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코로나 위험성 알고도 국민에 숨겨”… 또 터진 대형악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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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워드, 신간 ‘격노’서 폭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치명적 위험성을 알고도 일부러 이를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민을 공포에 몰아넣지 않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재선에 미칠 여파 등을 고려해 코로나19 관련 정확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숨겼던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9일 CNN 등 미 언론은 ‘워터게이트’ 특종기자인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의 신작 ‘격노(Rage)’의 내용을 미리 입수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기 전인 1월 28일 백악관 안보팀으로부터 기밀 정보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바이러스는 대통령 임기 중 가장 큰 국가 안보 위협이 될 것”이라고 보고했다. 매슈 포틴저 부보좌관도 “코로나19가 전 세계에서 5000만 명을 숨지게 한 1918년 스페인독감만큼 치명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보고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공중보건에 관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중국으로부터의 입국도 전면 차단했다.

열흘 뒤인 2월 7일 우드워드와의 인터뷰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뚜렷이 인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자신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코로나19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매우 까다롭고 다루기 힘든 문제”라며 “독감보다 5배는 더 치명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국민에게는 코로나19가 잘 통제되고 있다는 주장을 반복하면서 “코로나바이러스가 4월에는 사라질 것”(2월 10일) 등 위험성을 경시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이 때문에 코로나19를 초기에 억제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었던 2월 한 달을 날려버렸다고 CNN은 비판했다. 그는 3월 19일 우드워드와의 인터뷰에서는 “어제오늘 놀랄 만한 사실이 밝혀졌다. 노인들만이 아니라 젊은 사람들도 그렇다는(위험하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어 4월에도 우드워드에게 “이건 끔찍한 일이다. 믿을 수가 없다” “전파가 너무 쉽게 된다. 당신은 믿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5월 인터뷰에선 “1월에 오브라이언 보좌관이 했던 경고를 기억하느냐”는 우드워드의 질문에 “아니다”라면서 대충 얼버무렸다. 마지막 7월 인터뷰에선 “바이러스는 나랑 관계가 없다. 내 잘못이 아니다. 중국이 망할 바이러스를 다 퍼뜨렸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내용이 공개되자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거세게 비난했다. 그는 이날 미시간주 유세 현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몇 달간 우리나라가 직면한 위협에 대해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며 “그는 바이러스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었는데도 고의적으로 직무를 유기했다. 미국인의 생사가 걸린 배신”이라고 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트럼프#코로나19#우드워드#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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