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호텔선택 기준은 위생”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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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호텔경영계 살아있는 역사… 김정환 홍콩 폴리테크닉大 특임교수

지난달 29일 만난 김정환 홍콩 폴리테크닉대 호텔경영학과 특임교수는 “앞으로는 위생적으로 잘 관리해 신뢰를 쌓은 호텔이 인기를 누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호텔롯데 제공
지난달 29일 만난 김정환 홍콩 폴리테크닉대 호텔경영학과 특임교수는 “앞으로는 위생적으로 잘 관리해 신뢰를 쌓은 호텔이 인기를 누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호텔롯데 제공
“앞으로는 위생적으로 잘 관리해 신뢰를 쌓은 호텔이 인기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김정환 홍콩 폴리테크닉대 호텔경영학과 특임교수(63)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고객들의 호텔 선택 기준이 바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최고의 호텔 전문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지난해 말까지 롯데호텔 대표이사를 지냈고, 호텔롯데의 최고급 브랜드인 ‘시그니엘’의 론칭을 주도했다.

그는 1983년 호텔신라에 영업과 식음 담당으로 입사하면서 호텔업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홍보팀, 영업기획팀장 등 다양한 부서를 거치며 뛰어난 역량을 인정받아 2008년 호텔신라 총지배인 자리에 올랐다.

2012년 4월 경쟁업체인 호텔롯데의 개발총괄 전무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2013년 롯데호텔 서울 총지배인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다. 2015년에는 미국 뉴욕 팰리스 호텔을 인수하며 국내 브랜드 호텔 중 처음으로 미국에 진출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그처럼 영업과 식음 담당, 총지배인 등을 거쳐 대표이사까지 오른 경우는 국내에 거의 없다.

그는 이에 안주하지 않고 최근 활동 반경을 넓혔다. 올 6월 홍콩 폴리테크닉대에 특임교수로 위촉된 것이다. 이 학교는 영국 글로벌 대학평가기관 ‘QR’가 발표한 올해 세계대학평가에서 전체 91위, 호텔경영학 부문 7위에 랭크될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영화배우 청룽(成龍)도 이 학교의 명예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를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호텔롯데에서 만났다. 그는 인터뷰 내내 코로나19로 야기된 호텔업계의 어려운 환경과 미래 변화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코로나19 발생 이전까지) 세계적으로 관광시장 전망이 굉장히 밝았고, 2030년까지 호텔 등 관광시장 전체가 매년 5%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37년 동안 호텔 업계에서 몸담았던 저도 이런 어려운 상황이 올지 상상도 못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전에도 호텔 업계에 위기는 있었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12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2, 3개월 뒤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 김 교수는 “이번에도 마찬가지 상황으로 예상했지만 이제는 정말로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지 걱정될 정도”라고 우려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로 고객들의 호텔 선택 기준이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호텔 경영학 서적을 보면 호텔 선택 기준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위치로 돼 있지만 앞으로는 위생적으로 호텔을 잘 관리하고 신뢰도가 얼마나 쌓였느냐에 따라 호텔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신뢰도가 높은 최고급 호텔 수요도 함께 높아질 것”이라며 “강원, 제주는 물론 서울의 최고급 호텔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예약률이 높은 것이 그 증거”라고 강조했다.

호텔 업계에 재직할 당시 그는 보이지 않는 곳의 문제를 찾아낼 정도로 뛰어난 업무 능력을 과시했다.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는 “주기적으로 호텔 전체를 걸어서 주차장, 쓰레기장까지 점검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상황별 포인트를 집어내는 감각의 중요성”도 지적했다. 예컨대 레스토랑에서 테이블마다 서빙되는 음식 온도는 다르기 십상이다. 하지만 일류 호텔이라면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새로 시작한 인생 2막의 계획에 대해 “학교에 한국인 학생이 많은데 멘토링도 해주고 특강을 해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제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 퍼졌고, 그만큼 한국을 찾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상태이기 때문이란다. 그는 “호텔에 있으면서 정말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한국에 온다”며 “앞으로 국내 호텔이 더 성장할 테니 호텔에서 일하고 싶은 학생들의 진로상담, 특강 모두 환영한다”며 활짝 웃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코로나19#김정환 교수#호텔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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