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DO IT/기자체험시리즈]<8>겨울스포츠 ‘몸치’의 스노스쿠터 도전

  • Array
  • 입력 2011년 1월 11일 03시 00분


코멘트

구르고 넘어지고… 4시간만에 ‘고고 씽’

《기자의 고향은 울산. 대학 입학으로 서울에 올라올 때까지 18년 동안 눈을 딱 한 번 봤다. 이러니 겨울스포츠는 TV에서나 보는 남의 나라 얘기. 20대 후반에 스키와 스노보드를 처음 접했다. 그런 기자가 생경한 겨울스포츠 체험에 나섰다. 국내에선 아직 낯선 스노스쿠터(snow scooter). 두려웠다. 그래도 스쿠터란 단어를 떠올리며 눈 덮인 산길을 질주하는 멋진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뿔싸. 착각이었다. 스노스쿠터는 쉽게 말하면 ‘스노보드+자전거’. 모터는 없다. 스키와 스노보드처럼 경사면에서 커브를 그리며 내려와야 한다.》

눈 위에 서다. 아니 넘어지다

김동욱 기자(왼쪽)가 제이케이스포츠 하재규 사장의 지도로 스노스쿠터에 올라 중심 잡기를 연습하고 있다(위). 김 기자는 슬로프를 내려오다 여러 차례 눈밭을 뒹굴고 때로는 전망에 부딪치기도 했다.광주=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김동욱 기자(왼쪽)가 제이케이스포츠 하재규 사장의 지도로 스노스쿠터에 올라 중심 잡기를 연습하고 있다(위). 김 기자는 슬로프를 내려오다 여러 차례 눈밭을 뒹굴고 때로는 전망에 부딪치기도 했다.광주=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5일 스노스쿠터를 타기 위해 찾아간 곳은 경기 광주시의 곤지암리조트. 국내 유일의 스노스쿠터 라이더인 제이케이스포츠 하재규 사장이 반갑게 맞이했다. 웃으면서 하는 말. “4시간 정도 배우면 될 겁니다.”

스키? 배우다 포기했다. 스노보드? 네 번 정도 탔지만 턴 동작도 제대로 못하는 초보자다. 내심 ‘온종일 배우기만 하다 끝나겠다’고 생각했다. 가파른 슬로프가 보였지만 어차피 올라가지도 못할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가장 처음 배운 것은 스노스쿠터의 원리. 간단하다. 한 발을 발판에 얹고 다른 발로 땅을 지치면 된다. 방향 전환? 핸들을 돌리면 된다. 실제로 해보니 마음먹은 대로 따라주는 스노스쿠터가 고마웠다.

다음은 정지 동작. 스노스쿠터는 브레이크가 없다. 진행 방향에서 90도 좌우로 틀어야 정지가 된다. 왼쪽으로 핸들을 돌리면 앞보드가 왼쪽으로 간다. 그 뒤 발판에 두 발을 얹은 상태에서 왼발에 무게를 두면 뒷보드가 왼쪽으로 틀어지면서 진행 방향에서 90도가 되며 멈춘다. 말은 쉽다. 실제로 해보니 멈추기는커녕 45도로 계속 나아갔다. 비틀거리다 넘어지기 일쑤였다. 보다 못한 하 사장이 “핸들을 먼저 돌리고 발판을 누르는 힘을 조절해야 된다”고 말했다.

눈 위를 달리다. 아니 구르다

본보 김동욱 기자가 경기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아직 국내에선 생소한 스노스쿠터 체험에 나섰다. 광주=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본보 김동욱 기자가 경기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아직 국내에선 생소한 스노스쿠터 체험에 나섰다. 광주=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드디어 초보자 코스에 올랐다. 슬로프에서는 스노스쿠터 2년 경력의 김부성 씨가 나섰다. 멍하게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기자를 향해 말했다. “이제 넘어지는 연습부터 하죠.”

타기 전부터 넘어지는 연습이라니. 먼저 시범을 보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넘어져도 핸들을 놓지 않는 것. 성치 않을 몸을 생각해 머뭇거리자 “넘어지는 연습을 해야 실제로 넘어졌을 때 크게 다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심호흡을 크게 하고 3, 4m 내려가다 왼쪽으로 틀어 넘어졌다. ‘어! 생각보다 아프지는 않네.’ 핸들과 프레임이 먼저 지면의 충격을 흡수해 몸으로 전해지는 충격은 덜했다. 몇 번 넘어지자 요령도 생겼다. 그렇게 넘어지면서 스노스쿠터를 타고 처음으로 슬로프를 완주했다. 500m 거리를 내려오는 동안 넘어진 횟수는 세다 말았다. 김 씨가 환한 웃음을 띠고 말한다. “다시 올라가죠.”

눈과 친해지다. 아니 날 가져갔다

두세 번 내려오자 자신감이 붙었다. 호기심에 가득한 사람들의 시선도 받았다. 얼마나 물어보는 사람이 많던지. 점심 식사 뒤 중급자 코스에 도전했다. 스노스쿠터는 팔목과 손목 힘이 필요한 운동. 핸들을 눌러줘야 원하는 방향으로 회전이 되고 안정적인 커브가 가능하다.

역시나 중급자 코스도 구르면서 내려왔다. 물론 내려오는 길이 더 길고 경사가 급한 탓도 있다. 한참을 쉰 뒤 다시 도전했다. 팔목의 힘이 돌아오면서 자신감도 생겼다. 슬며시 속도도 내봤다. 곡선을 그리며 내려오는 스노스쿠터 기술 중 중요한 것은 ‘업앤드다운(up and down)’. 커브를 돌 때 무릎을 굽혀 최대한 자세를 낮춘 뒤 일어서는 동작을 취해야 안정적으로 탈 수 있다. 몸은 물먹은 솜처럼 무거웠지만 입에선 딴 말이 나오고 있었다. “한 번 더 타죠.” 어느새 즐기고 있었다.

광주=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 스노스쿠터 (snow scooter)란? ::

자전거와 같은 프레임에 앞뒤 2개의 독립된 보드가 붙어 있다. 안장 없이 양 다리를 가지런히 하여 프레임 위에 놓인 데크에 올리고 선 상태로 핸들을 좌우로 움직이며 나아간다. 유럽, 캐나다, 일본에서 대회가 열리고 있다. 스노스쿠터는 전량 수입되며 가격은 120만∼800만 원이다. 초보자도 반나절만 배우면 탈 수 있고 스노보드보다 부상 위험이 낮은 편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