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허리… 아픈곳 많은데 잘 달려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9일 03시 00분


우승 박을운 기수, 말에게 고마움 표시… 박병룡 마주 “피노누아, 이름값 해”

최고 암말의 영예를 안은 피노누아와 기수 박을운 씨. 과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최고 암말의 영예를 안은 피노누아와 기수 박을운 씨. 과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골프로 치면 최경주(46)가 우승했다고 해야 하나. 나이도 있고 여기저기 아픈 데도 많았는데 잘 달려줘 고맙다.”

28일 열린 제20회 동아일보배 대상경주에서 우승한 박을운 기수(41)는 경주마 ‘피노누아’에 대한 고마움부터 표시했다. 취미가 골프인 그는 “6세에 접어든 피노누아는 골프 선수로 치면 40대 중반을 넘어선 것이다. 최근 무릎, 허리 등에 노화 증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날 고글 4개를 안전모에 착용하고 경주에 나선 박 기수는 “오늘처럼 눈이 오거나 비가 내리면 앞에서 달리는 말들의 발굽에서 흙이 튀어 올라와 앞이 안 보일 수 있다. 고글을 2개를 차례로 벗어가며 레이스를 펼쳤다”고 설명했다.

1998년 기수로 데뷔한 그는 20년 가까이 줄곧 체중 52kg을 유지하고 있다. 박 기수는 “항상 다이어트를 해야 하고 (경마가 열리는) 주말이 다가오면 바나나밖에 먹지 못하지만 맨 먼저 골인하는 짜릿한 희열은 그 어떤 기쁨과도 바꿀 수 없다. 말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피노누아의 마주는 박병룡 파라다이스 사장으로 와인 전문가이다. 포도 품종인 ‘피노누아’는 가장 많이 재배되는 레드와인 품종 네 가지 가운데 하나로 흔히 ‘변덕스러운 여인’에 비유된다. 자신의 애마 이름을 와인에서 따온 박 마주는 “와인과 말(馬)은 한번 그 매력에 빠지면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피노누아가 고령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고 고귀한 풍미를 자랑하는 와인처럼 이름값을 한 것 같다”며 기뻐했다.

과천=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피노누아#박을운#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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