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후계 공식화]‘인민군 대장 김정은’… 3대 세습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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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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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후계체제 당대표자회

북한 최고 권력기관인 노동당의 대표자회가 28일 평양에서 개막한다. 이번 회의는 1980년 6차 당 대회 이후 30년, 1966년 2차 당 대표자회 이후 44년 만에 처음으로 당 최고 지도기관 회의가 열리는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27일 이번 회의에 참가할 각 지역 대표자가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을 참배했다고 전했다. 국가정보원 관계자는 “이번 회의가 2, 3일 동안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28일 하루에 끝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 “父子 공동정권 탄생”

이번 회의에서는 ‘포스트 김정일’ 체제가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08년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 이후 후계자로 지명된 3남 김정은이 당 비서나 정치국 상무위원 등의 요직을 맡아 후계자로서 공식 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가정보원 관계자는 27일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미 김정은으로 넘어가는 후계 절차는 진행 중”이라며 “북한 지도부가 이를 얼마만큼 공식화하고 노출할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향후 김 위원장이 국방위를 관장하고 당은 실질적으로 김정은에게 넘겨 자신의 권력기반을 넓히도록 하는 ‘김정일-김정은 공동정권’이 탄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겸 국방위 부위원장이 2인자 자리를 확고히 해 3대 세습을 위한 과도권력체제를 형성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장 부장은 당 비서나 정치국 상무위원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승열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소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은 건강 이상으로 아들의 유일지도체제가 확고히 자리 잡을 때까지 자리를 지킬 수 없기 때문에 이번 당 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은의 후계체제가 완성될 때까지 과도권력을 행사할 장 부장 등 엘리트그룹에 권력의 정당성을 부여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김 위원장이 제3의 길로 돌아갈 수도 있다. 김정은에게 노동당 조직지도부 부부장 등 핵심 요직을 준 뒤 이를 공개하지 않거나 김정은과 장성택이 아닌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 등 제3의 인물을 노동당 최고위직에 앉혀 세력 균형을 추구할 수도 있다.

○ 인사 쇄신으로 낡은 정책 바꿀까

국정원 관계자는 “이번 회의의 중요 관심사는 결원 보충을 비롯한 (대표자회의) 조직정비”라고 말했다. 특히 실체가 거의 없는 정치국 상무위원과 중앙위 위원 등 요직을 충원해 당내 집단지도체제를 회복하고 주요 보직의 교체를 통한 권력 엘리트의 세대교체가 이뤄질지가 관심이다.

북한은 이번 회의의 목적이 “당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노동신문 등을 통해 밝힌 바 있다. 공산당이 곧 국가임을 의미하는 ‘사회주의 당-국가체제’를 회복해 집단지도체제와 그 운영원리인 ‘민주집중제’(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을 결정하고 결정된 정책은 모두가 따르는 정책결정방식)로 돌아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당 대표자회를 계기로 6·25전쟁 이후 태어난 혁명 3, 4세대가 대폭 약진할 것”이라며 후계체제를 이끌어 갈 당내 세대교체를 기대했다. 일부에서는 그동안 김 위원장의 선군정치 아래서 득세한 국방위 중심의 군부 세력이 당의 요직을 맡아 당을 ‘접수’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당은 전국적인 조직망을 가지고 있고 국방위는 중앙행정조직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번 회의를 통해 당 중앙 조직이 재건되면 국가 의사결정의 중심이 당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는 반론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권력 중심부 인물의 변화에 따라 당의 정책에도 큰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과의 핵 협상이나 대남 정책 등 대외관계에서 획기적인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국제사회는 기대하고 있다. 또 북한 지도부가 낡은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버리고 중국식 개혁개방 모델을 받아들일지도 관심사다. 정부 당국자는 “꼭 이번 회의가 아니라도 새로 구성된 당 중앙위원회가 전원회의 등을 열어 중요 정책의 수정을 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전망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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