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獨 콕 집어, 트럼프 환율전쟁 포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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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조작해도 바보처럼 지켜 봐”… 백악관 무역위원장 “獨이 美 착취”
獨-日 반발… 국제금융시장 출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일본이 환율을 조작했다”고 공개 비판하며 환율전쟁에 불을 지폈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로부터 환율정책을 비판받은 한국도 중국, 일본과 함께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제약회사 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무슨 짓을 하는지, 일본이 수년간 무슨 짓을 해왔는지 보라”며 “이들 국가는 (환율로) 금융시장을 조작(play)했고 우리는 바보처럼 지켜보고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과 일본을 사실상 환율조작국으로 특정한 것이다. 측근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은 같은 날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독일이 유로화 가치를 큰 폭으로 절하해 미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을 착취하고 있다”고 독일을 정조준했다.

 트럼프의 발언을 놓고 환율조작국 지정 공약이 머지않아 강도 높게 시행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재무부는 대미 무역흑자 및 경상수지 흑자 등 요건에 맞는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매년 4월, 10월 발표한다. 한국은 지난해 10월 중국 일본 독일 등과 함께 환율조작국 전 단계인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었다.

 트럼프로부터 환율조작국이라는 비판을 받은 독일과 일본은 즉각 반발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독일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선택에 어떤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고 끼칠 수도 없다”며 환율조작설을 일축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1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그런 비판은 맞지 않다. 필요하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환율 발언에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0원 하락(원화 가치는 상승)한 1158.1원에 마감했다. 이날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달러 약세가 가속화됐다. 미국 소비자신뢰지수 등 경제지표 부진이 더해져 달러 약세를 부채질했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3개월 만에 100 아래로 내려갔다.

조은아 achim@donga.com·정임수 기자
#환율#트럼프#국제금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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