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어른의 주먹-발, 아이에겐 ‘흉기’

동아일보 입력 2014-04-16 03:00수정 2014-04-16 09:33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8세 아동 뼈 강도는 성인의 8분의1 수준… 복벽 얇아 배 밟으면 장기 파열 ‘울산 계모’ 박모 씨(42)와 ‘칠곡 계모’ 임모 씨(36)가 각각 여덟 살 의붓딸을 때려 죽음에 이르게 할 당시 사용한 건 주먹과 발이었다. 울산 사건의 1심 재판부는 박 씨가 흉기를 쓰지 않았다는 점을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근거 중 하나로 들었다. 하지만 아동들은 갈비뼈 14대가 부러지는 등 흉기로 맞았을 때와 별 차이가 없을 정도의 중상을 입고 숨졌다.

서승우 고려대 의대 정형외과 교수는 “법원이 살인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한 건 아동 신체가 어른에 비해 얼마나 약한지를 간과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뼈와 근육이 발달하지 못한 여덟 살 아동에게 성인의 주먹과 발은 흉기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울산 계모 박 씨는 딸이 숨지기 1년여 전 딸의 허벅지를 발로 수차례 찼다. 허벅지 뼈는 두 동강 났다. 여덟 살 아동의 허벅지 뼈 굵기(지름)는 성인의 절반 수준. 갈비뼈는 더 가늘어 성인의 절반∼3분의 1 수준이다. 뼈 구성 성분 등 모든 조건이 성인과 같고 굵기만 다르다고 가정해도 뼈 강도는 어른의 8분의 1∼27분의 1에 불과하다.

박 씨는 키 166cm에 몸무게 58kg. 딸은 123cm에 20kg이었다. 서 교수는 “철근 지름이 1mm만 차이가 나도 철근이 견딜 수 있는 건물 하중에 엄청난 차이가 나는 것처럼 어른 뼈와 아이 뼈는 강도에서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차이가 난다”며 “체격 차이가 큰 어른이 뼈의 강도가 나무젓가락 같은 아이를 무차별 폭행했는데 어떻게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관련기사
칠곡 계모 임 씨는 누워 있는 딸의 배를 발로 수차례 밟았다. 임 씨 몸무게는 50kg가량. B 양은 20kg이었다. 몇 시간 뒤 딸이 심한 복통을 호소했음에도 주먹으로 배를 또 때렸다.

아동의 복벽(배 앞쪽의 속 부분)은 어른에 비해 몇분의 1∼몇십분의 1 정도로 얇다. 성인의 경우 장이 파열되려면 차량 정면충돌 사고로 배가 핸들에 강하게 부딪힌 정도의 충격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아동은 복벽이 얇아 발로 강하게 밟는 정도로도 같은 충격을 받는다.

이국종 아주대 의대 외과 교수는 “7년 전 계모의 발에 배를 밟혀 췌장이 두 동강 난 7세 여아를 치료한 적이 있었는데 복벽 두께를 생각하면 아동의 배를 강하게 밟는 건 살인에 가까운 행위”라고 말했다.

지난해 계모와 친부에게 닷새 동안 구타당한 뒤 숨진 A 군(8)은 ‘수면 고문’을 당했다. 부부가 골프채 등으로 A 군을 때리면서 1차로 30시간, 2차로 40시간 가까이 잠을 재우지 않았다.

아동을 잠자지 못하게 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흉기’를 휘두르는 것이나 다름없다.

주은연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잠을 못 자면 심장, 뇌, 혈관 등 모든 기관이 쉬지 못해 손상을 입는데 아동은 장기가 미성숙해 더 심각한 손상을 입게 되고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효주 hjson@donga.com·박성진 기자
#아동학대#폭력 부모#계모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