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북한 움직일 준비 됐나[현장에서/권오혁]

권오혁 정치부 기자 입력 2020-08-03 03:00수정 2020-08-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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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권오혁 정치부 기자
“아직 (현재 남북관계가 처한 현실에 대해) 공부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통일부 장관에 지명된 지 한 달, 취임한 지 일주일이 된 이인영 장관에 대해 2일 통일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평가다. 여당 원내대표 출신이자 86세대의 대표주자인 이 장관에 대해 북한도 거부감이 덜한 만큼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 돌파구를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취임 뒤 현재까지 내놓은 남북관계 해법과 발언이 다소 현실과 동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점도 외면할 수 없다.

이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서는 “포탄이 쏟아지는 전쟁 한복판에서도 평화를 외치는 사람만이 더 정의롭고 더 정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북-미 비핵화 협상, 남북대화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핵보유국” “자위적 핵 억제력” 등을 직접 언급한 데 대한 생각을 묻자 내놓은 답이었다.


이 장관은 장관에 지명된 뒤 첫 출근길에서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남북대화를 복원하겠다며 ‘창의적 해법’을 강조했다. 이후 그는 남북 경협의 초기 단계로 “대동강 술과 백두산·금강산의 물을 우리의 쌀·약품과 물물 교환하는 작은 교역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한 배상 방안으로 “평양에 대표부를 설치할 때 토지를 공여받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물품 운송 과정에서 제재 저촉 여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거나, 평양 대표부 설치를 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는지 제대로 검토했는지는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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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이 장관 등 남북관계 총력전을 벌이는 새 외교안보라인의 첫 성패를 가를 8월이 시작됐다. 이달 8월 15일 광복절 75주년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대화 복원 제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한미 연합훈련에 북한이 어떻게 반응할지에도 정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처럼 8월은 올해 남북관계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등 대북 제안에 호응하지 않으면 문 대통령의 남북관계 구상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는다. 이 장관이 강조한 추석 이산가족 상봉 행사 성사도 어려워진다.

이 장관은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통일부의 위상과 역할’을 강조했지만 통일부가 가까운 시일 내에 실현 가능한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까지 나온 이 장관의 구상만으로는 북한이 대화에 응할 가능성도 낮다는 지적이 많기 때문이다. 취임 뒤 첫 주말, 이 장관은 장관 자격이 아니라 국회의원 자격으로 2017년부터 계속해 온 ‘통일 걷기’ 행사에 참석했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엄중한 남북관계 현실을 고려하면 이 장관이 ‘창의적 해법’의 진짜 내용을 보여주기 위해 시간을 더 썼어야 하지 않을까.

권오혁 정치부 기자 hyuk@donga.com

#이인영#통일부 장관#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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