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후 다시 입원 伊 코로나환자 “폐 잘라 버렸으면 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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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최대 확산지 베르가모 주민 절반은 음성 판정 후에도 이상 증세
3명중 2명꼴 호흡곤란-염증
탈모-우울증-피로 호소도 늘어나


“의사가 내 폐를 잘라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까지 들어요.”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의 베르가모 지역에 거주하는 미르코 카라라 씨(55)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병원에 실려 간 뒤 일주일간 폐에 삽관을 하는 치료를 받았다. 퇴원할 때는 자신이 코로나19에서 완전히 회복된 줄 알았지만 약 한 달 뒤 다시 같은 증세로 병원에 실려 갔다. 그는 증상이 재발한 뒤 혼수상태에 빠져 독일 쾰른까지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지금은 산소호흡기를 뗀 그는 이탈리아로 돌아와 다시 음식을 삼키고 혼자 서기 위해 재활 치료를 받고 있지만 극심한 코로나19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살도 20kg 가까이 빠졌다. 그는 “폐에 기포가 계속 남아있다. 사라지지 않는다”며 “병원에 돌아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나는 공포와 함께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에서 회복된 환자인 주세페 바바쇼리 씨(65)는 단기 기억상실 증세를 보이고 있다. 가업으로 장례 사업을 하고 있는 그는 이 때문에 메모지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그의 뇌에서는 점 모양의 손상 흔적들이 나타났다. 다른 회복 환자인 귀도 파도아 씨(61)는 평소보다 4시간씩 더 잘 뿐 아니라 낮에도 컴퓨터 앞에서 갑자기 잠드는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3월 유럽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며 피해가 컸던 베르가모 지역에서 6개월이 지난 지금 상당수의 회복자들이 코로나19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8일(현지 시간) 전했다. 베르가모는 인구 약 100만 명의 도시이지만 3, 4월 코로나19 환자가 쏟아져 나오면서 사망자만 6000여 명에 이른다.

이 지역에서 초기에 코로나19를 겪은 환자 7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이들 중 30% 이상은 폐에 상처가 남았고 호흡곤란을 겪었다. 또 다른 30%는 심장 이상이나 동맥경화 등 염증이나 혈액 응고에 따른 이상을 보였다. 일부는 신장 기능 장애의 위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지 의사들은 상당수 환자들이 음성 판정을 받은 후에도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다리 통증, 탈모, 우울증, 심각한 피로 등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환자들은 이제 모두 음성 판정을 받고 있지만 베르가모 지역 감염병 전문의 세레나 빈투렐리 씨는 “‘완치됐다고 느끼십니까’라는 질문에 환자들의 절반 이상이 ‘아니요’라고 답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지역 병원 감염병 전문의 마르코 리치 씨는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들도 있지만 회복 환자 대부분이 새로운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이탈리아#코로나19 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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