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민노당만 기소는 차별”…2심 “죄질이 다르다”

동아일보 입력 2010-07-03 03:00수정 2010-07-03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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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점거 ‘공소기각’ 파기환송

당시 민주당 자진 해산했지만 민노측은 농성 지속… 강제 퇴거
1심서 판단 안한 ‘점거 유무죄’ 파기환송심서 다시 가려야
지난해 1월 국회 경위과장이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을 점거한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을 해산시키기에 앞서 강기갑 대표 등 민노당 국회의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이 사건 후 기소된 12명의 민노당 당직자는 1심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지만 항소심은 2일 이를 파기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심에서 무죄나 마찬가지인 공소 기각 판결을 받았던 ‘국회 로텐더홀 점거농성’의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보좌진 12명이 2일 항소심에서 공소 기각 판결이 파기됨에 따라 원점에서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법원 안팎에서는 이번 판결이 그동안 편향 논란을 불러일으킨 일부 형사단독 판사들의 판결을 상식에 맞게 바로잡아가는 중요한 사례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남부지법 형사5단독 마은혁 판사(47·사법시험 39회·현재 서울가정법원 근무)가 이들에게 내린 공소 기각 판결은 결론부터 미리 내려놓고 사실관계와 법 논리를 짜 맞춘 ‘기교(技巧) 사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검찰은 ‘사법권 남용’이라고 크게 반발했고 마 판사가 재판이 진행되는 중에 노회찬 전 민노당 대표의 후원 행사에 참여해 후원금을 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판의 신뢰 문제까지 제기됐다. 마 판사는 이 일로 법원장으로부터 구두경고를 받기도 했다.

당시 마 판사가 공소 기각 판결을 내린 이유는 검찰이 민노당 관계자만 차별 취급해 기소함으로써 공소권을 남용했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1월 5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다 국회 경위들에게 연행돼 경찰에 넘겨진 사람은 민주당과 민노당 관계자 19명이었는데, 그 가운데 민노당 관계자들만 의도적으로 선별 기소했다는 취지였다.

당시 검찰은 현행범 19명 가운데 가담 정도가 낮은 민주당 관계자 1명은 훈방, 관련 전과가 없는 5명은 기소유예, 관련 전과가 있는 민노당 관계자 12명을 공동퇴거불응 혐의로 벌금 70만 원에 약식 기소했다. 1명은 점거농성과 무관한 절도 혐의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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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박대준)는 2일 1심 판결의 모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파기 환송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민주당 측은 국회의장의 쟁점법안 직권상정 불가 입장 표명 이후 자진 해산한 반면 민노당 측은 그 뒤에도 3차례에 걸친 퇴거요구에도 농성을 계속하다 강제 퇴거조치됐다”며 “두 정당 관계자는 죄질이 서로 다르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민노당 관계자들만 차별해서 기소한 게 아니라 당시 상황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때 민노당 관계자들의 죄질이 더 무겁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또 “당시 미디어관련법 등 쟁점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 구도라는 정치적 상황을 보더라도 검찰이 여당과 대립하고 있는 두 야당 가운데 민노당만 차별적으로 취급할 이유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공소 기각 판결을 내린 근거였던 ‘공소권 남용 여부’만 판단하고 파기 환송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서울남부지법의 형사단독재판부에 보내지며, 파기환송심에서 유무죄를 가리게 된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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