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6·25때 할머니 총살 목격” 가족사 무슨 일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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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 70주년]北, 대법원장 김병로 부인 확인하자 본보기로 총살뒤 시신 길가에 버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저는 6·25전쟁 통에 할머니가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총살당하는 광경을 겪은 사람이다. 6·25전쟁이라는 기억이 아주 악몽처럼 남아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23일 당에서 주관한 납북자 가족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전쟁 중 북한군에게 가족이 납치된 피해자들을 위로하던 중에 비극적이었던 자신의 가족사를 꺼낸 것이다.

김 위원장 측근들에 따르면 6·25전쟁 발발 당시 10세였던 김 위원장은 어머니처럼 따랐던 친할머니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했다고 한다. 당시 김 위원장은 조부이자 초대 대법원장인 가인(街人) 김병로 선생 없이 할머니와 광주로 피란을 떠났다. 김병로 선생은 국가 주요 인사들을 부산으로 피란시키는 길에 가족들을 동반할 수 있었지만 “내 가족들을 챙기느라 다른 사람들의 피란 기회를 빼앗을 순 없다”며 가족을 두고 떠났다.

김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할머니를 잃었다. 북한군은 할머니가 김 선생의 부인이라는 것을 확인한 순간 잔혹하게 총살하고 길가에 시신을 버렸다. 본보기 차원에서 남한 정부 요직 인사의 가족을 즉각 살해한 것. 시신을 수습하는 자는 똑같이 총살하겠다는 북한군의 엄포 탓에 할머니의 시신은 열흘 넘도록 길가에 방치됐다고 한다. 당시 열 살 소년이었던 김 위원장이 전쟁 당시 상황을 ‘악몽 같았다’고 회고한 이유다.

김 위원장은 25일 인천상륙작전 기념관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6·25전쟁이야말로 근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일”이라며 “내 나이 11세 때 3개월 동안 공산 치하에 살면서 과연 대한민국 정부가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6·25전쟁#70주년#미래통합당#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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