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공항 끝내 뒤집을 거면 특별법 남용 말고 원점 돌아가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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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그제 김해공항 확장안을 백지화하는 결론을 내놓자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특별법을 제정해 가덕도 신공항 사업을 속전속결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나섰다. 예비타당성 조사 등의 까다로운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곧바로 가덕도 신공항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이달 안에 각종 특례·면제·예외 조항들을 담은 특별법안을 발의하고 연내에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원내 절대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의식해 반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보고 특별법 입법이라는 쉽고 빠른 길을 선택한 것이다.

검증위원회의 판단 자체에도 문제점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검증위의 의견을 정부가 수용해 김해신공항안을 폐기하더라도 곧바로 가덕도가 동남권 신공항의 입지로 타당하다는 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 동남권 신공항 사업은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하는 것이지, 이제는 가덕도 신공항밖에 대안이 없다는 식의 주장은 절차를 건너뛰어도 한참 뛰어넘은 비약이다.

최소 7조∼10조 원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되는 가덕도 신공항 사업을 특별법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은 다수당의 입법권력 남용이다. 입법부를 장악했다고 해서 대형 국책사업 추진 때 반드시 거치도록 한 사전타당성 검토, 예비타당성 조사, 타당성 평가 등의 법적 절차를 생략하고 제 맘대로 하겠다는 위험한 발상이기 때문이다. 국가재정법 등에 이러한 절차를 둔 이유는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거액의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사업을 결정할 때는 나라 곳간을 함부로 축내지 말고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재정을 운용하라는 것이다. 입법권 남용을 견제해야 할 국민의힘도 부산지역 의원들이 특별법 발의를 준비하는 등 표심만 좇으려는 분위기다.

정부 여당이 2016년 최하점을 받았던 가덕도 신공항을 다시 추진하려면 그 이유를 국민에게 밝히고 설득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다수당의 힘으로 특별법을 제정한다고 해서 절차적 정당성을 갖춘 것이 될 수는 없다. 외양만 합법을 가장한 입법권 횡포다. 국민의 돈을 자기 호주머니 돈처럼 사용한 재정 남용의 대표적 사례로 남지 않도록 정부 여당은 법과 원칙에 충실하게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가야 한다.
#더불어민주당#가덕도 신공항#김해공항 확장안 백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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