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불렀던 시국사건 판결 ‘아직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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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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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시국선언- 1심서 ‘유죄 6 무죄 2’… 첫 항소심선 유죄
강기갑 공중부양- 공무방해 무죄에 檢강력반발… 2심 진행중
광우병 PD수첩- 항소심 재판부 “인터뷰 원본 제출하라” 압박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 사이에 법원에서는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판결이 잇따랐다.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점거농성을 벌인 민주노동당 관계자들에 대한 공소기각 판결을 시작으로 해 올해 초에는 강기갑 민노당 대표의 국회 폭력사건 무죄 판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시국선언 사건의 엇갈린 유무죄 판결이 이어졌다. 이들 판결은 모두 경력 10년 안팎의 형사단독판사가 내려 재판의 신뢰 문제까지 야기했다. 논란이 가열되자 대법원은 중요 사건 등을 단독판사 3명으로 구성된 재정합의부에 회부하는 재정합의제를 활성화하도록 권고하기도 했다.

○ 전교조 시국선언, 유무죄 엇갈려

지난해 6, 7월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1, 2차 시국선언을 주도했다가 기소된 전교조 간부들에 대한 1심 판결은 유무죄가 엇갈리며 혼선을 빚었다. 특히 1월 29일 전주지법이 첫 번째 판결에서 전교조 전주지부장 노모 씨 등 4명에게 ‘표현의 자유’ 등을 들어 무죄 판결을 선고해 거센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2월 4일 인천지법은 똑같은 사안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고 이후 전국의 1심 법원에서는 유죄 6건, 무죄 2건으로 유죄 판결이 우세한 상황이다. 또 5월에 나온 항소심 첫 판결에서 대전지법 항소부는 유죄 선고를 내려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돼가는 분위기다.

그러나 전교조 시국선언 사건 관련자의 상당수는 아직도 1심에 계류돼 있다. 전국적으로 검찰이 기소한 91명 가운데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 등 49명(54%)은 여전히 1심이 진행 중이다. 1심이 진행 중인 사건 중에서는 서울중앙지법 재정합의부가 맡고 있는 정 위원장 등 33명에 대한 재판 결과가 초미의 관심사다. 전국 최대 법원이라는 상징성이 있고 원래 단독판사에게 배당돼 있던 사건이 재정합의부로 넘겨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 강기갑 민노당 대표는 항소심 진행 중

지난해 1월 국회 사무총장실에서 폭력을 행사한 혐의(공무집행방해 등)로 기소된 강 대표는 올 1월 14일 서울남부지법에서 무죄가 선고된 뒤 검찰의 항소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담당 재판부는 2일 국회 점거농성 민노당 관계자 12명에 대한 공소기각 판결을 파기한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박대준)다. 따라서 강 대표에 대한 항소심 결과도 1심과는 달라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11일 첫 공판이 열렸고 2일 두 번째 공판이 진행됐다. 다음 달 10일 3차 공판이 열릴 예정이다.

올 1월 강 대표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검찰은 “이것이 무죄면 무엇을 폭행이나 손괴, 방해 행위로 처벌할 수 있겠느냐”며 공개적으로 법원을 비판했다. 이에 대법원이 검찰과 언론을 향해 강한 유감을 표시하는 성명서를 이례적으로 발표하고, 한나라당이 사법부 개혁을 추진하고 나서는 등 법조계와 정치권이 격한 충돌을 빚었다.

○ PD수첩 항소심, 원본 동영상 제출 논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을 과장 왜곡한 허위 보도로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항소심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에서 진행되고 있다. 1일 2차 공판이 열려 증인 신문이 이뤄졌다.

항소심 공판에서도 검찰과 변호인은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했다고 보도된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 로빈 빈슨 씨와 주치의 A J 바롯 씨의 인터뷰 원본과 녹취록 등의 원본 공개 문제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검찰의 요청을 받아들여 MBC에 “인터뷰 원본을 모두 제출하라”는 자료제출 명령을 내렸고, 변호인 측은 “언론의 자유를 막는 선례가 될 수 있다”며 반발해 왔다. 그러나 최근 MBC 측이 “재판부만 원본 테이프를 시청한 뒤 유무죄 입증에 결정적인 부분에 대해 제작진과 협의해 필요한 범위에서 최소한으로 채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절충안을 제시해 부분적으로라도 원본 공개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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