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3 계엄의 밤 어떤 이는 걱정하는 딸의 만류를 뿌리쳤고, 다른 이는 유서를 쓴 채 국회로 달려갔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하며 강조했듯 국회의 신속한 계엄 해제 결정은 무장한 계엄군에 맞선 시민들의 용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부가 이런 시민들의 공로를 인정하기 위해 대통령 소속으로 ‘빛의 위원회’를 설치하기 위한 대통령령을 입법 예고했다.
▷위원회 활동의 핵심은 비상계엄에 항거한 시민들에게 ‘인증서’를 주겠다는 것이다. 이르면 3월부터 시민들로부터 인증서 신청을 받는다. 이를 위해 35명 이내로 위원회를 꾸리는데, 재정경제부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행정안전부 등까지 각 부처 장관급 인사만 10명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는 대규모다. 위원회 아래에는 고위공무원을 단장으로 하는 지원단을 갖추고 각 부처 공무원들을 파견받을 수 있게 했다.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은 우리 민주주의를 40여 년 전 쿠데타의 흑역사로 퇴행시킬 뻔했다. 이에 맞선 시민들의 노력은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 다만 그 모습은 다양했다. 계엄 선포 당시 국회에 모여든 시민만 5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이어 수많은 시민이 윤 전 대통령 파면을 요구하며 각종 집회에 참석했다. 그 방식도 온라인 활동을 포함해 저마다 달랐다. 그런데 대통령령엔 ‘빛의 혁명으로 대한민국 헌법과 민주주의 수호에 기여한 국민’이라고만 돼 있을 뿐 언제, 어떤 활동까지 인정할지 그 기준이 모호한 것이 사실이다.
▷시민들의 자발적 저항을 정부가 나서 평가하는 것에도 야당에선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계엄 반대에 경중을 매겨 인증서 발급 여부를 결정하면 인증서를 받지 못한 국민들은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다. 정부는 ‘인증서 대상자에 대한 예우’ 계획도 밝혔는데, 그 수준에 따라 또 다른 논란을 부를 수도 있다. 5·18민주화유공자법 등은 희생자의 유족 등 예우와 보상 대상을 엄격히 법으로 규정했다. 이런 예우와 형평성에 어긋나지는 않는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도 있다.
▷빛의 위원회 업무엔 ‘국가기념일 지정 자문 및 지원’도 포함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12월 3일을 법정공휴일인 ‘국민주권의 날’로 정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를 위한 절차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할 수 없다며 많은 논쟁이 있을 것인 만큼 국민의 의사에 따르겠다고 했다. 계엄에 맞선 시민들에 대한 평가는 이를 역사에 분명히 남겨 다시는 민주주의와 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자칫 국민들에게 위화감을 느끼게 하는 새로운 갈등의 소재가 돼선 곤란하다. 먼저 국민의 공감대를 얻는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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