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의 스포츠 클럽] 자존심 살려야 한화 살아난다

  • 입력 2009년 7월 6일 0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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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부여의 비중과 중요성은 스포츠에서도 매우 크며 동기부여의 상실은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일본으로 건너간 임창용이 ‘미스터 제로’란 자랑스러운 별명 속에 한국인 최초로 올스타 팬 투표 1위를 차지한 소식은 좋은 예이기도 하다. 국내 선수생활동안 한 때 목표상실과 자기 관리에 문제점을 드러낸 것과 대조를 이루면서 잠재력과 능력이 되살아났다. 박찬호는 최초의 한국인 메이저리거로서 성공하겠다는 일념아래 역경을 딛고 스타덤에 올랐고, 신고 선수로 입단한 김현수가 최고의 타자로 성장한 데에도 1군선수로 뛰겠다는 동기부여가 중요한 몫을 했음은 물론이다.

프로야구 초기에 슈퍼스타들이 좋은 성적을 올린 후 연봉인상 문제로 구단과 잦은 마찰을 빚었고 몇몇 슈퍼스타는 더 잘해도 상응하는 대우나 보상이 뒤따르지 않아 목표를 상실하기도 했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선동열 선수로 최고의 스타였던 그가 연봉 몇 백 만원을 더 받기 위해 구단과 벌인 신경전은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올 정도로 구단의 일방통행 속에 선수들이 당하기만 했다. 최동원 역시 마찬가지여서 “죽어라 해봐야 뭐합니까? 연봉최고 상한선은 25%%뿐인데…”라는 자조 섞인 푸념들이 슈퍼스타들 주변에서 자주 터져 나왔다.

선수들의 권익이 많이 향상된 최근엔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선수들이 해당 연도에 유독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도 동기부여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반면 팀 전력 약화가 이심전심으로 전파되면 패배주의가 전염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수렁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부상선수 속출, 투수력 약화, 세대교체의 어려움 속에 빠진 한화 이글스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4일 12연패를 끊은 한화가 뛰어난 용병술의 국민감독일지라도 약화된 전력 앞에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게 냉엄한 승부세계다. 홀로 최하위에 처져있는 한화 선수들의 새로운 동기부여는 무엇일까? 뚜렷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도 내년을 향한 리빌딩의 공감대 속에 선수들의 자존심이 동기부여의 최선책이 아닐까 싶다. 김태균, 이범호, 류현진이란 최고의 스타들과 구대성, 송진우, 정민철의 옛 스타들이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는 자존심을 건 파이팅 외엔 동기부여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지금쯤 위대한 도전을 마음속에 되새겨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직도 게임은 많이 남아 있다. 자존심을 걸고 이기면서 강해지는 한화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야구해설가

오랜 선수생활을 거치면서 감독, 코치, 해설생활로 야구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즐긴다. 전 국민의 스포츠 생활화를 늘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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