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법안도 없이 ‘공수처 드라이브’… 野 빼고 추천위 강행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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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국회의장에 “처장 추천”… 내달 15일 공수처 출범 강행 의지
후보추천위 규칙-인사청문회법 등 관련 후속법안 아직 국회 통과 못해
통합당 “일방적 국정 선전포고” 발끈

냉랭한 여야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여야 원내 지도부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회동을 앞두고 자리에 앉고 있다. 여야는 이날 120분간의 원 구성 협상을 벌였지만 입장차만 확인했다. 박 의장은 협상 결렬을 선언한 뒤 본회의를 29일로 미뤘다. 왼쪽부터 미래통합당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 주호영 원내대표, 박 의장,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냉랭한 여야 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여야 원내 지도부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회동을 앞두고 자리에 앉고 있다. 여야는 이날 120분간의 원 구성 협상을 벌였지만 입장차만 확인했다. 박 의장은 협상 결렬을 선언한 뒤 본회의를 29일로 미뤘다. 왼쪽부터 미래통합당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 주호영 원내대표, 박 의장,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후보자 추천 공문을 국회에 보낸 것은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반대에도 7월 15일 공수처 설립을 밀어붙여 검찰개혁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국회 원 구성 진통으로 여야가 대치하는 가운데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 이어 공수처가 여야 갈등의 또 다른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 운영 규칙, 인사청문회법 개정 등도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공수처 드라이브에 나서면서 일각에선 통합당을 배제한 채 공수처장 임명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후보추천위 구성도 통합당 빼고 강행하나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문 대통령이 공수처법 제5조에 따라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공수처법에 따르면 국회는 공수처장 후보추천위를 구성해 후보자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중 한 명을 지명한 뒤 인사청문회를 거쳐 7월 15일까지 임명해야 출범에 따른 절차가 완료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이 박 의장에게 공문을 보낸 시점은 24일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7월 15일 시행을 기준으로 보면 늦어도 이제는 공수처장 추천 절차를 시작해야 하는 것”이라며 “절차대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가 극단 대치 국면에 들어갔지만 다음 달 15일을 데드라인으로 한 공수처 설치 시한을 양보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국회는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후보자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지명한 뒤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후보추천위 위원은 7명으로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여당 추천 위원 2명 △야당 교섭단체 추천 위원 2명으로 구성된다. 이 중 6명 이상의 찬성으로 공수처장 후보자 2명을 추천하게 돼 있어 야당 교섭단체는 사실상 ‘거부권’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공수처 출범을 위한 후속법안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사실상 21대 국회 출범 첫날 1일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운영 규칙’과 인사청문회법 개정안, 국회법 개정안 등 3개 후속법안을 발의했지만 법사위원장을 둘러싼 여야 갈등으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원 구성을 놓고 민주당과 극단 대치를 이어온 통합당이 공수처에 협조할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요청한 것은 다음 달 공수처 출범을 위해 이들 후속법안을 민주당 단독으로 통과시킬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백 의원이 발의한 공수처장 후보추천위 운영 규칙에는 국회의장이 정한 기한까지 교섭단체의 위원 추천이 이뤄지지 않으면 의장이 교섭단체를 지정해 위원 추천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통합당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거부하고 시간 끌기에 나설 경우 통합당의 ‘공수처장 추천 거부권’을 빼앗을 수 있다는 것. 민주당 관계자는 “공수처 설치를 언제까지 마냥 기다릴 수 없다”며 “야당 반발이 부담스럽지만 일정 시점까지 기다려보고 안 되면 (공수처 후속법안) 단독 처리라도 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 검찰개혁 속도전 나선 文, 통합당 반발
문 대통령이 본격적인 공수처 드라이브에 나선 것은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반발에도 176석의 슈퍼 여당과 함께 공수처 출범을 시작으로 한 권력기관 개혁을 연내에 마무리 짓겠다는 것.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 여야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도 “공수처 7월 출범이 차질 없었으면 좋겠다”며 “(21대) 국회가 열리면 공수처법 시행을 위한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공수처 설치는 문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 시작을 알리는 메인이벤트다. 여권으로서는 결코 지체할 수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통합당은 ‘국회 무시’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통합당 중진 의원은 “국회에서 원 구성을 놓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뻔히 알고 있는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요구했다는 것은 협치는커녕 앞으로 국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선전포고”라고 비판했다.

박효목 tree624@donga.com·김준일 기자
#공수처#공수처장#국회#박병석#통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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