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집중분석]카메라 앞에선 짐승돌, 군대 갈 땐 공익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18일 11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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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는 갔다 왔나?"
"갔다 왔어요. 왜요?"
"어디, 공익?"
"나 해병대 나왔는데요."
"며… 몇 기?"
KBS2 \'신데렐라언니\'에서 해병대 출신 정우 역을 맡은 택연. 동아일보 자료사진.
KBS2 \'신데렐라언니\'에서 해병대 출신 정우 역을 맡은 택연. 동아일보 자료사진.

KBS2 '신데렐라언니'에서 해병대 제대 후 대성참도가에 취직한 정우(택연 분)는 곱상한 외모의 기훈(천정명)을 만나자마자 반말로 거들먹거린다. 인터넷 게시판에서 일명 '택연 신언니 공익드립'이라는 제목으로 조롱거리가 된 대목이다.

택연이 극 중 한 장면만으로 조롱거리가 된 배경은 이렇다. 지난 3월 택연과 같은 그룹 '2PM'의 멤버였던 재범이 영구탈퇴하자 분노한 팬들이 나머지 멤버 6명의 신상정보를 인터넷에 공개했다. 이에 한 누리꾼이 택연의 주민등록번호을 이용해 병무청에 징병신체검사 결과를 조회, 몸짱 택연이 2008년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은 사실을 알아낸 것. 누리꾼들은 택연의 신체검사 서류를 캡처해 돌려보며 쑤근거렸고, 택연에게는 '택연 공익' '옥공익'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에 수차례 연락했으나 홍보팀 관계자는 "확인한 뒤 답하겠다"면서 매번 답변을 미뤘다.
가수 조성모(앞줄 왼쪽에서 첫번째)는 2000년 KBS2 '출발드림팀'에서 뛰어난 운동신경으로 사랑받았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가수 조성모(앞줄 왼쪽에서 첫번째)는 2000년 KBS2 '출발드림팀'에서 뛰어난 운동신경으로 사랑받았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 김종국 조성모 김래원…그리고 택연? '군대 앞에 약해진 몸짱'

택연은 대한민국 대표 짐승돌이다. 2PM 멤버들과 무대 위에서 우람한 인간탑을 쌓고, 오락 프로그램에서는 26초에 팔굽혀펴기 50개의 기록도 세웠다. 누리꾼들은 그가 공익 판정을 받았을 리 없다고 의아해하면서도 과거 비슷한 사례들을 들어가면서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평소 식스팩 복근을 뽐내던 연예인이 군 입대를 앞두고 공익 판정을 받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다. 연예계 대표 몸짱 김종국이 그랬고, KBS2 '출발드림팀'에서 뛰어난 운동신경을 자랑했던 '조뜀틀' 가수 조성모도 마찬가지였다. 배우 김래원과 소지섭, 그룹 'H.O.T'의 장우혁과 '신화'의 김동완 이민우 에릭도 줄줄이 공익요원으로 복무했거나 복무 중이다.

'나이가 찬' 연예인들의 군 입대 문제는 매번 도마에 오른다. 28세인 가수 비는 공식석상에서 단 한 번도 군대 문제를 거론한 적 없지만 연예인들의 군 입대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덩달아 관심을 받곤 한다.

나이가 어리다고 피해갈 수도 없다. '슈퍼주니어' 이특은 신검에서 공익근무 판정을 받았으나 현역 복무를 위해 재검을 받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며 '개념돌'로 칭찬받았다. 하지만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이특은 (데뷔 전) 신검에서 현역 판정을 받았으며 이후 재검을 받은 적은 없다"면서 "때가 되면 국방의 의무를 다 하겠지만 아직 확정된 것이 없기 때문에 (현역 복무는) 달라질 수도 있는 일"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이특은 2007년 차량이 전복되는 교통사고를 당해 두 달 가량 활동을 쉬었다.

통증 참고 활동? "통증 있었다면 불가능"
'몸짱' 김종국은 허리디스크로 4급 보충역 판정을 받고 2006~2008년 서울 용산구청에서 복무했다. 김종국의 소집해제 당시 모습. 출처: 연합뉴스
'몸짱' 김종국은 허리디스크로 4급 보충역 판정을 받고 2006~2008년 서울 용산구청에서 복무했다. 김종국의 소집해제 당시 모습. 출처: 연합뉴스

공익으로 복무했다는 이유만으로 비난받는 연예인들은 억울하다고 말한다. 김종국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허리디스크(수핵탈출증)로 4급 판정을 받은 건 정확한 절차를 거쳐 정당하게 받은 결과다. 이 부분은 나라에 말해야지 나에게 얘기할 부분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에선 늘 건강한 이미지만 보여주지만, 방송이 끝난 뒤엔 허리에 파스를 붙이고 아픈 내색을 하지 못하는 마음고생도 한다. 중학교 때부터 허리가 안 좋아서 허리 근육을 강화하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퇴행성 요통으로 공익 근무 중인 김래원도 "겉으로는 건강해 보이지만 요통 때문에 촬영 때 고생도 많이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다른 의견을 보였다. 이춘성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굉장히 신중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MRI 검사 결과 디스크가 탈출한 상태면 디스크 판정을 내리는데, 증상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연예인 A 같은 경우는 허리 디스크로 공익 판정을 받았지만 TV에서 보면 씨름도 하고 활동에 지장이 없어 보인다. 증상이 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의구심을 표했다. 또 "디스크 판정이 내려진다고 해도 80%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는 만큼 MRI 검사 결과와 일상생활 가능 여부 등 여러 요소를 감안해 신중하게 공익 여부를 판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유명 정형외과 교수는 "일반인들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MRI를 찍어보면 현역 복무를 피할 수 있는 무언가가 나올 수 있지만 일반인들은 그 정도까지 할 수 없다"며 "연예인들은 경제력이 되는 만큼 검사를 많이 받아 공익 판정을 받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아연 기자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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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많은 댓글

  • 2010-05-18 17:10:25

    병무청은 병무행정의 민주화를 위해 현재까지 공익 근무한 연예, 스포츠인들 모두 공익 판정 과정을 조사해서 주금이라도 문제가 있는 애들은 다시입영조치해라. 김종국이같은애가 공익근무 판정을 받는다면 이땅에 현역 입영할 장병없다.

  • 2010-05-18 16:10:44

    현역근무한 여러분은 진정한 이땅의 주인임니다.보충역이든 공익근무자들은 마치 이땅에 함꼐하는 작은 아웃사이더로 받아주면 안될까요.그들은 그들만의 세계에서 살도록 내버려 둡시다.문제는 그런 그들을 마치 영웅이나 된듯이 따라하고 시시콜콜하게 그들에 관한 이야기에 시간을 보내는 그런 행태에 있읍니다.여러분은 그들에서 관심을 거두고 더큰 세계로 눈을 돌리세요.그들을 잊는것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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