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Case Study]온몸으로 체험 4D영화관… 할리우드도 “와우”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15일 03시 00분


특수효과 기반 실감 상영시스템 개발… CJ 4D플렉스의 성공사례 분석

극장 사업은 전형적인 내수용 비즈니스로 알려져 있다. 혁신적인 기술력보다 부동산 측면의 역량 확보가 훨씬 중요하게 여겨지는 사업이기도 하다. 유동인구가 많은, 소위 ‘목 좋은’ 장소를 선점하는 게 비즈니스 성패의 핵심 요인으로 인식될 정도다. 흥미롭게도 이런 통념에 반하는 사업을 펼쳐 온 극장 사업자가 있다. 바로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업체 CJ CGV에서 분사(2010년)된 CJ 포디플렉스(CJ 4DPLEX)다. 기술력을 토대로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CJ 포디플렉스 사례를 DBR(동아비즈니스리뷰)가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 ‘보는’ 영화 넘어 온몸으로 ‘체험’하는 특수 상영 시스템

CJ 포디플렉스는 회사명보다 이 회사가 독자 개발한 특수효과 기반의 실감(實感) 상영 시스템 ‘4DX’로 더 잘 알려져 있다. 4DX는 두 눈으로 ‘보는’ 영화를 넘어 온몸으로 ‘체험’하는 4D 영화(3D 영화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진동, 모션, 물, 바람 등 색다른 체험까지 할 수 있는 영화) 관람을 위한 특별 상영관이다. 국내외에 등록된 특허 수가 55개, 출원 중인 특허 수도 98개에 이를 정도로 기술 집약적인 영화관 솔루션이다. 모션체어와 특수 환경장비를 극장에 도입해 영화 장면에 따라 의자가 움직이고 바람이 불며 향기도 난다. 시각과 청각은 물론이고 방향 감각과 촉각, 후각까지 자극해 보다 역동적으로 영화를 즐길 수 있게 해 준다.

사실 4D 영화 자체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유니버설스튜디오나 디즈니랜드 같은 해외 테마파크에서 모션체어를 설치해 놓고 10∼20분의 짧은 입체영화 영상을 보여주며 4D 상영관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상업영화를 4D 형태로 제작해 상영한 사례는 4DX가 세계 최초”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실제로 2008년 CJ 포디플렉스(당시 CJ CGV의 프로그램 편성담당 조직)는 판타지 어드벤처 장르의 가족 영화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를 4D 형태로 제작해 CGV상암에서 상영했다. 전체 상영 기간 7주간 평균 객석 점유율이 53%에 달했을 정도로 관객 호응도가 높았다. 상업용 4D 영화 시장의 가능성에 고무된 CJ 포디플렉스는 이후 액션, 애니메이션, 공포물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4D 콘텐츠로 제작했다.

○ 사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 공략

CJ 포디플렉스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삼았다. 기존 극장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모션체어와 환경 장비 및 특수 상영 시스템을 판매해야 하는 만큼, 비좁은 내수 시장만 공략해선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CJ 포디플렉스는 출범 초기부터 미국 시네마콘, 스페인 시네유럽, 중국 베이징국제방송영화TV설비전시회, 홍콩 시네아시아 등 영화산업 관련 주요 글로벌 박람회에 적극 참여하며 해외 거래처 발굴에 나섰다. 4DX 입점에 관심을 보이는 극장 사업자가 있다면 중남미는 물론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거리를 불문하고 영업에 나섰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2017년 4월 말 기준 4DX 시스템은 전 세계 48개국(한국 포함) 375개 상영관에 도입돼 운영되고 있다.

4DX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뜨겁다. 4월 12일 개봉한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의 경우 개봉 첫 주말 국내 30여 개 4DX 상영관 평균 객석 점유율은 58%에 달했다. 일반 2D 상영관 주말 평균 객석 점유율이 31%라는 점에 비춰 보면 매우 높은 수치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개봉 후 2주간 평균 97% 객석 점유율을 기록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 영화산업 종주국인 미국에서도 인정

현재 CJ 포디플렉스와 손잡은 극장 사업자는 전 세계 67곳에 이른다. 이 중엔 완다시네마(2014년 첫 계약 체결), 리걸시네마(2015년), 시네폴리스(2011년) 등 전 세계 1, 2, 4위 멀티플렉스 사업자가 모두 포함돼 있다. 내로라하는 멀티플렉스 사업자와 계약을 맺기까지는 난관이 많았다. 특히 미국 시장의 벽은 너무나도 높았다. 영화산업의 ‘종주국’을 자처하는 미국의 기업들은 ‘변방 국가’인 한국의 신기술에 선뜻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CJ 포디플렉스는 일단 관객들이 4DX를 접해보기만 하면 새로운 영화 관람 형태에 매료될 것이라고 보고 끈질기게 미국 시장 진출을 추진했다. 우선 2011년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에 ‘CGV 할리우드 4DX랩’을 설치했다. 상업적 용도의 상영관은 아니지만 영화 제작자 및 배급사, 감독 및 배우, 멀티플렉스 관계자들이 4DX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24석 규모의 시사회용 공간을 마련했다. 이어 현지 파트너 물색을 위해 전통적인 극장 사업자는 물론이고 복합 쇼핑몰이나 전시관 개발업체 등 부동산 관련 기업까지 폭넓게 접촉에 나섰다.

이런 노력의 결과 CJ 포디플렉스는 2014년 LA 다운타운 내 복합 문화공간 ‘LA라이브’ 개발 사업자인 AEG와 4DX 입점 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최병환 CJ 포디플렉스 대표는 “AEG는 그 뿌리가 극장이 아니라 스포츠 경기장, 컨벤션 센터 등의 전문 시설을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이라며 “신규 투자에 보수적인 전통적 극장 사업자와 달리 혁신적인 시설 도입에 비교적 우호적이었던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미국 1호 4DX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4DX 도입 후 1년 새 LA라이브 전체 박스 오피스 실적은 3배, 관람객 수는 2배가 늘었다고. 최 대표는 “LA라이브에서 4DX가 큰 성과를 올리자 그동안 냉담한 반응을 보였던 극장 사업자들이 하나둘씩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메이저 업체인 리걸시네마도 4DX의 잠재력을 인정해 2018년까지 약 20개 4DX 상영관을 설치하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김상훈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4DX는 수십 년간 지속된 영화 상영 방식에서 벗어난 일종의 ‘불연속적 혁신’”이라며 “CJ 포디플렉스는 고객들의 직접 체험을 유도하는 일련의 전술을 통해 혁신 확산의 초기 장벽을 효과적으로 제거했다”고 말했다. 즉, 할리우드에 시사회용 4DX랩을 설치하는 투자를 단행하고, 단 한 개가 될지언정 세계 곳곳에 4DX 상영관을 열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상영관 자체가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해 주는 ‘체험관’이자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4DX는 아시아, 북미, 남미, 유럽,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대륙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6대륙에 진출해 있다. 올해 말까지 글로벌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해 총 600개의 4DX 상영관을 운영한다는 게 CJ 포디플렉스의 목표다.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기사 전문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24호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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