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여배우 김부선의 생활진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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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 김부선은 영화 ‘애마부인’으로 이름을 얻었다. 애마부인은 1982년 야간 통행금지가 없어진 해의 분위기 속에서 만들어져 전 시대와 다른 과감한 성 표현을 시도한 영화다. 영화 1000만 명 동원 운운하는 오늘날에는 우습게 보일지 모르지만 개봉 당시 10만 명 이상을 동원했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애마부인은 인기에 힘입어 시리즈로 제작됐고 김부선은 ‘애마부인 3’에서 여주인공을 맡았다.

▷왕년의 애마부인이 최근 같은 아파트 주민과 주먹을 주고받으며 싸우는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CC)TV 동영상이 공개됐다. 단순 폭행 사건인 줄 알았더니 아파트 관리비를 둘러싼 싸움이었다. 해당구청이 이 아파트의 겨울철 난방비 부과내용을 조사했는데 난방비가 제로(0)인 경우가 300건이나 있었다. 경찰은 상당수 가구가 열량계를 의도적으로 조작한 단서를 확보하고 조사 중이다.

▷김부선은 2008년 총선 당시 홍세화 진중권 등과 함께 진보신당의 홍보대사로 활동했다. 그가 진보신당과 인연을 맺은 건 대마초 때문이다. 전인권이 대마초 흡연으로 구속돼 있을 때 정치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진보신당의 노회찬 전 의원만이 응답을 해왔다고 한다. 김부선 자신이 대마초로 2번 구속된 바 있고 대마초 금지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낸 적도 있다. 대마초로 수감생활을 하면서 재소자와 전과자의 권리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여배우여서 성 상납 제의를 받은 적도 있다. 그가 정치에 눈을 뜬 계기라고 한다.

▷그는 지금은 배우직을 생계수단으로 해서 살아가며 겨울철이면 자기 집만 많이 나와 보이는 난방비에 속이 상하는 소시민이다. 방송에서 제 성격을 참지 못해 마구 쏟아내는 말 때문에 아빠 없이 키운 딸마저 창피하다며 집을 나가버려 혼자 사는 불쌍한 엄마다. 그러나 그는 아파트 경비원에게 따뜻한 국 한 그릇을 나눠주면서 느낀 행복감을 페이스북에 글로 올리는 사람이기도 하다. 대리운전기사에게 ‘내가 누군지 알아’라고 호통치며 갑질 하는 입만 살아 있는 진보들은 김부선의 생활진보에서 배워야 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김부선#애마부인#아파트#난방비#생활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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