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승중 목사 “이웃 안전 지키지 못하면서 예수님 사랑한다고 말할수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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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참배 거부-옥중 순교’ 주기철 목사의 손자인 주승중 목사

4일 주안장로교회 부평성전에서 인터뷰한 주승중 목사. 그는 “많은 교회들이 현장 예배가 중단되는 아픔 속에 이웃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좀 더 양보하고 인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천=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4일 주안장로교회 부평성전에서 인터뷰한 주승중 목사. 그는 “많은 교회들이 현장 예배가 중단되는 아픔 속에 이웃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좀 더 양보하고 인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천=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4일 찾은 인천 주안장로교회 부평성전은 큰 침묵에 빠져 있었다. 이 교회는 인천 지역의 일부 교회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되자 지난달 23일부터 현장 예배를 중단했다. 이곳은 주기철 목사(1897∼1944)의 손자인 주승중 목사(62)가 목회를 하고 있다. 주기철 목사는 일제강점기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반대운동을 하다 10년형을 선고받아 복역하던 중 순교했다. 주기철 목사는 6·25전쟁 때 희생된 손양원 목사(1902∼1950)와 함께 한국 개신교의 대표적 순교자이자 정신적 스승으로 꼽힌다.》

―지난달 인천지역 일부 교회를 매개로 한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했다.

“인천 지역에 개척 교회들이 많다. 우리 교회가 교단(예장 통합)의 인천 노회 중 서부 지역에 속해 있는데 32곳 중 22곳이 미자립 상태다. 신자 수도 적고 재정이 어려워 방역과 온라인 예배를 제대로 하기 힘든 상황이다.”

―전염병이 무서워 현장 예배를 하지 않는 것을 신앙 포기라고 하는 이들도 있는데….

“안서교회(충남 천안) 고태진 목사의 말씀이 마음에 닿아 옮긴다. ‘예배드리면 죽인다고 칼이 들어올 때, 목숨을 걸고 예배드리는 것이 신앙입니다. 그러나 예배 모임이 칼이 되어 이웃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면 모이지 않는 것이 신앙입니다.’”

―신학적 접근은 어떤가?

“성경 가르침의 핵심은 이웃 사랑이다. 요한 1서에서 하나님을 사랑한다면서 형제를 미워하면 거짓이라고 했다. 가까운 이웃의 안전과 생명을 못 지키면서 어떻게 보이지 않는 예수님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겠나?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이다. 종교개혁가 루터는 1527년 ‘치명적 흑사병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가’라는 소책자를 썼다. 당시 어떤 이들은 이 병이 하나님의 형벌이기 때문에 치료약 사용을 반대했고, 흑사병에 감염된 사람이나 장소를 피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루터는 ‘약을 먹으라. 집과 마당과 거리를 소독하라. 사람과 장소를 구별하라. … 나의 무지와 태만, 불청결로 이웃이 고통받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통합 교단이 사상 첫 온라인 총회를 최근 결정했다.


“총회는 대의원 1500명 정도가 모여 3박 4일 일정으로 치러져왔는데 신임 교단장 선출뿐 아니라 중요 이슈를 다루는 가장 중요한 행사다. 올해만 해도 목회자 연금과 명성교회 세습 문제 등 큰 이슈가 많다. 온라인 총회 결정은 최근 상황을 감안할 때 매우 잘한 일이다.”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 등 일부 교회의 정치적 주장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 목사의 이단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복음을 이념에 예속시키고, 교회를 정치 도구화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고 비판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단 시비를 떠나 한국 교회가 사회적으로 사죄하는 것이 앞서야 한다. 비신자 분들의 눈으로 볼 때 이단인가 아닌가, 사랑제일교회냐 일반 교회냐는 구분은 중요하지 않다. 모두 교회이고, 예수 믿는 사람일 뿐이다. 검사 받지 않고 방역 요원들에게 침 뱉는 행위까지 나오는데 ‘우리는 다르다’고 해서 통하는 상황이 아니다.”

―코로나19 시대, 비대면 시대의 영성은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하나?

“진짜 예배는 무엇이고, 성전(교회)은 어떤 의미인가? 이런 고민이 필요하다. 주일(일요일) 예배에 출석하면 하나님 사랑을 다했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 목사의 축도가 끝나고 월요일이 시작될 때부터 삶의 예배를 드려야 한다. 초대 교회를 보면 박해로 성전 예배가 불가능해지자 곳곳으로 흩어졌고, 다른 지역으로 복음 전파가 이뤄졌다. 이런 위기를 통해 성경 말씀으로 돌아가고 교회 본질을 되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주기철 목사님이 계신다면 이런 시기 어떤 말을 했을까?

“무엇보다 성경과 예수님의 가르침에 충실한 삶을 살라고 하셨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네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지키는 것이다.”

인천=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코로나19#주승중 목사#주안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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