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당선자 인터뷰<14>박맹우 울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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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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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 폐수 막고 오염토 파내니 3,4년만에 되살아나”

《올해로 6회째를 맞은 울산 태화강전국수영대회(6월 11∼13일)가 처음 열리기 직전인 2005년 6월 초. 박맹우 울산시장은 태화강을 찾아 담당 국장 등으로부터 준비상황을 보고받았다. 보고를 받은 박 시장은 강변으로 가 두 손으로 강물을 떠서 몇 모금 마셨다. 이 모습은 방송사 카메라에 포착돼 그날 저녁 뉴스로 보도됐다. 불과 3, 4년 전만 해도 공장 폐수와 생활하수 때문에 악취가 풍기고 물고기가 수시로 떼죽음 당하던 태화강을 기억하는 시민들에게는 이 모습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썩어가는데 그냥 두라니…4대강 사업 정쟁 삼는 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
울산은 근대화의 메카, 산업용지 16.5㎢ 추가조성…산업화 리더로 육성할 것”


박맹우 울산시장은 “생태하천으로 되살아난 울산 태화강을 보면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왜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
 4대강 사업을 하지 못하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
박맹우 울산시장은 “생태하천으로 되살아난 울산 태화강을 보면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왜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 4대강 사업을 하지 못하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
그 당시 박 시장은 “태화강 물은 이제 마셔도 좋을 정도로 맑아졌다”고 말했다. 수영대회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태화강 수질 문제가 말끔히 해결되는 순간이었다. 2002년 7월 처음 취임한 박 시장은 “후세들로부터 울산의 젖줄인 태화강을 되살린 시장으로 평가받고 싶다”며 태화강 살리기에 공을 들였다.

그는 4대강 살리기 사업 논란에 대해 “생명의 강으로 되살아난 울산 태화강이 4대강 사업의 미래 모습”이라며 “지금 4대강을 살리지 못하면 우리 국민은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2002년 6월 지방선거에서 울산시장에 당선된 이후 이번 선거 당선(득표율 61.26%)으로 3선에 성공했다. 15, 20일 인터뷰를 하면서 시민의 탄탄한 지지를 바탕으로 마지막 시장 임기에 임하는 박 시장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분석한다면….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경고가 무서웠다. 모골이 송연했다. 한나라당이 자만했다. 울산에서 민주노동당의 실체를 과소평가했다는 점이 한나라당의 주된 참패 원인이다. 또한 공천만 하면 무조건 당선될 줄 알고 모두 자기 사람 심기에 급급했다는 점도 패인이었다.”

―울산 북구는 국회의원과 구청장, 시의원이 모두 민노당 등 진보진영이 차지했다. 북구의회도 민노당이 다수당이 됐다. 앞으로 어떻게 관계를 정립할지….

“북구와 크고 작은 의견차가 더러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울산 발전이라는 목표에는 공감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한 가지 분명히 할 것은 진보적 가치 실현을 구실로 현실적인 능력 범위를 벗어난 정책을 벌인다면 이에 상응하는 불이익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시와 협의 없이 100% 무상급식 같은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책을 펴는 것은 곤란하다. 형편이 넉넉한 학생들에게 급식비를 무상 지원하는 것보다는 주민 전체의 공익을 위해 시급하게 해결할 사업이 수두룩하다.”

―울산 시정의 가장 큰 목표는….

“울산의 경제적 역량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고 그 힘을 바탕으로 문화와 복지를 더 키우겠다. 2차 전지산업과 동북아 오일허브(oil-hub) 유치 등 울산의 새로운 성장동력도 끊임없이 보강하겠다. 그래서 ‘근대화의 메카’였던 울산을 ‘선진화의 리더’로 발전시키는 데 혼신의 힘을 쏟겠다.”

―산업단지 추가 조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선거 때 일부 후보는 ‘공급과잉’이라고 지적했는데….

“산업용지 16.5km²(약 500만 평) 추가 조성 공약은 국내외 기업의 산업용지 수요와 경제 전망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다. 산업용지 조성에는 3∼5년이 걸리기 때문에 기업체의 공장용지 요구가 나온 뒤 조성공사를 시작하면 이미 늦은 것이다.”

―4대강 사업을 어떻게 평가하나.

“부족한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해 재해를 예방하고 수질을 깨끗하게 하고 자연환경을 되살리는 4대강 사업은 빨리 추진돼야 한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거나 이를 정쟁으로 삼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온갖 오염으로 썩어가는 4대강을 그냥 두란 말인가.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는 일부 미흡한 부분은 첨단 수리 및 환경 기술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조직적인 왜곡 선동으로 이 사업을 무산시키려는 세력이 있다면 역사 앞에 책임을 져야 한다.”

―울산 태화강을 살린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태화강을 살리기 위해 오폐수 유입을 차단하고 하천 바닥에 쌓인 오염토를 준설했다. 얼마 전에는 사유지 등 53만여 m²(약 16만 평)를 국비 727억 원 등 총 1000억 원으로 사들여 대공원으로 조성해 개장했다. 태화강은 세계적인 생태하천으로 변모했다. 덩달아 울산의 환경도 살아났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울산에 와서 태화강을 둘러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참여연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에 천안함 폭침사건 조사결과에 의혹을 제기하는 서한을 보내 파문을 일으켰다.

