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DO IT/기자체험시리즈]<7>최첨단 인텔리전스 칩 스키 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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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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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셰 연상 섹시한 디자인
부드러운 회전 깔끔한 뒷맛

‘서투른 무당이 장구만 나무란다’는 말이 있다. 그렇기는 해도 자고 나면 신제품 쏟아지는 첨단세상에선 ‘장구도 장구 나름’이란 말이 오히려 더 설득력 있다. 스키도 같다. 카빙스키 등장(1993년) 후 스키의 발전은 놀랍다. 첨단과학이 아낌없이 접목되는데 방향은 조종성 향상이다. 어떻게 해야 가볍고 부드러우며 수월하게 회전하게 하느냐다. 그러려면 반드시 극복해야 할 것이 있다. 플레이트의 떨림이다.

진동은 질주를 방해한다. 에지 그립(스키 양날이 설면을 파고드는 힘)도 약화시킨다. 고속질주의 상급자용 스키는 플레이트가 딱딱하다. 떨림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스키 조종에 필요한 힘을 전달하는 데에는 이게 효과적이다. 하지만 타려면 힘이 든다. 부드러우면서도 조종성 좋은 스키. 메이커가 추구하는 이상형이다.

10년 전 스키메이커 헤드(HEAD)사는 특별한 스키를 내놓았다. ‘리퀴드메탈’ 플레이트에 ‘인텔리파이버’를 깔고 전자 칩을 연결한 인텔리전스 칩 스키다. 리퀴드메탈은 액상분자구조의 금속. 특수 금속판과 나무판을 샌드위치처럼 쌓아 만든 첨단 플레이트로 반복되는 수축·이완에도 탄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만든 고안품이다.

본보 조성하 여행전문기자가 스키메이커 헤드가 새롭게 선보인 첨단스키 ‘칩71’ 모델을 타고 경기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의 슬로프를 질주하고 있다. 사진 제공 곤지암리조트
본보 조성하 여행전문기자가 스키메이커 헤드가 새롭게 선보인 첨단스키 ‘칩71’ 모델을 타고 경기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의 슬로프를 질주하고 있다. 사진 제공 곤지암리조트
거기 깔린 인텔리파이버는 압전(壓電)섬유다. 질주할 때 떨리는 플레이트의 진동을 전자에너지로 바꿔 칩에 보내는 역할을 한다. 전자 칩은 그 전자에너지를 축적했다가 회전할 때 플레이트로 방출해 플레이트를 딱딱하게 만들어준다. 에지 그립을 높이기 위한 고안이다.

기자가 첨단 칩 스키를 처음 접한 것은 4년 전. 칩 스키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가볍고 부드러우면서도 깔끔한 회전을 수월하게 만들어주는 ‘효자손’이었다. 그리고 올 시즌, 최첨단 ‘칩71’모델을 손에 넣었다. 테스트해 보니 4년 전의 놀라움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대물’이었다. 더 첨단화된 지능형 칩과 인텔리파이버, 회전할 때 플레이트의 뒤틀림을 막아 에지 그립을 높이도록 고안된 ‘골격안정기(Skeleton Stabilizer)’를 골자로 한 토크터닝기술 덕분이다.

칩71을 챙겨 중국으로 갔다. 클럽메드가 지난달 중국 대륙에 최초로 연 스키리조트 야불리(헤이룽장 성 하얼빈 부근)다. 고도차 470m의 야불리 A4트레일. 중상급자의 카빙 턴 구사에 적당한 폭과 경사였다. 올 블랙의 심플한 플레이트에 전용바인딩을 얹은 칩71. 스포츠카 포르셰를 연상시키는 섹시한 디자인이다. 그 칩71에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이틀간 영하 23도의 혹한 속에서 나는 칩71과 한 몸이 되어 눈밭을 달구었다.

그 소감. ‘슈퍼드라이’다. 목 넘김 후 딱 떨어지는 깔끔한 뒷맛의 ‘드라이맥주’ 가운데 최고 맛을 칭하는 표현이다. 의도하지 않아도 회전이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칩71의 특징 묘사에 이보다 더 적확한 표현은 없을 듯하다. 향상된 에지 그립은 어떤 스키보다도 인상적이었다. 테일까지 플레이트가 레일 위 기차처럼 탈선하지 않도록 고안한 첨단설계 덕분이었다. 말끔한 회전 마무리는 부츠 바닥 부분까지 휘도록 고안한 슬라이딩레일 방식의 파워14 바인딩(티롤리아 제품) 덕도 크다. 국내로 돌아와 지난주 곤지암리조트를 다시 누비며 그 맛을 재음미했다. 역시 환상적이었다.

올 시즌엔 선수용의 KERS(Kinetic Energy Recovering System·운동에너지 복원시스템) 모델도 나왔다. 칩을 앞에만 장착한 칩71과 달리 뒤에도 두었다. 회전할 때 플레이트의 반발력을 순간적으로 향상시켜 스키를 가속하는 액셀러레이터다. 그런 특별한 퍼포먼스에 힘입어 헤드는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경이적인 기록을 작성했다. 알파인스키 30개 메달 중 11개가 헤드 스키어 몫이 된 것이다. 선수의 이적도 눈에 띈다. 보드 밀러와 린지 본(이상 미국)에 이어 악셀 룬드 시빙달(노르웨이)이 올 시즌 헤드로 갈아탔다. 국내서도 여러 데몬스트레이터(기술선수권자)와 선수가 올 시즌 헤드를 선택했다고 헤드스키 수입사인 알케미스트(대표 한정재)의 최정모 과장이 전했다.

헤드는 1950년대 알루미늄으로 기존 나무 스키보다 가볍고 튼튼하며 금속 에지를 처음 채용한 스키를 만든 스포츠 발명가 하워드 헤드(미국)가 만든 브랜드. 그는 스위트스폿(테니스 배드민턴 라켓과 클럽 페이스에서 맞힌 공이 가장 멀리 날아가는 적확한 점)을 확대시킨 오버사이즈 테니스라켓, 알루미늄 테니스라켓(1976년) 등의 특허로 백만장자가 된 후 은퇴했다.

조성하 여행전문 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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