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정용진 인문강좌의 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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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고시’로 불리는 삼성과 현대차의 인적성검사가 이번 주말 전국에서 실시된다. 12일의 삼성그룹 직무적성검사(SSAT)에는 9만 명, 11일 치르는 현대차그룹의 인적성검사(HMAT)에는 2만 명이 참여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 역시 역사와 인문학에 대한 이해가 취업준비생들의 운명을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도 기업 경영에서 인문학적 관점을 중시한다. 문학 역사 철학 등 인문학이 과연 기업의 밥벌이에 무슨 도움이 될까 싶은데 그게 아닌가 보다. 특히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애플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기술과 인문학의 결합”이라고 강조했다. 20년간 월트디즈니를 이끌었던 마이클 아이스너는 영문학을 전공했다. 그는 “어떤 사업이든 인간관계가 관건인데 사람 사는 방식을 이해함에서 문학처럼 예리한 직관을 갖게 해 주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제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열린 ‘2015 지식향연’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인문학 전도사로 나서 대학생들 앞에서 인문학적 지혜를 강조하는 개막 강연을 했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스마트 시대의 위기를 극복하고 축복을 제대로 누리려면 ‘생각의 근육’을 단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근육 훈련 방법으로 독서, 글쓰기, 토론을 제시했다. 카네기, 록펠러 등 미국의 대부호 가문은 자녀들에게 인문학의 중요성을 심어 주는 전통이 있는데 삼성가도 그렇다. 정 부회장은 서울대에서 서양사학을 전공한 뒤 미 브라운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인문학의 뿌리가 흔들린다고 아우성인 현실에서 기업이 인문학에 애착을 보여 주는 것이 반갑다. 지난해 시작된 ‘지식향연’은 신세계그룹의 인문학 중흥 사업 브랜드로 신세계가 해마다 20억 원씩 지원한다. 유통업의 미래를 고민하는 최고경영자가 인문학의 가치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21세기의 불확실한 기업 환경에서 단순히 경영 서적을 뒤적이는 것만으로 격변의 시대에 대처하기는 힘들다. 길 없는 곳을 찾아가 지도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통로를 열어 주는 것, 바로 인문학의 힘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인문학#인적성검사#직무적성검사#삼성#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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