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권이 자초한 檢亂, 文대통령 직접 나서라

동아일보 입력 2020-11-27 00:00수정 2020-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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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 청구와 함께 직무집행정지를 명령한 사상 초유의 사태를 놓고 검찰 내부에서 거센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제 대검찰청과 부산지검 동부지청 평검사들이 철회 요구 성명을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전국의 일선 지검으로 평검사 회의가 확산되고 있다. 어제는 전국의 일선 고검장 전원과 대다수 지검장들이 각각 성명을 발표해 윤 총장 징계 청구와 직무배제 명령의 재고를 촉구했다.

서울 대전 대구 부산 광주 수원고검장 등 고검장 6명은 “징계 청구의 주된 사유가 검찰총장의 개인적 사안이라기보다는 총장 직무 수행과 관련된 내용이라는 점에서 검찰의 중립성 보장과도 직결되는 문제”라며 “특정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총장의 지휘 감독과 판단 등을 문제 삼아 직책을 박탈하려는 것은 아닌지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최근 여권 전체가 들고일어나 수사 중단을 압박한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수사를 비롯해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정권 관련 수사를 막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검사들의 집단 반발은 평검사들이 연판장을 돌리던 과거 검란(檢亂)과 달리 차관급인 고검장들까지 나섰다는 점에서 검찰 조직 전체가 총장 직무정지 사태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검사장급과 고검장급 고위 간부들이 집단 성명을 낸 것은 처음인데 전국의 일선 지검장 18명 가운데 15명이 참여했고, 고검장급은 9명 중 일선 고검장 6명 전원이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것을 봐도 검사들이 이번 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는지 알 수 있다.

여당은 검사들의 집단 행동 움직임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면서 자성과 성찰을 촉구했다. 하지만 ‘사실관계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려진 법무장관의 처분은 위법·부당하다’는 평검사들의 의견이 검사징계법 취지와 통상의 공무원 징계 절차에 더 부합한다는 게 다수 법률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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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 청구 및 직무정지 사태는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추 장관의 처분에 흠결이 있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고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각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이 침묵하며 사안을 외면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윤 총장을 밀어내야만 검찰개혁이 이뤄지는 것처럼 현실을 호도한다면 국가의 범죄대응 역량이 축소되고 형사사법시스템이 망가질 수도 있다. 대통령이 추 장관의 징계 청구 및 직무집행정지 명령을 철회시키고 사태를 안정시킬 단안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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