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문 깨치듯… “가사 바느질 한 땀 한 땀 정성”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0-08-03 03:00수정 2020-08-03 03:00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서울 법룡사 ‘가사원’ 찾아가보니
공식행사서 입는 법의 ‘가사’… 6, 7명이 한해 최대 2000벌 제작
“가사박물관-전시회 검토 필요”
가사원 운영국장인 돈오 스님은 “스님들의 법의인 가사의 의미를 널리 알리고 전통적인 제작기법도 잘 전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출가자의 가사(袈裟)는 계(戒)를 받는 수계법회 등 공식 행사에 사용하는 법의(法衣)다. 조각을 붙여 만든 것이 밭 모양을 닮았고, 가사를 짓는 공덕이 곡식을 가꾸는 것처럼 복밭이 된다고 해서 복전의(福田衣)로도 불린다.

최근 서울 강남구 법룡사 내의 가사원(袈裟院)을 찾았다. 2006년 설립된 이곳은 대한불교조계종 스님들에게 지급하는 가사를 한 해 1500∼2000벌 제작한다. 재단을 맡은 조래창 씨를 포함해 6, 7명이 가사를 제작하느라 바쁘게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가사는 조각 수에 따라 5조(條)부터 25조 가사까지 나뉜다. 종단에서 인정받는 법계(法階)에 따라 입을 수 있는 가사가 정해져 있는데 최고 법계인 대종사는 25조 가사를 입는다. 사미, 사미니는 조가 없는 만의(만衣)을 입는다.


이곳에는 스님들의 키와 체중 같은 기본적인 수치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놓았다. 가사 크기는 대중소로 나뉘는데, 대략 폭은 230∼280cm이고 길이는 키에서 30cm를 줄인다. 원단에는 조계종을 상징하는 삼보륜(三寶輪) 문양이 들어가 있다. 개인 체형에 맞춰 재단된 천 조각들을 서로 덧대 1개의 조를 만든 뒤 이를 여러 차례 이어 붙이기를 반복한다. 그 테두리에 천을 붙여 다듬는, 이른바 ‘난치기’라 불리는 작업이 끝나면 연봉(연꽃모양의 단추)과 고리가 달린다. 빳빳이 풀을 먹인 법명과 법계가 새겨진 명찰을 새기면 한 벌의 가사가 완성된다.

주요기사

가사 만들기의 핵심은 조와 체형에 맞춰 정확하게 천을 잘라내는 일이다. 한 치의 오차도 허락하지 않는 세밀함과 꼼꼼함이 요구된다. 재단을 맡은 조 씨는 10대 시설 양복점에서 일을 배워 양복재단사가 됐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불교와 인연이 깊었던 그는 승복(僧服) 가게에서 일하다 2008년 이곳으로 옮겼다. 그는 “가사는 스님들의 상징이기 때문에 천을 자르거나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는 순간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가사가 몸에 딱 맞는다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보람된 순간”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스님들이 가사를 제작하거나, 보살(여성 신도)들이 가사를 지어 보시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흔치 않은 일이 됐다. 대신 통도사 등 큰 사찰에서는 가사의 참된 의미를 전하는 ‘가사불사(袈裟佛事)’를 진행한다.

가사원 운영국장인 돈오 스님은 “출가자의 가사는 곧 법(法)을 상징하는 만큼 가사의 의미를 알리고 제작 기법도 전해져야 한다”며 “가사 전시회도 개최하고 ‘가사박물관’ 건립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가사원#불교#바느질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