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한국에 온 ‘정의란 무엇인가’ 저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大교수

동아일보 입력 2010-08-20 03:00수정 2010-08-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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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 경제논리에 휘둘려 정의에 배고팠을 것” 《“의견 불일치를 받아들이는 것이 정의로운 사회로 가는 출발점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의 가장 큰 과제는 공공논의의 장(場)을 마련해 정의, 공공 선(善) 같은 답하기 어려운 문제를 다루는 것이죠.”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의 저자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57)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정의로운 사회 건설의 방법을 이렇게 제시했다. 그는 이어 이날 오후 5시 아산정책연구원 강당에서 학계, 정계 인사 130여 명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 이 자리에는 조순 전 부총리, 정진석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 등이 참석했다. 그의 방한은 2005년에 이어 두 번째.》
마이클 샌델의 ‘정의’ 수업은 20여 년 동안 미국 하버드대 학생들 사이에서 최고의 명강의로 손꼽혀 왔다. 그는 “수업 도중 학생들이 기침을 많이 하면 내가 강의를 잘못한다는 증거”라며 “많은 학생과 눈을 마주치고 그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그는 1980년부터 하버드대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의 ‘정의’ 수업은 20여 년간 하버드대 학생들 사이에서 최고의 명강의로 손꼽히고 있으며, 2008년 미국정치학회는 그를 최고의 교수로 선정했다. 그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는 국내에서 5월 24일 출간된 이래 33만여 부가 팔리며 인문서적으로는 이례적으로 대형 서점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샌델 교수는 한국에서 그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로 ‘진정한 정의에 대한 배고픔’을 들었다.

“아마 이 책에서 그 답을 찾으려고 한 것 같습니다. 책에서 저의 목표는 철학의 큰 개념들 즉 공공 선, 정의 등을 사람들이 쉽게 이해했으면 하는 것입니다. 또 정의에 관한 공공의 논의를 촉진시키길 바랐습니다. 미국의 경우 정당 간의 분열적 논의로 인해 이런 중요한 문제를 다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는 정의에 대한 배고픔의 원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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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사회에서 경제논리가 정치논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몇 십 년간 미국과 유럽, 한국은 정치에 대해 테크노크라트적(관료주의적)으로 접근해 왔습니다. 부(富)의 증대 문제에만 골몰해 국민소득의 향상 등에만 매달렸습니다. 경제가 정치를 밀어낸 것이죠. 이에 따라 근본적인 도덕적, 정신적 논의에 소홀했습니다. 정치가 공공 선이라는 가장 중요한 문제를 외면하면서 대중은 정치로부터 소외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것은 시민의 이런 갈증을 간파하고 활용했기 때문입니다.”

20여 년간 ‘정의’ 수업깵 하버드서 최고 名강의로 꼽혀

그는 정의나 공공 선과 도덕적 논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정당, 언론, 교육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언론은 가치의 문제를 논의하도록 정치인들을 강제해야 합니다. 교육제도도 바꿔야 합니다. 학생들이 윤리와 가치를 토론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교육해야 합니다. 이런 시민으로서의 교육은 졸업한 뒤에는 얻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재화의 분배문제 등 도덕적 이슈에 관한 토론이 활발해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의견일치를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의회의 주먹다짐이나 테러와 같은 극단적인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토론을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민주주의의 본질이며 토론을 통한 어떠한 결정도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도덕적 질문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근본주의자들을 자극하는 특성 중 하나가 정치에서 도덕적 논의를 배제하는 것입니다. 정치가 관료적 차원에서 진행될 때 문제는 더 커집니다.”

한국에서 여당이 감세정책을 내세우고 야당은 이에 반대하고 있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그는 ‘정의란 무엇인가’에 나오는 접근법을 소개했다.

“감세와 같은 문제는 대부분의 사회에서 핵심적인 논제입니다. 시장과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가, 자원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여러 나라의 고민이죠. 이에 관해 첫째, 자유방임주의적인 접근법이 있습니다. 이 접근법은 자유로운 시장이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자유주의적 평등주의입니다. 정부가 개인의 기회 균등을 추구하는 것이죠. 셋째, 공동체주의적 시각이 있습니다. 정부는 시장을 제약하고 빈부격차가 벌어지지 않도록 하며, 시민의식을 함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대, 이타주의, 시민 간의 우정 등은 근육과 같아 쓰면 쓸수록 커집니다. 저는 책에서 세 번째 접근법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서도 정의에 관한 공공논의 촉진시키는 계기되길”

그는 1982년 미국 자유주의의 대이론가인 존 롤스의 ‘정의론’(1971년)을 비판한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를 출간하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그는 이 책에서 ‘공동체주의자’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면서 공동체주의의 대표적 이론가로 손꼽혀 왔다. 공동체주의는 개인의 정체성은 자신이 속한 가족, 계급, 국가 등 공동체에 대한 연대와 애착을 통해 구현된다고 보며, 공동체적 가치에 기초한 덕성의 함양을 강조한다.

그는 한국이 글로벌 리더를 양성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첫째, 대학교육을 통해 글로벌한 시각을 학생들에게 심어줘야 합니다. 세계 문명, 다른 전통에 대해 서로 배워야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둘째, 다른 사회와 국가에 거주해 봐야 합니다. 셋째, 자국의 전통을 배워야 합니다. 자국의 철학, 문화적 전통을 잘 알아야 문명을 넘나드는 논의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세계 시민의 양성이 대학의 최고 임무입니다.”

그는 20일 오후 7시 서울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독자 4000여 명을 대상으로 대중 강연을 한 뒤 22일 출국한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마이클 샌델

―1953년 미국 미네소타 출생
―1975년 미국 브랜다이스대 졸업
―1980년 27세에 최연소 하버드대 교수 임용
―1982년 존 롤스 정의론 비판한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 출간
―1999년 46세에 석좌교수급에 해당하는 ‘The Professor of Harvard College’에 임명
―2008년 미국정치학회가 수여하는 ‘최고의 교수’로 선정
―저서 ‘민주주의의 불만’(1996년), ‘공공철학’(2005년), ‘완벽함에 대한 반론’(2007년) ‘정의란 무엇인가’(2009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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