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세계적 인하 추세에 역행” vs “세율 낮춰도 투자 제자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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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로 옮겨붙은 증세 논쟁]정부, 법인세 올리면 기업경쟁력 떨어진다는데…

‘성역(聖域)은 없다.’ vs ‘국제경쟁에서 뒤질 수 없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5일 언론 인터뷰 등에서 “여러 종류의 세금 중 법인세만 성역으로 남겨둘 수 없다”고 밝히면서 법인세 증세 논란이 ‘성역 밖’으로 나왔다. 법인세부터 올려야 증세(增稅) 문제를 거론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여 온 야당은 반색했다.

하지만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난이 심각한 일본도 법인세를 줄이는데 우리만 올리면 국제경쟁에서 뒤처진다”며 신중론을 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역시 증세보다 복지지출 구조조정에 우선순위를 뒀다. 이에 따라 정부와 여야가 법인세 증세 문제를 두고 당분간 평행선을 달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

○ 법인세율 성역화 논란

유 원내대표는 법인세에 대해 ‘성역’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법인세 세율만은 건드릴 수 없다는 정부 세정(稅政)정책 기조를 비판했다. 소득세, 재산세 등 개인에게 영향을 주는 세제는 수시로 손을 대면서 법인세율 인상만은 안 된다는 논리를 정면으로 공박한 것이다.

2014년 말 기준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세율인 23.4%보다 낮다. 미국(35%) 일본(25.5%) 중국(25%)은 한국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대만 싱가포르 등 수출 경쟁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이 17%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법인세율은 경쟁력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법인세 수입이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기준 15.5%로 OECD 회원국 평균(8.7%)의 갑절 수준이다. 경제 규모에 비해 법인세 수입이 많다는 뜻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25%였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3%포인트 내린 결과 2014년 1∼11월 법인세 수입은 40조4000억 원으로 2013년 같은 기간보다 1조5000억 원 줄었다. 일각에서는 세율을 높이면 줄어든 세수가 회복될 것이라고 하지만 기재부는 지난해 법인세수 감소의 주요 원인이 세율 인하가 아니라 경기 악화에 따른 기업 실적 부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세율을 높여도 기업 실적이 회복되지 않는 한 세수가 늘어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는 지난해 이미 과세표준(세금부과 기준금액) 1000억 원 초과 대기업에 적용하는 최저한세율(감면 혜택을 받아도 최소한 내야 하는 세율)을 16%에서 17%로 높였다. 야권 등의 주장과 달리 이미 법인세가 일부 인상된 것이다.

○ 법인세 인상, 국내 고용 감소 부메랑 우려

법인세를 올리면 기업의 부담은 당연히 커진다. 세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연구개발(R&D) 투자 등이 줄어들어 국가경제의 미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들이 경쟁적으로 세율을 내리는 이유다.

또 글로벌 경기 침체로 한국 대기업 중 수익을 내는 기업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법인세는 이익을 낸 기업들만 내는 세목인 만큼 경영을 잘한 기업에만 세금이 더 부과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법인세를 올리면 한국 기업들이 세금을 줄이려고 국내 생산을 줄이는 대신 해외 생산을 늘리거나 해외법인 쪽으로 수익을 몰아주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현대차가 법인세 때문에 국내에서 이익을 내는 것이 부담이 된다고 판단하면 울산공장의 생산을 줄이고 터키공장 생산을 확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법인세 인상이 국내 고용 감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법인세율의 소폭 인상이 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훼손할 정도는 아니며 중장기적으로 보면 법인세와 기업 경쟁력 간의 상관관계가 높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성효용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1990년 최고 34%였던 법인세율이 2005년 25%까지 낮아졌지만, 이에 따른 기업의 투자 및 매출 증가 효과는 직접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 법인세율 5%P 높여도 무상복지 감당 어려워

정치권에서는 법인세 인상에 따라 향후 5년간 13조∼53조 원의 세수 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해 여야 의원들의 주장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법인세 구간 및 세율을 △과세표준 2억 원 이하 10% △2억 원 초과∼500억 원 이하 22% △500억 원 초과 25%로 변경하면 5년간 13조2365억 원의 법인세를 추가로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과표 1000억 원을 초과하는 대기업에 27%의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법인세를 올리면 최대 53조5102억 원의 세수 증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추산했다.

인상 폭 등에 따라 매년 2조6000억∼10조7000억 원의 세수가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법인세 증세만으로 늘어나는 복지 예산을 감당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기재부에 따르면 기초연금,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 ‘3대 무상복지’에만 소요되는 예산이 올해 22조 원에서 2017년에는 30조 원으로 늘어난다. 대기업 법인세율을 5%포인트 올려 5년간 53조 원 넘게 세금을 더 거둬도 이 3개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의 절반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한편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복지정책의 사회적 비용 추계’ 연구 보고서를 통해 무상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법인세율을 높이면 사회적 간접 손실이 66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또 무상보육, 무상급식, 기초연금, 반값등록금 등 4대 복지정책을 현행대로 집행하면 올해부터 3년간 84조7320억 원이 들지만 복지정책을 소득 하위 70%에 대한 선별적 복지로 전환하면 소요 비용이 71조6820억 원으로 현행보다 13조 원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이상훈 january@donga.com / 세종=손영일 / 황태호 기자
#법인세#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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