재활용품 선별장 자원관리도우미로 나뉜다. 11월 19일 기준 8813명은 공동주택에서, 300명은 143곳의 공공·민간 선별장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은 14일까지 자원관리도우미로 일한다.

선별장 자원관리도우미들의 주 업무는 스티로폼 또는 종이 상자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것이다. 플라스틱 컨베이어벨트에서 플라스틱들을 골라내는 일은 숙련 노동자가 아니면 위험하기 때문에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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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관리도우미들의 ‘주적’은 테이프다. 택배 상자로 이용된 종이나 스티로폼 상자 대부분에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스티로폼을 배출할 때는 테이프와 송장 같은 이물질은 뜯어내고, 이 이물질들은 일반쓰레기로 버리는 게 원칙이다. 이물질이 없는 스티로폼은 열처리 등을 통해 액자틀, 욕실 발판 등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배출되는 스티로폼은 거의 없다. 그래서 자원관리도우미들이 일일이 테이프를 뜯고 있는 것이다.

이날 자원관리도우미들이 스티로폼에서 분류한 이물질은 점심 때도 되기 전에 이미 커다란 자루 하나를 가득 채웠다. 테이프뿐 아니라 아이스팩, 까만색 도시락 용기, 과일 포장재 등 이물질 종류가 다양했다. 특히 과일 포장재는 시민들이 스티로폼이라 재활용이 된다고 착각하는 대표적 품목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한다. 일반적인 스티로폼 상자와 재질이 다른 데다 품질이 떨어져 선별업체에서 이물질로 골라낸다. 색깔이 있는 도시락 용기도 섞이면 재활용 품질을 떨어뜨려 따로 버려야 한다.

종종 음식물 등 각종 쓰레기들이 스티로폼 상자 안에 들어 있는 경우도 있다. 여름에는 특히 수박 껍질이 많이 나온다. 자원관리도우미 윤모 씨(39·여)는 “도우미 일을 하면서 재활용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 선별장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을 알게 됐다”면서 “기업은 생산 단계에서 재활용이 잘되도록 만들고 시민들은 분리수거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가 찾은 이날도 선별장에서는 퀴퀴한 악취가 흘러나왔다.

환경부는 자원관리도우미 투입으로 선별 효율은 11% 높이고, 쓰레기로 배출되는 잔재물은 7%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내년에도 국고보조금을 일부 지원해 원하는 선별장에 자원관리도우미를 배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자원관리도우미#재활용 쓰레기#분리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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