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반납하고 밤샘 작업… 車 조립하듯 한팀 되는 과정 즐겼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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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사이버대 동아리 ‘망치모터스’, 사이버대 최초 자작자동차대회 입상 쾌거
98개大참가하는 최대규모 대회… 국내 사이버대 중 유일하게 참가
대부분 직장인이라 일정 빠듯… 지방 거주 학생들 매주 상경도
"노력이 마침내 결실 맺어 뿌듯"

16일
 전북 군산 자작자동차대회에 참가한 한양사이버대 ‘망치모터스’ 동아리 회원들이 바하(baja) 자동차를 정비하고 있다. 경주 
시작을 앞두고 망치동아리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결의를 다지고 있다. 김지호 씨(왼쪽)와 정은선 씨가 자동차 설계 도면을 보며 
예상 문제점을 점검하고 있다(왼쪽 사진부터). 한양사이버대 제공
16일 전북 군산 자작자동차대회에 참가한 한양사이버대 ‘망치모터스’ 동아리 회원들이 바하(baja) 자동차를 정비하고 있다. 경주 시작을 앞두고 망치동아리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결의를 다지고 있다. 김지호 씨(왼쪽)와 정은선 씨가 자동차 설계 도면을 보며 예상 문제점을 점검하고 있다(왼쪽 사진부터). 한양사이버대 제공
“나이는 50대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은 20대 청년 못지않습니다.”

이원문 씨(53)는 공부를 결심한 이유로 ‘배움에 대한 갈망’을 꼽았다. 이 씨는 한양사이버대 기계자동차공학부 3학년 학생이다. 그는 20대의 두 자녀를 둔 가장이자 경기 수원시에서 15년간 자동차정비업소를 운영한 ‘베테랑’이다. 그는 미래 자동차의 중심이 될 친환경 차량을 자세히 공부하기 위해 2017년 한양사이버대에 입학했다. 지난해에는 자동차 제작 동아리인 ‘망치모터스’에 가입했다. 그리고 2년 연속 전북 군산시에서 열린 대학생 자작자동차대회에 참가했다.

이 대회는 새만금자동차경주장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의 대학생 자동차 제작 대회다. 미국자동차공학회의 자작자동차대회를 본떠 2007년부터 한국자동차공학회가 매년 개최한다. 경쟁 부문은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바하(Baja)’ △아스팔트를 달리는 ‘포뮬러(Formula)’ △전기자동차가 주행하는 ‘전기차(EV)’ △기술아이디어와 디자인을 경쟁하는 ‘기술’ 등이다. 올해는 16일부터 18일까지 98개 대학의 186개 팀에서 2700여 명의 대학생이 참가했다. 대회 개최 이래 최대 규모다.

한양사이버대 망치모터스 동아리는 올해 ‘바하’와 ‘전기차’ 부문에 출전했다. 국내 21개 사이버대 중 유일하게 4년 연속 자작자동차대회에 참가했다. 망치모터스는 바하 부문 1일 차에 6등, 2일 차에 36등을 기록해 사이버대 최초 입상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그간 학교의 지속적인 지원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참가자들은 “값진 결과를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사실 현업에서 일하는 중장년층 학생이 많다 보니 한자리에 모이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제한된 시간을 이용해 준비했는데도 다른 학부생 팀에 못지않은 수준의 성과를 얻은 것이다.

망치모터스는 2015년 12월 한양사이버대 기계자동차공학부 내에 설립됐다. 2016년부터 군산 자작자동차대회의 바하와 전기차 부문에 참가해왔다. 2016년 첫 출전 당시 바하 부문에서 26위를 달성했고 지난해에는 예선전에서 1등과 0.28초 차로 2등을 하기도 했다. 올해는 군산 자작자동차대회 외에 영광에서 개최되는 자작전기차대회에도 출전할 예정이다. 망치모터스의 자동차 제작 활동은 교내 학과 경쟁력 사업으로 선정돼 교비도 지원받고 있다.

