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IT업체에 금융업 진출 허용 검토

송충현기자 , 신민기기자 입력 2014-12-15 03:00수정 2014-12-15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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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산업 육성방안, 정부 2015년 업무계획에 반영 정부가 핀테크(FinTech·금융기술) 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완화와 정책 지원에 발 벗고 나선 것은 이 분야가 침체에 빠진 금융업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알리바바, 미국 페이팔 등 해외 핀테크 기업들의 국내 진출이 임박하면서 걸음마 단계인 국내 금융기술 시장을 자칫 외국업체들이 선점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 실명법은 대표적 ‘병목’ 규제

정부가 추진하는 핀테크 산업 지원 방안의 핵심은 ‘금융실명법’을 개정해 본인 확인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다. 지금은 온라인이나 모바일뱅킹을 통해 은행 업무를 보려면 처음 거래를 틀 때 반드시 점포를 찾아가 창구 직원에게 실명 확인을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정부는 스마트폰 등 통신기기들을 활용한 실명 확인이 가능해지면 은행 지점에 가지 않고도 인터넷을 통해 예금을 들거나 펀드에 가입하는 등 금융거래가 한결 편리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9월에도 관련법 시행령을 고쳐 실명 확인 업무를 다른 금융회사에 위·수탁할 수 있게 했다. 예컨대 A은행에서 실명 확인을 받아오면 B증권사에서 계좌를 틀 수 있게 허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나 소비자 편의 제고에 큰 도움이 안 되는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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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20년 전에 만든 금융실명법이야말로 핀테크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병목(Bottle-neck) 규제”라며 “‘대포통장을 부추긴다’는 논란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비(非)대면 본인 확인은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영역”이라며 “해외 전자금융업체들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전에 하루빨리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금산분리 완화’는 금융회사와 정보기술(IT) 업체 간 융·복합을 촉진해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묘안으로 꼽힌다. 지금은 금융회사와 IT기업 간 업무 제휴만 가능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제한된 범위 내에서라도 지분 소유에 관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아마존과 구글, 중국의 텐센트나 알리바바 등 글로벌 IT기업은 직접 은행을 경영하거나 자체 결제·송금시스템을 갖추는 등 금융업 진출에 관한 규제를 훨씬 적게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IT기업 등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허용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정치적 논란을 감수해야 한다는 게 문제다. 정부 관계자는 “금산분리 완화는 어차피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IT기업에 인터넷은행을 허용하되 은행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해 기업금융은 금지하거나, 소유지분 한도를 아예 없애는 대신 지방은행처럼 15% 수준으로 일부만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수백개 핀테크 기업 살아남을 생태계 조성을”

정부의 핀테크 산업 지원책은 중장기적으로는 소비자들의 후생을 높이는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당국이 새로 도입하기로 한 ‘금융상품자문업’은 온라인을 통해 소비자에게 맞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로 금융사 간의 경쟁을 통해 펀드 보수나 수수료 인하 등을 유도할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점포 설립 비용을 아껴 대출금리나 각종 수수료를 내리는 데 쓴다면 기존 시중은행들도 인하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최근 한 포럼에 참석해 “기득권을 지키려는 금융회사들이 반발할 수도 있겠지만 소비자들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자세로 핀테크 혁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업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대책으로는 금융회사 설립을 위한 자본금 규제를 푸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1000억 원으로 돼 있는 시중은행의 최소 자본금 기준이 250억∼500억 원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결제·송금 분야 핀테크 기업을 옥죄는 규제들도 도마에 올라 있다. 지금은 전자금융업을 하려면 5억∼50억 원의 자본금이 있어야 하지만 현행법상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을 수 없어 많은 벤처기업의 사업 아이디어가 미처 꽃피기도 전에 사장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규제를 완화하는 데에만 그치지 말고 금융산업 전체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영국, 미국처럼 수백 개의 핀테크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유재필 금융보안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금산분리, 금융실명제 완화 등은 핀테크 산업이 한국에서 등장할 수 있는 최소 필요조건”이라며 “많은 신생 업체가 시장에 진출해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충현 balgun@donga.com·신민기 기자
#IT#금융업#핀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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