“한마디로 속이 뒤집어진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호국보훈의 달인 6월에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선열들에게 부끄럽지도 않은지 묻고 싶다.”

―공약으로 제시한 ‘울산 산업인 명예의 전당’이 무엇인가.

“울산은 지난해 수출이 608억 달러,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4862만 원으로 각각 전국 1위였다. 울산은 40여 년간 한국 경제를 견인해 온 근대화의 중심이었다. 한국이 세계 경제 강국으로 발전하는 데 울산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고 박정희 대통령과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등과 같은 걸출한 선각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들의 업적과 삶, 정신을 후세에 귀감으로 삼기 위해 ‘울산 산업인 명예의 전당’을 건립하려는 것이다. 울산 특정공업지구 공포 50주년이 되는 2012년 개관할 계획이다.”

―금연운동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이유가 있나.

“나도 한때 하루에 담배 네 갑을 피울 정도로 골초였다. 하지만 7년 전에 담배를 끊고 난 뒤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되찾았다.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금연할 수 있다. 울산은 5개 구군이 동일 생활권이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금연정책을 펼치기 위해 시가 금연운동을 주도하는 것이다. 퇴직 후에도 금연 전도사로 활동하고 싶다.”

―울산을 한국의 행정사관학교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는데….

“무능하거나 불성실한 공무원을 현업에서 배제해 반성의 기회를 주기 위해 2007년부터 한국 최초로 ‘시정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대민(對民)서비스가 크게 향상되는 등 공직사회에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울산시 조직 역시 행정안전부의 정원 기준에 비해 2개국(局)이 적다. 적은 인원으로 행정서비스를 강화하고 업무 효율도 높이는 것이 바로 ‘행정사관학교’다.”

―울산은 아직 국제도시로서의 면모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은데….

“울산은 외국인 거주자가 1만5000명으로 서울 다음으로 많지만 국제도시로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게 사실이다. 2008년부터 국제도시화 기본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환동해 경제권의 주요 도시 간 산학연관 협력체제를 주도해 나갈 계획이다.”

박 시장은 ‘3선 광역시장 이후 행보’에 대해 “이제 막 새로운 임기 4년을 시민으로부터 허용 받았다”며 “울산 백년대계의 토대를 닦은 시장, 정말 열심히 일 잘한 시장으로 평가받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최영훈 편집국 부국장
정리=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약력]
△울산(58세) △경남고, 국민대 행정학과 △동의대 대학원(행정학 박사) △행정고시(제25회) 합격 △내무부 종합상황실장 △경남 함안군수 △울산시 내무국장, 건설교통국장 △울산시장(2002년 7월∼ )
▼2조원 들여 오일허브 구축…2차전지 산업 대대적 육성▼
■ 박맹우 당선자 공약


박맹우 울산시장 당선자는 6·2지방선거 주요 공약으로 울산의 지리적 산업적 특성을 고려해 도시 발전을 위한 인프라 건설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박 당선자가 가장 앞세운 공약은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이다. 약 2조 원을 들여 울산 남항과 북항에 2758만 배럴 규모의 석유저장시설과 국제석유거래소를 설립한다는 내용이다. 그는 이 사업을 2020년까지 순차적으로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박 당선자 측은 “사업비용 중 1조4080억 원 정도는 민자를 유치할 예정”이라며 “오일허브 구축으로 신항만경제권을 선도하면 2060년까지 44조 원 규모의 경제적 효과와 36만 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매니페스토 평가단은 “장기적으로 일자리를 크게 늘릴 수 있는 사업이지만 막대한 재원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유보적”이라고 평가했다.

박 당선자는 2차 전지산업을 대대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이를 위해 하이테크밸리와 자유무역지역, 테크노파크 일대에 관련 기업을 유치하는 등 2014년까지 울산시 예산 100억 원과 국비 300억 원 등 400억 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박 당선자 측은 “2011년까지 SB리모티브와 삼성SDI의 공장 설립을 지원하고 솔베이그룹 아시아지역 연구개발(R&D)센터도 유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당선자는 2020년까지 150여 기업체가 20조 원의 생산을 유발하며 1만 명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태화강 동천강 외황강 회야강 등 ‘울산 4대강’에 대한 정비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국가하천인 태화강에는 철새공원을 건립하는 등 세계적인 도심 생태하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동천강에는 여울과 갈대 군락지 조성, 외황강에는 역사문화공원 조성, 회야강에는 수질 개선 등에 투자한다. 여기에는 시 예산과 국비를 포함해 매년 1000억 원가량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자는 사업비 650억 원 정도를 들여 울산미술관과 문인·문학관을 세우고 광역도로망을 대대적으로 확충하겠다는 공약도 함께 제시했다. 매니페스토 평가단은 “미술관 건립 등은 시급성은 떨어지지만 지역민의 요구에는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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