망치모터스는 작업팀과 사무팀으로 나뉘어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작업팀은 용접이나 분쇄기(그라인더) 같은 도구로 파이프 등 부속 부품을 직접 제작해 차량을 만든다. 사무팀은 자작자동차대회 참가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거나 작업에 필요한 부품을 구매하는 등의 일을 맡고 있다. 망치모터스 회원 41명 중 11명은 자동차 관련 업계에 종사하고 있어 전문적인 팀 운영에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를 완성하기까지 걸림돌도 적지 않다. 자동차 제작은 설계부터 조립, 시운전까지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동아리 학생들이 수시로 머리를 맞대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시간이 너무 부족한 것이다. 전체 동아리 학생의 85%가량이 직장에 다니고 있다. 평일에는 각자 퇴근한 뒤 오후 7시경 학교에 모인다. 밤 12시까지 작업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방에서 참여하는 학생도 많다. 평일에 시간을 낼 수 없는 직장인들은 주말마다 경기 김포시 대곶면의 공장에 모였다. 학생 한 명이 운영하는 공장이다. 토요일에 모여 일요일까지 밤샘작업을 하고 돌아가기도 한다. 2학년 정준오 씨(21)는 광주에서 매주 김포 공장을 왕복하면서 작업에 참여했다. 학교 측은 최근 망치모터스를 위해 경기 시흥시에 약 130m2 규모의 작업장을 마련했다.

동아리 회원 41명 중 30대는 9명, 40대는 2명, 50대는 5명이다. 여학생도 8명(20%)이나 된다. 김도담 씨(25·여)는 “남자 동료들에 비해 체력이 부족해 어려움이 있었지만 현장에서 모두 열의를 갖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에 종사하는 학생들은 대가 없이 자신이 가진 돈과 시간, 재능을 아낌없이 나눴다. 이 씨도 작업 중 필요한 부속장비를 수시로 지원했다. 이 씨는 “‘희생’이라기보다는 ‘헌신’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자동차에 대한 열정과 동아리 회원들에 대한 애정 덕분에 즐겁게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대회 결과에 상관없이 학생들의 만족도는 언제나 높다. 나이는 물론이고 성별과 직업도 다른 팀원들이 함께 모여 ‘자동차 제작’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 자체를 즐기기 때문이다. 조형준 망치모터스 팀장(22·3학년)은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군의 회원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잘 몰랐던 자동차에 흥미를 가질 수 있었다”며 “대회 입상도 중요하지만 누구 하나 다치지 않고 안전하고 즐겁게 작업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염광욱 ‘망치모터스’ 지도교수 “20∼50대 학생들 열정으로 똘똘 뭉쳐” ▼



염광욱 한양사이버대 자동차IT융합공학과 교수(사진)는 동아리 ‘망치모터스’의 지도교수다. 염 교수는 2014년부터 부산 동주대에서 자작자동차대회 지도교수로 활동하다 2018년 한양사이버대에 부임했다. 염 교수는 “현업자와 고령자 학생이 많은 사이버대의 특성상 학생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가 쉽지 않았지만 학생들이 열정적으로 자동차 제작에 참여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지도하며 느낀 점을 염 교수에게 들어봤다.

―자동차를 연구하게 된 계기는….


“자동차 설계는 다양한 기술이 모여 있는 독특한 학문이다. 엔진이나 변속기 하나만 따로 공부할 수가 없다. 변속기를 공부하면 변속기가 왜 엔진에 붙어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하나씩 공부하다 보니 계속 관심이 갔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올해 3월 자작자동차대회 준비를 위해 모였던 적이 있다. 대회에 출전할 전기차 하나를 만드는데도 각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동차에 대한 생각이 다 달랐다. 한 학생은 빠른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뼈대를 작게 잡자고 주장했다. 반대로 한 학생은 사람이 타는 자동차를 만드는 만큼 탑승하기 편안한 크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나.


“가장 중요한 건 대회 규정이라고 봤다. 대회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탑승하기 편안한 차량이 아닌, 가장 빨리 달릴 수 있는 차를 만들어야 했다. 학생들이 대회 규정을 숙지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안에서 의견이 하나로 모아질 수 있도록 도왔다.”

―이번 대회에 대한 소감은….


“학생들이 전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서 지난 대회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구성원 모두 전북 군산에 도착한 15일부터 18일까지 밤을 새우는 작업을 마다하지 않았다. 직업이 있는 학생들도 휴일을 반납해가면서 노력한 덕분에 사이버대 최초로 입상을 하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학교의 적극적인 지원에 감사하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한양사이버대#자작자동차대회#망치모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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