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아들 뜻 기려…父子 소방관 2억 기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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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주 前소방관-故강기봉 소방교, 아너소사이어티 나란히 가입

2016년 인명 구조 도중 순직한 강기봉 소방교의 아버지 강상주 씨(위쪽 사진 오른쪽)와 어머니 김선희 씨(위쪽 사진 왼쪽)가 
2일 오후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 회관에서 허동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에게 기부금 2억 원을 전달하고 있다. 강 씨 부자는 올해 
아너소사이어티 1, 2호 회원이 됐다. 아래쪽 사진은 지난해 1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동아일보 채널A 주최 제6회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에 참석했던 강상주 씨(아래쪽 사진 앞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동아일보DB
2016년 인명 구조 도중 순직한 강기봉 소방교의 아버지 강상주 씨(위쪽 사진 오른쪽)와 어머니 김선희 씨(위쪽 사진 왼쪽)가 2일 오후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 회관에서 허동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에게 기부금 2억 원을 전달하고 있다. 강 씨 부자는 올해 아너소사이어티 1, 2호 회원이 됐다. 아래쪽 사진은 지난해 1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동아일보 채널A 주최 제6회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에 참석했던 강상주 씨(아래쪽 사진 앞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동아일보DB
“첫 기일이 지난 뒤로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습니다. 잊으려고 노력하고 노력하다 가슴에 묻는 거죠. 그래도, 생각이 나는 건….”

‘아버지를 이어 소방 영웅이 되겠다’던 아들을 떠올리며 목소리가 떨리던 아버지는 말을 마치지 못했다. 말을 한마디 할 때마다 깊게 심호흡을 했다. 1년 3개월 전 인명 구조작업에 나섰다 순직한 강기봉 소방교(당시 29세)의 아버지 강상주 씨(64)다.

2016년 태풍 차바가 울산을 강타한 10월 5일 오전 강 소방교는 울산 울주군 회야강변으로 출동했다. “고립된 차에 사람이 있는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서였다. 폭우를 뚫고 차량을 확인했지만 사람은 없었다. 구급차로 되돌아가다 순식간에 불어난 강물이 강 소방교와 동료를 덮쳤다. 동료는 가까스로 탈출했지만 아들은 23시간 뒤 숨진 채 발견됐다.

아버지는 지난해 1월 동아일보와 채널A가 주최한 제6회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에서 아들을 대신해 위민소방관상을 받았다. 강 소방교는 1계급 특진했고 옥조근정훈장도 받았다. 충남 천안 소방충혼탑에 위패가 봉안됐다. 지난해 11월 소방의 날 행사에도 아버지가 초청받았다.

강 소방교는 대학에서 간호학을 공부했다. 2015년 4월 소방관 공채에 합격하고 울산 온산소방서 구급대원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제주에서 소방관으로 31년간 일하고 2014년 6월 퇴직한 아버지 뒤를 이은 것이다. 부자(父子) 소방관이 탄생했지만 그 기쁨은 짧았다.

아버지는 119 대원으로 본분을 다하다 떠난 아들을 기리는 방법으로 무엇이 의미 있을지 고민했다. 아들의 순직 당시 많은 사람들이 내밀었던 도움의 손길이 떠올랐다. 그 도움을 아들 이름으로 사회에 환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는 아들과 자신의 이름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모두 2억 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아들 이름만으로 1억 원만 기부하려다 ‘이웃을 위해 헌신한 아들과 뜻을 같이하자’는 생각에 1억 원을 더했다. 두 사람은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의 무술년 첫 가입자가 됐다. 전직 소방관으로는 아버지가 첫 번째, 아들이 두 번째 회원이 됐다.

강 씨와 부인 김선희 씨는 2일 서울 중구 사랑의 열매 회관을 찾아 기부금 전달식을 가졌다. 아들 대신 인증패를 받아든 김 씨는 행사 내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전달식에 함께한 허동수 공동모금회장은 “두 사람은 대한민국을 밝히는 등불과 같은 분들이다. 우리도 두 사람의 삶처럼 사회 곳곳을 비출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의 성금은 저소득층 청소년의 교육과 자립, 주거환경 개선 등에 쓰인다.

강 씨는 “(오늘 아들이 있었다면) 좋아하면서 나한테 잘했다고 말했을 것 같다. 앞으로도 사회적으로 무언가를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아들을 기리겠다”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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