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과학기술출연연 발전 민간위원회 윤종용 위원장

동아일보 입력 2010-09-03 03:00수정 2010-09-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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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위에 예산권 주고 상설화해야 科技정책 부흥”
‘과학기술출연연 발전 민간위원회’의 윤종용 위원장은 1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과학기술이 발전해야 산업, 경제, 사회 모두 발전할 수 있다”며 “연구개발 선진화를 위해선 정치적, 부처별 이기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윤종용 한국공학한림원 회장(66)은 지난 6개월간 매우 바쁜 시간을 보냈다. ‘과학기술출연연 발전 민간위원회(민간위)’라는 일반에게는 다소 생소한 조직의 위원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윤 위원장 등 15명의 민간위 위원이 맡은 일은 우리나라 과학기술 관련 연구소를 앞으로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에 대한 설계도를 그리는 것이다. 민간위는 지난해 11월 25일 출범해 최근 ‘새로운 국가과학기술 시스템 구축과 출연연 발전방안’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하고 업무를 마쳤다. 1일 오후 윤 위원장을 민간위 사무실이 있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공학한림원에서 만나 한국 과학기술 연구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대기업 대표로 연구개발을 진두지휘하다가 이제는 정부 출연연구소(출연연)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그리는 일을 맡았다. 왜 이 일을 맡게 됐나.

“(웃으며) 특별한 동기나 배경은 없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이 정부에서 이러한 일을 한다며 위원으로 참가해 달라고 했다. 몇 번을 거절했지만 요청을 해서 하는 수 없이 맡았다. 위원장도 하려던 것이 아니라 회의에서 박수로 결정되었다. 그런데 일단 맡으면 명예를 걸고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관련 분야 공부를 많이 했다.”

―민간위가 발표한 안에 대해서 과학기술계가 대체로 긍정적으로 보는 듯하다. 어떻게 해서 의견을 모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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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0회의 공식, 비공식 간담회를 통해 과학기술계 원로, 과학기술단체, 대학, 산업계, 시민단체, 관련부처, 출연연, 노조 등 300명 이상을 면담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담았고 위원들도 모두 헌신적으로 일했다.”

―과제를 수행하면서 대기업의 연구 인력과 출연연 인력을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됐을 텐데 어떤 차이가 있나.

“출연연의 연구원 자질이 훌륭해서 대기업이나 대학과 견줄 만하다. 그런데 사기가 너무 떨어져 있다. 대학교수는 높이 평가하지만 연구소 연구원들은 낮게 보는 인식과 분위기가 문제다.”

―무엇이 이런 문제를 만들었다고 보는지….

“출연연이 갖는 경직된 구조가 문제다. 대학은 자유로운 분위기지만 출연연 등은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연구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있다. 그래서 대학 등으로 이직하는 것이다. 1996년에서 2006년 사이 출연연을 떠난 사람 중 85%가 대학으로 간 데 비해 같은 기간 대학을 그만둔 사람 중 9%만이 출연연으로 왔을 뿐이다. 적어도 출연연으로 오고 싶어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출연연 연구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 민간위가 제시하는 해법은….

“연구원들이 고유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외주 사업인 연구과제중심제도(PBS·Project Based System) 비중을 줄여야 한다. 출연연 연구원들이 민간에서 하기 힘든 거대과학, 기초과학, 융합과학 등을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도록 정부의 연구비 지원 비율을 70%가량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 정년을 대학과 같은 65세로 높이는 방안도 제안했다.”

민간위원 15명 과학기술정책 조사 “정책방향 이끌 기관없어 연구력 낭비 기관별 연구 진행으로 효율도 낮아”

―출연연 기관장이 바뀔 때마가 관심사가 바뀌어서 중장기적인 연구를 못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출연연이 할 수 있는 중장기 연구를 위해서 기관장의 임기도 5년 이상으로 늘리고 연임할 수 있는 방안도 생각했다. 또 기관장을 선임할 때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유능한 사람을 찾아 ‘삼고초려(三顧草廬)’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그를 중심으로 유능한 과학기술자가 많이 모이게 된다. 좋은 사람이 많으면 좋은 사람이 따라온다. 삼성전자에 있을 때 유능한 과학기술자를 영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출연연을 변화하는 시대에 맞추어 통폐합하는 등의 논의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민간위가 정부로부터 받은 과제는 ‘출연연 개편’에 대한 방안 마련이다. 그러나 출연연만 개편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해 ‘국가전체 과학기술 시스템’으로 검토 범위를 확대했다. 올해 정부가 지출하는 연구개발 예산은 13조7000억 원이며 이는 국가 전체 연구개발비의 27%다. 이 중에 출연연은 4분의 1 수준이다. 나머지는 모두 민간과 대학 등이다. 이를 고려하지 않고 어떻게 미래를 설계할 수 있나. 국가 전체를 들여다보고 조정하는 기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재 과학기술 정책 결정 구조는 어떤 문제가 있나.

“비상설 조직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가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부처별로 연구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낭비도 있다. 상황이 이러니 세계적 흐름인 융·복합 연구, 거대과학, 국가 어젠다에 대한 연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이다.”

―현재의 구조가 제대로 역할을 못한다면 개선을 해야 하는데, 민간위는 어떤 결정을 내렸나.

“국가 전체의 연구개발을 담당할 ‘국가연구개발위원회’를 새로 만들거나 국과위를 상설기관으로 만들어 실질적인 권한을 주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조직은 과학기술 연구개발 전략을 짤 뿐 아니라 예산 배분, 조정, 평가까지 할 수 있어야 한다.”

―민간위는 상위 기관에 대한 밑그림과 함께 26개 출연연을 어떻게 조정할지에 대한 그림도 그린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교육과학기술부 소관 기초기술연구회와 지경부 소관 산업기술연구회에 소속된 출연연을 ‘국가연구개발원’으로 통합하자는 제안이다. 여러 부처가 관련된 대형 융합 국가프로젝트는 위원회가 국가연구개발원을 통해 직접 수행하면 된다.”

―과거에도 좋은 제도가 있었지만 실제로 잘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있다. 민간위가 제안한 밑그림이 잘 실행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지난 30, 40년간 출연연 구조조정은 과학계의 발전보다는 정치적 목적이나 부처 간 이기주의에 의해 이뤄졌다. 이제는 정부 모든 부처가 조직보다는 국가 차원의 이익을 우선 생각해야 한다. 지난 50년이 ‘모방형 성장’이었다면 현 정부는 향후 50년을 ‘창조형 성장’으로 전환시켜야 할 임무를 지고 있다고 본다. 과학기술 발달로 인한 패러다임의 변화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야를 넓혀야 할 때다.”

김규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youtae@donga.com

::윤종용 위원장::

―1944년 경북 영천 출생

―1966년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2000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2003년 과학기술훈장 ‘창조장’ 수상

―2005년 포천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인’ 1위 선정

―2010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최고 실적 CEO’ 2위 선정

―현재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회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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