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행정수도 곁눈질 말고 도심 재개발 활성화 택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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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어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행정수도를 완성해야 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며 행정수도 이전을 제안했다. 징벌적 세금 부과, 대출 억제 등 온갖 규제를 동원한 22차례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과 전셋값이 폭등하자 개헌이 필요한 수도 이전을 부동산 대책으로 꺼내든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국회가 통째로 세종시로 내려가야 하며 청와대, 정부 부처도 모두 이전해야 한다”고 해 사실상 완전한 형태의 행정수도 이전을 주장했다. 노무현 대통령 대선공약이던 행정수도 이전은 2004년 위헌 결정을 받아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수정됐다. 노 대통령이 “선거에서 재미 좀 봤다”고 자평했을 만큼 정치효과는 있었지만 수도권 과밀 억제에 큰 성과를 거두진 못했고 행정력과 예산낭비가 많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정치적 파장이 크고 헌법을 개정해야 시행할 수 있는 행정수도 이전을 여당 원내대표가 갑자기 제기한 데 대해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이제 와서 위헌 결정을 뒤집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고,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는 “정치권 공감대에서 벗어난 내용”이라고 평가하는 등 야권 반응은 차갑다. 결국 여당이 당장 실현 가능하지도 않고, 논의 자체만으로도 숱한 논란과 국론분열을 불러일으킬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다시 꺼내든 것은 부동산 정책 실패로 분출하는 국민의 불만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오락가락 엇박자 행보를 보이던 그린벨트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그린벨트는 미래세대를 위해 해제하지 않고 계속 보존해야 한다”며 매듭지었다. 그린벨트 해제는 주택 공급을 늘리는 손쉬운 카드지만 한번 훼손하면 복구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보전 결정은 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서울의 무주택자, 청년층 등 실수요자를 위해 대규모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현실은 달라진 게 없다.

서울 도심 곳곳엔 낡은 단독·연립주택이 밀집한 지역이 허다하다. 용적률 상향과 규제완화를 통해 재개발을 활성화하고, 재건축에 대해서도 절차 진행이 신속히 이뤄지도록 해주는 게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에 공급을 늘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념적 성향과 정치적 아집 때문에 정공법을 놔둔채 행정수도 이전 같은 우회로만 찾아다니다 시간을 낭비하면 그 피해는 4∼5년 뒤 국민들의 주거 고통으로 돌아오게 된다.
#도심 재개발#행정수도 이전#김태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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