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지역 최대 ‘발전용 ESS’ 구축… 글로벌무대 ‘턴키 사업자’ 주도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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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ESS시장 휩쓰는 국내 기업들]美서 두각 LG화학

《 에너지저장장치(ESS)란 상대적으로 요금이 싼 심야시간대에 전력을 비축해두거나 태양광, 풍력발전 시스템 등과 연계해 전기를 저장하는 장치다. 전력이 부족하거나 피크타임 때 미리 저장해둔 전기를 사용할 수 있어 에너지 효율화에 효과적인 에너지 신산업의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ESS를 구현하는 기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리튬이온 배터리를 활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일찌감치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곳곳으로 눈을 돌려 ESS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토종 배터리 업체들의 글로벌 활약상을 소개한다. 》  
美 전력회사 변전소의 LG화학 배터리 미국 캘리포니아 최대 전력회사인 SCE가 운영하는 모노리스 
변전소. 이곳에 설치된 ESS에는 A4 용지 3분의 2 크기인 LG화학의 배터리가 60만 개 이상 탑재돼 있다. 이는 GM의 대표
 전기차인 ‘볼트’ 2100대를 생산하는 데 드는 배터리 규모로, 볼트를 타고 지구를 세 바퀴 이상 돌 수 있는 용량이기도 하다.
 SCE 제공
美 전력회사 변전소의 LG화학 배터리 미국 캘리포니아 최대 전력회사인 SCE가 운영하는 모노리스 변전소. 이곳에 설치된 ESS에는 A4 용지 3분의 2 크기인 LG화학의 배터리가 60만 개 이상 탑재돼 있다. 이는 GM의 대표 전기차인 ‘볼트’ 2100대를 생산하는 데 드는 배터리 규모로, 볼트를 타고 지구를 세 바퀴 이상 돌 수 있는 용량이기도 하다. SCE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차를 타고 북쪽으로 2시간 남짓 달려가면 미국 최대의 풍력발전단지가 자리한 곳에 다다른다. 인디언 말로 ‘바람의 언덕’이란 뜻을 가진 테하차피 산맥이다. 해발 1200∼2400m에 달하는 이곳 테하차피에 서면 거대한 바람개비 5000여 개가 고지대 언덕 곳곳에 군집해 있는 이유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황량한 모하비 사막과 푸른 숲이 묘한 조화를 이루는 곳에서 발원한 거센 바람이 만들어 낸 풍력은 남부 캘리포니아 에너지 생산의 주요 자원으로 쓰인다. 바로 이곳 풍력발전단지에서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LG화학이 구축한 북미 최대 규모의 발전용 에너지저장장치(ESS)가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LG화학이 구축한 ESS는 캘리포니아 주 최대 전력공급 회사인 SCE가 운영하는 모놀리스 변전소에 설치돼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5월 미국 에너지부의 지원을 받아 SCE가 추진하는 ESS 실증 관련 국책과제의 최종 배터리 공급 업체로 선정된 이후 1년 4개월여 만에 이 같은 성과를 이뤄냈다. 구축된 배터리 용량은 32MWh. 이는 캘리포니아 현지 100가구 정도가 한 달가량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SCE는 향후 2년간 LG화학이 구축한 ESS를 운영하며 전력계통 안정화, 신재생에너지와의 연계, 주파수 조정 등 총 13가지 용도에 대해 면밀한 실증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LG화학에 테하차피 프로젝트는 단순히 북미 최대 규모의 ESS 실증 사업에 배터리를 공급했다는 측면에서만 의의가 있는 게 아니다. LG화학이 글로벌 무대에서 ‘턴키 사업자’로서 ESS 구축 사업의 주도권을 쥐게 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 실제로 LG화학은 테하차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모놀리스 변전소에 ESS를 구축하면서 세계 굴지의 전력 엔지니어링 회사인 ABB를 전력제어장치(PCS) 공급 업체로 ‘선정’했다. 2010년 LG화학이 스위스 시장 진출을 위해 ABB로부터 배터리 공급 업체로 ‘선택’받았던 것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LG화학 미국법인의 수석프로젝트 매니저인 케빈 폭 씨는 “그동안 LG화학이 북미 유럽 등 글로벌 ESS 시장에서 꾸준히 쌓아온 수주 실적을 인정받아 이뤄낸 쾌거”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ESS 시장은 발전부터 전력망까지 전체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는 전력 관련 회사를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왔고, 배터리 업체는 이들이 수주한 프로젝트에 배터리를 납품하는 정도로만 사업에 참여해 왔다. 그러나 LG화학은 테하차피 프로젝트를 계기로 단순한 배터리 공급사 수준에서 벗어나 ESS 구축 사업으로까지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PCS 업체, 시스템통합(SI) 기업 등 전력 분야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해나간다는 전략이다.

한편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지난해 10월 전력공급사에 ESS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SCE를 비롯해 PG&E, SDG&E 등 현지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3개 민간 전력회사는 2020년까지 각각 580MW, 580MW, 165MW 등 도합 1325MW의 ESS 설비를 구축해야 한다. LG화학 관계자는 “ESS 설치 의무화로 북미 시장에서의 사업 기회가 더욱 커진 만큼 향후 북미에서 진행될 대규모 스마트 그리드 관련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해 ESS 시스템 구축 사업자로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LG화학#ESS#턴키 사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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