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DO IT/기자체험시리즈]<9>장애인 슬레지하키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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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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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kg장비, 뒤뚱뒤뚱 썰매 … 링크 오르자 “쿵”

《장애인에게 ‘레포츠’는 먼 나라 얘기다. 이동하거나 장비를 사용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장애를 딛고 매주 아이스링크에 모여 파워와 스피드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절단 장애, 소아마비, 척추 손상 등의 장애를 넘어 “운동을 통해 방 안에서만 살던 나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했다”고 말하는 아이스 슬레지하키 선수들이다. 기자가 직접 장비를 착용하고 그들의 레저 세계에 동참해 봤다.》

○ 가장 격렬한 장애인 스포츠

장애인 레저 스포츠 중 가장 격렬한 아이스 슬레지하키를 본보 유근형 기자(오른쪽)가 체험했다. 기자가 균형을 잡지 못하자 연세 이글스 하진헌 감독이 부축해주고 있다. 성남=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장애인 레저 스포츠 중 가장 격렬한 아이스 슬레지하키를 본보 유근형 기자(오른쪽)가 체험했다. 기자가 균형을 잡지 못하자 연세 이글스 하진헌 감독이 부축해주고 있다. 성남=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각오하세요. 제가 매운맛을 보여 드릴게요.”

경기 성남종합운동장 아이스링크에서 만난 아이스 슬레지하키 연세 이글스의 신경문 씨는 대뜸 겁부터 줬다. 강력한 보디체크, 시속 100km에 이르는 총알 강슛 등 실제 아이스하키에 맞먹는 힘을 보여주겠단다.

슬레지하키는 장애인을 위해 아이스하키를 변형한 경기지만 일반 하키의 보호장구를 사용할 만큼 격렬하다.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가 불편한 신 씨는 “사이클, 스키 등 썰매를 이용한 스포츠를 해봤지만 이처럼 남성적인 매력을 지닌 스포츠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연습에 앞서 장비를 챙기기 시작했다. 어깨, 팔꿈치, 정강이, 낭심 보호대, 글러브 등 보호대만 5가지가 넘었다. 겹겹이 장비를 착용하자 움직이기 버거울 정도로 몸이 두툼해졌다. 뚱청년에서 벗어나려고 다이어트에 매진해 왔건만, 스케이트를 신고 헬멧을 쓰니 영락없는 한 마리 곰처럼 보였다.

○ 직진은 OK! 턴은 No!

10kg이 넘는 육중한 장비들을 착용하고 링크에 나섰다. 직진은 가능했지만 문제는 턴. 썰매를 틀려고 시도하자 여지없이 고꾸라졌다. 처음 서너 번은 픽을 지렛대 삼아 일어섰지만 횟수가 거듭되면서 일어날 힘조차 없었다. 빙판에 얼굴을 부딪치기를 거듭하면서 정신마저 몽롱해졌다.

기자의 일일코치로 나선 연세 이글스 하진헌 감독은 “지금 경기장에서는 기자님의 몸이 가장 불편해 보인다”고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이곳이 내 방 침대였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꽝’ 하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퍽을 치는 소리였다. 예비군 훈련장에서 듣던 실탄 사격 소리에 맞먹을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 균형 잡느라 강슛은 꿈도 못 꿔

슈팅 도전의 가장 큰 장애는 폴을 잡은 두 손 중 한 손을 떼야 한다는 것. 땀이 흘러내려도 균형을 잡기 위해 손을 쓸 수 없었다. 슈팅을 하기 위해 오른손을 들자 몸의 균형은 흐트러졌다. 가까스로 퍽을 건드려도 제대로 된 슛은 불가능했다. 슛이라기보다 땅볼 패스만 연발했다. 결국 다시 주행 훈련을 해야만 했다. 선수들과 몸을 부딪는 체험은 포기해야만 했다.

이처럼 슬레지하키는 처음에는 일반인이 하기도 힘든 고난도 스포츠다. 하지만 4회 정도 강습을 하면 연습경기도 할 수 있다. 하 감독은 “처음엔 휠체어에서 일어나지도 못했던 장정호 선수를 1년 만에 국가대표로 만들었을 때가 가장 보람 있었다”며 “집에만 있는 장애인들이 제2의 장정호에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과 함께 몸을 부딪치며 희열을 느끼고 싶다면 대한장애인아이스하키협회(www.kihad.com)를 방문하면 된다.

장애를 넘어 2014년 소치 패럴림픽 국가대표팀의 주전 선수가 되고 싶다면 말이다.

성남=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아이스 슬레지하키 ::

장애인을 위한 아이스하키로 북유럽과 미주 지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스포츠. 양날이 달린 슬레지(썰매)를 타고 움직이며 경기를 한다. 한국은 등록 선수가 40여 명에 불과하다. 실업팀 강원도청과 동호인팀 연세 이글스, 레드불스가 전부다.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으로 척추 부상을 당해 장애인이 된 이성근 씨가 1999년 일본에서 썰매 1대를 기증받은 게 한국 슬레지하키의 시초다. 한국은 지난해 밴쿠버 패럴림픽에서 6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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