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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나는 보수” 32%… 北도발-NLL논란에 “진보” 앞질렀다

입력 2013-10-31 03:00업데이트 2013-10-3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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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한국인 의식조사] 동아일보와 재단법인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이 전국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3년 국민의식조사’에서 스스로를 ‘보수’라고 답한 사람이 ‘진보’라고 답한 사람보다 많았다. 보수와 중도는 늘어난 반면 진보는 그만큼 줄어 ‘진보의 위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동성애, 낙태 등에 대해 개방적인 20대는 오히려 국내 거주 외국인이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구사회에서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척도로 여겨지는 동성애, 낙태는 국내에서 이념별 차이보다 연령별 차이가 더 뚜렷했다.

○ ‘보수’가 ‘진보’ 앞질러

2010∼2012년 한국 사회는 중도층이 서서히 줄면서 보수층과 진보층으로 흡수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이런 흐름이 올해는 달라졌다. 지난해까지는 스스로를 ‘진보’라고 답한 사람이 보수보다 10%포인트가량 많았지만 올해 들어 중도(41.2%)와 보수층(32.7%)이 늘어나며 진보(26.1%)는 대폭 감소했다. 관련 조사를 실시한 2010년 이후 보수가 진보를 앞지른 것은 처음이다. 특히 20대와 60대에서 보수성향 응답자가 지난해보다 각각 9%포인트, 11%포인트 늘어났다.

아산정책연구원 김지윤 연구위원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뒤 북한의 도발에 대한 정부의 강한 대응방식이 지지를 받은 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의혹 사건 등으로 진보성향 지지층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념 간 양극화는 심화됐다. 진보는 더욱 진보적으로 됐고 보수는 더욱 보수적으로 됐다. 이념 성향을 스스로 0∼10점으로 평가하도록 한 조사에서 보수층은 7.24점, 진보층은 2.19점을 기록했다. 2010년 각각 6.90점과 2.84점이었던 것에 비해 차이가 더 벌어진 것이다.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기준이 ‘성장 대 분배’ ‘공익 대 자유’로 서서히 구분되는 모습도 보였다. 정부가 경제성장과 소득분배 중 어느 쪽에 더 집중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경제성장이 더 중요하다는 응답(52.8%)이 소득분배가 더 중요하다는 응답(47.2%)을 약간 앞질렀다. 보수의 66.8%가 경제성장을, 진보의 70.1%가 소득분배를 택했다. 공익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주장에 동의한다는 응답은 63.2%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36.8%)을 크게 앞섰다. 이념 성향별로는 보수의 73.7%가 동의했지만 진보는 52.4%만 동의했다.

○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 드러내는 20대

20대가 국내 거주 외국인과 외국인 노동자, 다문화가정에 대해 가장 배타적인 시각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에 대해 ‘거부감이 든다’고 대답한 20대는 23.9%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외국인에 대해 가장 관대한 태도를 가진 연령층은 30대로 16.1%만이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했다.

마찬가지로 외국인 노동자가 한국 사회의 가치를 어지럽힌다는 주장에 대해 20대의 31.3%가 동의했다. 이는 전체 응답자의 평균인 21.5%보다 10%포인트가량 높은 수치다. 다음으로 50대와 60대의 21.6%가, 30대의 19.1%가 이 주장에 동의했다. 40대는 15.3%로 20대의 절반에 불과했다. 다문화가정에 대해 ‘사회불안을 높이고 사회통합을 어렵게 한다’는 부정적 인식을 나타낸 비율도 20대(35.1%)가 가장 높았다.

20대의 이런 외국인 혐오 현상은 출신국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는 중국, 필리핀 출신 이민자에게 특히 더 부정적이었고 미국이나 일본 출신 이민자에 대해서는 다른 연령대보다 거부감이 덜했다. 이는 60대가 미국, 일본 출신 이민자들을 더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과 대비된다. 여기에는 대학별로 중국인 유학생이 늘어나면서 겪는 불편함과 오원춘 사건 등 외국인 노동자들이 저지른 흉악 범죄에 대한 두려움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취업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외국인에게 일자리를 빼앗긴다는 인식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 동성애·낙태 문제에 연령별 시각차 커

서구 사회에서 자주 논쟁이 벌어지는 동성애 낙태 등 사회 이슈에 대해선 연령대별 차이가 컸다. 동성애자에 대해 거부감이 든다는 응답은 78.5%로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는 응답(21.5%)을 압도했다. 다만 거부감이 든다는 응답은 2010년 84.3%에서 서서히 줄고 있다. 연령별로는 20대 가운데 동성애자에 대해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은 무려 42.5%였던 반면 60대 이상에서는 8.3%에 불과했다. 동성 간 결혼의 법적 허용에 대해선 20대는 53.0%가 찬성했으나 60대는 7.6%만 찬성했다. 보수의 84.9%, 진보의 70.3%가 모두 동성애자에게 거부감을 느낀다고 답해 보수-진보 간 구분은 뚜렷하지 않았다.

낙태의 전면 허용을 묻는 질문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산모가 위험한 경우에 한해 제한적 허용’(55.3%)이 가장 많았고, 이어 ‘산모의 선택에 따라 허용’(29.9%), ‘생명 경시이므로 금지’(14.8%) 등이었다. 2010년 ‘제한적 허용’과 ‘허용’이 각각 53.6%, 29.2%였던 것에서 약간 늘었다. 20대, 30대, 40대에서 30% 중반이 낙태 허용에 찬성했지만 50대는 27.1%, 60대는 18.1%만 동의했다. 보수의 27.9%, 진보의 32.2%가 낙태 허용에 찬성해 동성애자에 대한 인식과 마찬가지로 보수-진보 간 구분이 뚜렷하지 않았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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