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DO IT/기자체험시리즈]<6>28km산악마라톤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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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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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대로 10km… 후들후들 20km… 악! 경련이…

《“야, 그러다 쓰러진다.” 서울국제마라톤 때마다 마스터스 레이스 도우미를 해주는 광화문페이싱팀 관계자의 제안으로 28km 트레일런(산악마라톤)에 도전한다고 주위에 알리자 한결같이 돌아온 대답이었다. 대회 당일 중도에 포기할까 봐 여러 사람에게 알려 마음을 다잡으려고 한 말인데 “이제 몸조심할 나이(참고로 기자 나이는 41세)”라며 축구 하다 심장마비로 쓰러진 영화배우 고 허장강 씨를 비유하며 한사코 말렸다. 하지만 자신 있었다. 그동안 마라톤 풀코스를 3회 완주했고 매주말 10∼20km를 달리고 있었다. 또 색다른 도전도 하고 싶었다.》

본보 양종구 기자가 대모산을 시작으로 구룡산, 청계산, 인릉산으로 이어지는 28km 트레일런(산악마라톤)의 마지막 구간인 인릉산 능선을 힘겹게 달리고 있다.양 기자는 걷고 달리고 쉬기를 반복해 이를 악물고 70리 레이스를 마쳤다. 사진 제공 달리는 의사들
본보 양종구 기자가 대모산을 시작으로 구룡산, 청계산, 인릉산으로 이어지는 28km 트레일런(산악마라톤)의 마지막 구간인 인릉산 능선을 힘겹게 달리고 있다.
양 기자는 걷고 달리고 쉬기를 반복해 이를 악물고 70리 레이스를 마쳤다. 사진 제공 달리는 의사들
광저우 아시아경기가 한창 진행 중인 지난달 21일 새벽 28km 2010 행복 트레일런 축제(달리는 의사들 주최)의 출발지인 서울 수서역 6번 출구 옆 주차장으로 나갔다. ‘산악마라톤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라는 생각을 가졌는데 출발 징 소리가 울린 오전 8시 30분 200명이 넘는 남녀 달림이들이 배낭을 하나씩 메고 해발 293m의 대모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트레일런은 ‘서바이벌 마라톤’이라 마실 물과 약간의 음식, 그리고 방한복을 준비해야 한다. 기자도 물과 빵, 파워젤(이상 각 1개), 초코파이(3개)에 바람막이 상의를 챙겨 산을 올랐다.

처음부터 ‘오르막은 걷고 평지와 내리막만 뛰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알고 보니 산을 달리는 트레일런이라 해서 전 구간을 달리는 게 아니었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오르막은 걷고 평지와 내리막에서만 뛰어야 완주가 가능하다.

대모산을 거쳐 306m 높이의 구룡산 능선 끝인 1차 관문(6.8km)까지는 즐겁게 산을 오르내렸다. 비교적 완만해 오르내림에 큰 힘이 들지 않았다. 개나리골 약수터에서 목을 축인 뒤 청계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비교적 완만한 사색의 길, 임꺽정 길 등을 지날 때만 해도 ‘뭐 쉽게 완주하겠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옥녀봉(375m)과 매봉(369m)을 거쳐 이수봉(545m)으로 이어진 길은 마치 지옥 같았다. 10km를 넘게 달려 지친 발걸음을 줄기차게 옮겨도 계단은 끝이 없었다. 다리는 천근만근이었고 심장은 터질 듯 요동쳤다. 가다 서다를 계속 반복했다. 휴일 웃음 가득 산을 오르는 수많은 사람들의 밝은 얼굴이 없었다면 아마 포기했을 것이다.

이수봉을 넘어 옛골로 이어지는 길은 내리막이었다. 힘겹게 산을 올라서인지 다리가 절로 움직였다. 날개를 단 듯 가벼웠다. 이게 화근이었다. 수km 이어진 내리막길을 달려 옛골 버스 정류장 근처 2차 관문(20km)에 다다르자 왼쪽 허벅다리와 오른쪽 장딴지에 경련이 왔다. 평지를 달릴 때 하체에 몸무게의 약 3배 충격이 가해지니 내리막에서는 4∼5배의 충격이 가해지는 셈. 무릎 및 발목 관절도 끊어질 듯 아팠다. 인릉산(327m) 능선까지 약 3km를 천천히 걸은 다음에야 다시 달릴 수 있었다. 4시간47분51초. 남자 완주자 111명 중 49위. 20명의 여자 완주자 중 서너 명이 기자보다 앞섰으니 전체 50위에 조금 못 미쳤다.

트레일런은 산길을 달리다 보니 기분이 상쾌하다. 발 장딴지 허벅지 등 하체 강화에 도움이 된다. 불규칙한 산길에서 부상 없이 달리기 위한 자세 유지에 좋고 순간적인 판단력과 적응력도 키워준다. 특히 나무에서 나오는 ‘천연항생제’ 피톤치드를 마셔 몸의 면역력을 키울 수도 있다. 초보자는 3∼5km를 시작으로 차근차근 거리를 늘리면 된다. 트레일런 전문화도 필요하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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