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DO IT/기자체험시리즈]<14>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 연습 레이싱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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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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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코스 선점 위해 수차례 충돌 위기… 코너링할 땐 좌우로 요동
요트 안전대 매달려 “식스맨 살려~”

스키퍼(선장) 폴 캠벨 제임스(28·왼쪽에서 두 번째) 등 영국팀 선원들이 식스맨으로 체험에나선 본보 유근형 기자(왼쪽)와 함께 연습 레이싱 출발 나팔이 울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스키퍼(선장) 폴 캠벨 제임스(28·왼쪽에서 두 번째) 등 영국팀 선원들이 식스맨으로 체험에나선 본보 유근형 기자(왼쪽)와 함께 연습 레이싱 출발 나팔이 울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Ready to tack(방향 바꿀 준비)! Hoist(돛을 올려라)!” 스키퍼(skipper·선장)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최대 승부처인 반환점 앞이다. 상대팀 요트와 부딪칠 뻔한 위기를 피해 인코스를 선점하자 배는 우측으로 심하게 기울었다. 기자가 바다로 고꾸라지려는 순간 제네이커(제3의 돛)가 펴졌다. 반환점 돌기에 성공한 뒤 평정을 되찾은 요트는 뒷바람을 받고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Okay Go, Go(가자).” 선원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F1 경주용 자동차보다 멋진 코너링으로 승기를 잡은 순간이었다. 세계 3대 요트 대회 중 하나인 월드매치레이싱투어(WMRT) 2011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가 8일부터 닷새간 경기 화성시 전곡항에서 열리고 있다. 12개 팀이 풀 리그를 벌여 상위 8팀을 가린 뒤 토너먼트로 우승팀을 결정한다. 코리아매치컵은 올 시즌 세 번째이자 상금(총 3억 원)이 가장 큰 WMRT 투어다. 기자는 7일 영국팀의 객원 선원으로 한국팀과의 연습 레이싱에 동승했다.》

○ 식스맨(6th man)이 되다

세계 3대 요트대회로 꼽히는 월드매치 레이싱투어(WMRT)의 시즌 세 번째 대회인 2011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가 경기 화성시 전곡항 일대에서 8일부터 12일까지 열린다. 본보 유근형 기자(왼쪽)가 7일 영국팀의 식스맨으로 연습 레이싱에 동참했다. 요트가 방향을 바꿀 때마다 심하게 기울어지고 있다. 화성=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세계 3대 요트대회로 꼽히는 월드매치 레이싱투어(WMRT)의 시즌 세 번째 대회인 2011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가 경기 화성시 전곡항 일대에서 8일부터 12일까지 열린다. 본보 유근형 기자(왼쪽)가 7일 영국팀의 식스맨으로 연습 레이싱에 동참했다. 요트가 방향을 바꿀 때마다 심하게 기울어지고 있다. 화성=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요트 한번 타본 적 없는 기자가 바로 객원 선원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매치레이스의 오랜 전통 때문이다. 매치레이스는 5인승 킬보트급 요트로 두 팀이 맞대결을 펼치는 경기다. 하지만 여섯 번째 선원이자 경기 관찰자를 뜻하는 식스맨(6th man) 선정은 뜻밖에도 관대하다. 세계 최고의 요트 대회인 아메리카스컵에서 주최자가 직접 요트에 탄 것이 이 전통의 유래다. 언론인, 대회 관계자, 마니아 관객 등이 식스맨으로 참가할 수 있다. 단 상대팀에도 비슷한 몸무게의 식스맨을 태워야 한다는 조항은 있다.

농구에만 있는 줄 알았던 식스맨이 되기 위해 기자는 고무보트를 타고 전곡항을 나섰다. 바다로 나가자 빠르게 돌아가는 풍력 발전기용 프로펠러와 구름 낀 제부도가 눈에 들어왔다. 수시로 바뀌는 바람과 파도로 유명하다는 전곡항 앞바다에 전운이 감돌았다.

기자를 기다리는 요트에 다가서자 보트가 춤을 추며 승선을 방해했다. 영국팀의 폴 캠벨 제임스(28)가 손을 내밀어 승선을 도왔다. “Welcome to the hell. 6th man(지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 식스맨).”

경기 시작을 알리는 나팔 소리가 울렸다. 레이스 초반의 관건은 바람의 변화를 고려해 반환점까지의 최단거리를 찾는 것. 진행 방향이 바뀔 때마다 요트는 좌우로 심하게 기울었다.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기자는 바다에 빠지지 않기 위해 안전바를 잡고 가까스로 버텼다. 그런 상황에서 선체 위를 뛰어다니며 돛을 조종하는 5인의 선원이 초인처럼 보였다.

○ 위기일발 반환점 돌기

승부처인 반환점에 다다르자 인코스를 선점하기 위한 자리싸움이 치열했다. 좌우로 흔들리던 요트는 해수면과 30도에 가까울 정도로 기울었다. 상대팀 요트와 부딪칠 위기가 수차례. 기자는 버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먼저 반환점을 돌고 평정을 되찾았는가 싶더니 선원들은 다시 뒷바람을 받는 제네이커를 펴기 위해 분주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제네이커가 물에 가라앉아 제대로 펴지지 않은 것. 백조처럼 유영하던 요트는 이내 속도가 죽었다. 결국 이날 연습경기에서는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동메달을 땄던 한국팀이 승리했다. 이번 대회를 한국에 개최한 주역 김동영 프로모터(40·세일코리아 대표)는 “탈 때마다 바람과 물길이 같은 날이 없어요. 그게 바로 요트의 매력이지요. 골프는 같은 코스를 자주 가면 지루하지 않나요”라고 말했다.

요트에 직접 승선해 박진감 넘치는 매치레이스 경기를 관전하고 싶다면 12일 전에 전곡항을 찾아보자. 신청자 중 매일 10명을 추첨해 식스맨이 될 기회를 제공한다.

화성=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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