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판사사찰 아니다” 문건 공개… 秋 “불법정보 맞다” 수사의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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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직무배제]추미애-윤석열 ‘판사사찰’ 정면대결

윤석열 검찰총장 측이 26일 “사찰이 전혀 아니며 일반인의 상식적 판단에 맡겨보자는 생각”이라며 공개한 9장짜리 문건.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제공
“검찰이 법원을 사찰하는 부도덕한 집단처럼 보이는 것이 우려되고, 검찰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의혹을 해소하려는 것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명령 사유로 제시한 ‘재판부 불법 사찰 의혹’과 관련해 윤 총장 측의 법률 대리인은 26일 해당 문건을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검사들의 공소유지를 위해 합법적인 방법으로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정상적인 직무였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려는 것이다.

법무부는 윤 총장이 문건을 공개한 지 1시간 40분 뒤 윤 총장을 판사 불법 사찰 관련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발표하며 맞불을 놓았다.

○ 9쪽 문건에 판사 37명 관련 정보 담겨

윤 총장 측이 공개한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은 피고인과 소속 재판부, 사법연수원 기수와 지위 및 비고 등의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올 2월 26일 작성된 9쪽 분량의 문건에는 18개 사건을 맡고 있는 판사 37명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다. 비고에는 판사들의 출신 대학과 주요 판결, 세평 등이 적혀 있는데 법무부는 이 항목을 지목해 “불법 정보를 수집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세부 내용을 보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과 관련해 부장판사 3명을 언급하며 간략한 설명을 달았다. ‘서울중앙지법 재판장 ○○○ 부장판사-우리법연구회 출신이나 합리적이라는 평가, ○○○ 차장(검사) 처형(妻兄)’ ‘○○○ 부장판사-변호인 주장 많이 들어주는 편’ ‘주심 ○○○ 부장판사-주관 뚜렷하기보다 여론이나 주변 분위기에 영향 많이 받는 편’ 등이다.

사법농단 사건을 담당하는 한 배석판사에 대해선 ‘16년도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 포함. 15년 휴일당직 전날 술 마시고 늦게 일어나 당직법관으로서 영장심문기일에 불출석 언론 보도’라는 설명이 달려 있다.

다른 재판부 재판장에 대해선 경희대 법대 출신이라고 언급하며 ‘문재인 대통령 취임 시 기준 경희대 출신 부장판사급 이상 6명’이라고 적었다. 이 재판장과 관련해선 “변호인이 기피신청서에 ‘중앙법원장 주재 모임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자들을 엄단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기자의 제보가 있다’고 썼다”는 내용도 있다.

또 ‘주심 ○○○ 판사-법관임용 전 대학·일반인 취미 농구리그에서 활약, 서울법대 재직 시부터 농구 실력으로 유명’ 같은 취미 관련 언급도 있다.

법무부는 이 문건에 대해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향으로 악용될 수 있는 민감한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다”며 “검찰에 불리한 판결을 한 판사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이유로 공격당하기도 하는 등 악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 총장 측은 “사찰이 전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일반인의 상식적 판단에 맡겨 보자는 생각”이라며 “개인정보 수집은 변호사들도 담당하는 사건의 재판과 관련해서 원활한 진행을 위해 재판부 성향을 파악한다”고 말했다.

해당 문건 작성자인 성상욱 고양지청 형사2부 부장검사(전 대검 수사정보2담당관)도 “(물의 야기 법관은) 피고인의 변호인이 그 사실을 재판부에 문제 제기한 것으로 공판팀이 이미 아는 내용을 환기 차원에서 기재한 것”이라고 전날 검찰 내부망을 통해 밝혔다.

법원에서는 윤 총장 측이 공개한 문건을 두고 평가가 엇갈린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사찰이라고 보기도, 불법이라고 보기도 힘들다”며 “오히려 검찰의 상대인 변호사들은 더 조사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검찰은 어쨌든 수사기관이고, 권력기관이라는 점에서 변호사의 정보 수집과는 달리 봐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법무부 “중대 불법” 윤 총장 수사 의뢰

법무부는 보고서가 중대한 불법의 결과물이며 검찰총장의 지시에 의해 문건이 작성·배포되었다며 이날 오후 윤 총장을 대검 감찰부에 수사 의뢰했다.

앞서 대검 감찰부는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해 징계 청구 및 직무정지 명령을 내린 지 2시간 만인 24일 오후 8시경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고 이튿날 아침 성 부장검사가 사용했던 컴퓨터 등에 대해 디지털포렌식 작업을 벌였다. 검찰 안팎에서는 추 장관의 발표와 맞물려 압수수색이 일사천리로 진행돼 대검 감찰부와 법무부 간에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해당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판사는 신라젠 사건 취재 의혹 수사 당시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울중앙지법 김동현 영장전담 부장판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권한 범위를 벗어나 정보를 수집해온 것이 드러난 만큼 철저한 진상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황성호 hsh0330@donga.com·배석준·유원모 기자
#윤석열#직무배제#판사사찰#추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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